Hang in there..
'참고 버티어라.' 라는 이 말은 예전에 내 자신에게 자주 하던 말인데
요즘 들어서 힘들고 지친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표현이다.
특히 이번 9월에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제자들이
갑자기 변한 대학교 환경과 감당하기에 힘들어진 수업이 어려워서
다시 수업 도움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자주 해 주는 말이다.
나 역시 '지옥같은' 1학년을 보낸 사람이기에
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미의 교육 시스템은 중고등학교 과정은 한국과 비교하면
학습해야 할 교재의 양이 적은 편이고,
클라스 수준과 난이도는 학생의 능력에 따라서 두 세급으로 나뉘어 졌는데
IB 프로그램이 아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택하는 보통 수준인
Matriculate 클라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고,학습 속도도 빠르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생들이 수업외에도 다양한 취미 활동이나, 스포츠,
봉사활동, 그리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대학교 교육은 사뭇 다르다.
70년대 후반에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만 해도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1년 과정을 더 이수해야 하는 13학년에 다니는 학생수가
2년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과 고졸로 바로 취업을 하는 12학년 학생수가
약 25%도 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굳이 4년제 대학교 학사 졸업장이 없어도 취업이 가능했고,
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은 적어도 공부를 할 의사가 확고하고
성적도 그만큼 뒷받쳐 주어야 토론토 대학교을 포함해서
소위 명문대학이라는 대학으로 진학했었다.
나는 음대에 진학했다가,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음대과정 2년을 마치고
토론토 대학 공대로, 그것도 공대 안에서도 제일 어렵고 수준이 높다는
Engineering Science 과로 transfer 해서 1학년 과정부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엔 전공을 하려던 음악레슨과 연습을 비롯해서
성당 성가대 봉사, 연극활동, 대학교 합창단 활동,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고,
당시 편의점을 하시던 부모님의 가게에서도 일주일에 삼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본적인 공부와 숙제만 했는데도 거의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그래서 공대에 진학하고서 고등학교때 보다는 수업이 많이 어려울 것은 짐작은 했지만,
문리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평균 5 full courses(10 half courses)를 택하고
수업시간도 일주일에 보통 15시간을 넘지 않았는데,
공대 학생들은 1년에 14 half courses 를 택해서 40% 상대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수업과목이 많고,
수업시간도 2배 이상이 넘어서 일주일에 40시간 수업시간에
거의 매일 제출해야 하는 실험 리포트, 수학 숙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때까지 공부에는 자신감이 넘쳤던 나도 기대이상으로 너무 많은 학습량과 숙제,
길고 난이한 실험 과정이 요구되는 상황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1학기때에 치룬 시험중에 클래스 반 이상이 0점을 받는 악몽의 테스트도 자주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낙제'라는 말이 나의 현실로 다가 와서
다시 비교적 편하게(?) 다니던 음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나곤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여가더니, 1학기 학기말에 2주간 7 과목의 final exam. 기간동안
합쳐서 시험공부를 하느라 고작 50시간을 자면서 그렇게 1학기를 죽을 힘을 다 해서 겨우 마쳤다.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 방학때는 크리스마스고 설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1월 2일까지 10일간을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가 되면서 2학기가 시작되어서 이수해야 할 새로운 7 과목을 듣기 위해서 강의실에 갔더니,
1학기 시작할 때는 두 클래스였던 Engineering Scieince 과는 한 클래스로 줄었고,
1학기 학기말 시험 후에 신입생중에 약 1/3 학생들이 공대를 떠났다는 말을 곧 들었고,
2학기 학기말 시험 후에는 약 1,000명으로 시작했던 학생들이
약 600명이 남았다는 것도 후에 알게 되었다.
재미난 사실은 Engineering Science 과는 패스가 50점이 아니라 60점이었는데
실제로 낙제를 한 학생들 보다는자진해서 문리대 이과로 옮겨간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혹독한 학습 스케줄이었지만, 조금씩 공부의 페이스를 찾은 나는
2학년을 비교적 무난하게 보내고, 3학년 1학기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뉴욕 브롱스 액센트가 유난히 세고 군인처럼 짧은 하얀 머리의 화학과 노교수님이
강의 중 늘 하시던대로 커다란 커피 머그 잔으로 커피를 드시면서
우리들에겐 근처 베이커리에서 산 쿠키를 일일이 나누어 주시면서
강의 대신에 Life Lesson 을 하겠다고 하셔서 우리도 오랜만에 공부대신에
늘 유머스러운 교수님께서 그냥 이야기를 해 주신다니
모두들 신나서 교수님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교수님은 제일 먼저 장난스럽게
니들이 엄청 잘 나고 똑똑해서 3학년까지 올라온 줄 알지만,
그건 큰 오산이고 착각인걸 알아라 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니들은 똑똑한게 아니라 소처럼 우직하고
나귀(donkey)처럼 미련한 덕분인 줄 알라고 하시면서
공학은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아이템을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경쟁회사보다 먼저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혹한 분야라고 하셨다.
그래서 정해진 빡빡한 한계와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참아내고 최선을 해야 하는 일이
엔지니어의 역할이기 때문에 명석한 두뇌만 아니라
역경에도 처할때 마다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고,
직접 부닥쳐서 끝까지 밀고가는 끈기, 투지와
그리고 gut(깡)이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선생과 학교의 목적이라고 하셨다.
그러기 위해서 명문대학교 공대에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들인만큼
성적과 두뇌는 이미 갖춘 학생임은 이미 입증이 되었지만,
의도적으로 1학년때에 학습량도 실험 프로젝트 양도 많고, 난이도도 높고,
페이스도 빠르고, 시험도 때론 엄청 어렵게 만들어서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만들어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걸러내고 남은 학생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그래서 미련 곰탱이 너희들에게
4년 과정에서 반을 넘긴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신단다.
그리고, 좋은 가을날이니 밖에 나가서 맥주나 마시고
계속해서 미련하고 우직하게 졸업까지 죽 밀고 나가라고 하시면서 강의실을 나가셨다.
대학교를 그렇게 어렵사리 졸업한 나는 후에 커리어 우먼이 되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기도 하고,
뒤로 미루고 싶을 때마다, 그 날 화학교수님 해 주신 말씀을 떠 올리면서
우직하게 정면돌파해서 미련하게 깡으로 버티고 또 버티다보니
그 많은 고비들을 그때 그때 잘 넘기면서 지금까지 살아 왔는 것 같다.
이번주는 중간고사를 치루는 기간이다 보니
좀 더 초췌해지고, 불안해 하고,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의 모습이 더 안스럽다.
오늘도 어깨가 축 처져서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에게
그들만이 이런 역경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내가, 내 클라스메이트들이
지금은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서 같은 배를 탔으니,
힘들어도 꿋꿋하게 하루 하루를 버티고 견뎌내라고,
그리고 지옥같은 무시무시한 1학년 1학기도
곧 지나갈 거라고 하면서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Hang in there,
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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