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첫 눈이 온 천지를 휘날리는 창가에서...
지난 주말만 해도 25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어서
일년에 몇번 틀지 않는 에어콘을 가동시킬 정도의 더운 날씨더니
그저께부터 계속 오락가락하던 비가
어제 아침부터 진눈깨비로 돌변해서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제 막 여름과 아쉽게 작별하고
가을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맞이했는데
불청객인 겨울이 무례하게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배신감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자연은 늘 이처럼 늘 초청장 없이 불쑥 우리들에게 찾아 온다.
우리가 살면서 맞딱뜨리는 많은 사건들과 상황, 그리고 사람들과도 그렇게 만나듯...
아마도 우리의 죽음도 그렇게 예고없이 이유없이 그저 오겠지.
하지만 그 서운함과 배신감은 곧 사라지고,
그저 첫 눈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자
바로 옷을 껴 입고
부츠를 신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
아이들처럼 신이 나서
서둘러 밖으로 뛰쳐 나가서
두 팔을 하늘을 향해서 활짝 펼쳐 들고
고개는 뒤로 젓치고
입을 크게 벌리고
첫 눈의 물기와 감동, 기쁨, 반가움을
피부로, 맛으로 만났다.
첫 눈 내리는 날에
제가 좋아하는 올리버님의 영시 '첫 눈'을 함께 감상해 보세요.
First Snow by Mary Oliver The snow began here this morning and all day continued, its white rhetoric everywhere calling us back to why, how, whence such beauty and what the meaning; such an oracular fever! flowing past windows, an energy it seemed would never ebb, never settle less than lovely! and only now, deep into night, it has finally ended. The silence is immense, and the heavens still hold a million candles, nowhere the familiar things: stars, the moon, the darkness we expect and nightly turn from. Trees glitter like castles of ribbons, the broad fields smolder with light, a passing creekbed lies heaped with shining hills; and though the questions that have assailed us all day remain — not a single answer has been found – walking out now into the silence and the light under the trees, and through the fields, feels like one. | 첫 눈 매리 올리버 오늘 아침 첫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내렸다, 온 천지에 하얗고 수려한 눈은 이처럼 아름다움의 이유, 그리고 어떻게 어디서부터,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머지는 추후에...) |
2014년 첫 폭설이 내린 11월 초에...
I am younger each year at the first snow.
When I see it, suddenly, in the air,
all little and white and moving;
then I am in love again and very young
and I believe everything.
Anne Sex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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