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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모든 것이 조금씩 시들해지는 요즘...

by Helen of Troy 2020. 7. 26.

7월 21일 저녁 해지기 직전 앞마당에서...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 상태가 벌써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평범한 '일상'이 이로 인해서 온통 뒤죽박죽이 되면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 강제적인 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일상' 이

어느새 우리의 삶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밤 10시까지 훤해서, 시원한 저녁에 9시 반까지 자전거를 타다가 집에 도착한 핑크빛 하늘의 모습

 

 

3월 첫날부터 시작된 집콕 생활이 시작되어서, 

처음 3주  정도는 겨울이 긴 우리 동네는 여전히 아침저녁으로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여서

꼼짝없이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집콕 생활 그 자체로 이상한 이 격리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14살이던 9학년(중3) 때부터 알바로 시작한 직장 일은 3명의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도

공백기 없이 계속해서 60이 넘은 지금까지 줄곧 일을 해 온 나는

기대하지 않게도 생겨난 이 상황이 선물처럼 고맙게 여겨졌고,

실로 오랜만에 아무런 계획이나 생각 없이 공짜로 생겨난 여유를 즐기면서

늘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던 '백수 생활'을 처음으로 체험해 보았다.

 

 

 

7월 초에 아홉 살 된 애제자 엘리가 나를 위해서 그려 준 커다란 포스터

 

 

그렇게 3주 동안 백수생활을 하고 보니, 슬슬 동경해 오던 그 백수생활도 오랫동안 할 짓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울러 3월 말부터는, 달라진 새로운 일상을 좀 더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점점 날씨도 풀려 가서, 우선 몸의 건강을 위해서 늘 즐기던 사이클링을 매일 2시간씩,

그동안 바쁜 일상에 밀려서 이래저래 뒷전으로 밀려난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습도

매일 최소 2-3시간씩 해서, 늘 연주하고 싶던 곡들을 완주해 보기로 맘을 먹고

어차피 의도치 않지만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을 유용하게 써 보기로 하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러다가, 5월 초부터는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고,

활기를 되찾은 앞 뒤 마당의 꽃과 나무 들을 손 봐주게 되고,

스무여 개의 화분에 화사한 일 년생 화초를 심어서 가꾸게 되면서,

바쁜 새로운 일상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유롭여진 시간 덕분에 예년보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분 덕택인지,

돌보는 꽃나무들은 서로 다투듯이 화사하게 피어나서, 지속적으로 케어가 더 필요해졌고,

텃밭에 심은 열 가지의 채소들 역시, 쑥쑥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어서, 거의 매일 돌보아 준 노력의 대가를 톡톡히 받아서 뿌듯하기까지 했다.

역시, 뿌린 대로 거둔다는 간단한 진리를 체험하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위안도 얻고 큰 힐링이 되어 주었다.

 

 

 

7월 9일 저녁에 소낙비가 내린 후 하늘에 뜬 쌍 무지개

 

 

그렇게, 6월 말까지 3개월을 매일 운동을 했더니, 바라던 1-2 kg의 살은 빠지지 않았지만,

다리의 근육은 좀 생긴 듯했고, 남들처럼 집콕 생활하면서 체중이 많이 불지 않았다.

마당의 꽃나무들은 예년보다 시간차로 각자 알아서 싱그러운 이파리로 채워주고, 탐스러운 꽃들을 피워내주고,

텃밭의 각종 채소들 덕분에, 건강한 유기농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피아노와 클라리넷도 매일 연습한 덕분인지, 조금씩 실력도 붙기 시작해서

새로운 곡을 터득하는 시간이 따라서 단축되고, 그러면서 재미와 자신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 완주하고 싶었던 곡을 뒤로하고 즐겁게 새로운 작품 연습에 들어갔다.

 

 

 

7월 중순에 만든 딸기 잼

 

 

그런데 7월에 접어들면서, 이 새로운 일상이 점점 탄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전거 타기에 좋은지 날씨부터 체크하기도 하고,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신이 나서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일도,

새로운 곡을 배운다는 성취감에 차서 건반을 열심히 두들기던 연습과,

운동으로 더 좋아진 폐활량으로 클라리넷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서 신나던 시간이

점점 의무감으로 타성에 젖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7월 첫 째 주말에 오랜만에 로키산맥의 자스퍼 국립공원을 다녀와서

무력해진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잠시 불어넣어 주었지만,

다시 복귀한 일상은 전과 다르게, 점점 시들시들해 갔다.

텃밭 일은 남편에게 부탁해서 해결하고, 자전거 타기도 자주 오는 비를 핑계를 대면서 건너뛰게 되고,

악기 연습은 매일 전처럼 하긴 하지만, 의무적으로 하다 보니 흥미와 열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12년째 해 오던 블로깅도 5월에 단행된 블로그 개편 후부터 

많은 것이 변경 내지는 퇴보하게 되면서, 사용하는데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 불편해져서

자주 화가 치밀었지만, 나름 긍정적으로 적응을 하기 위해서, 계속 포스팅은 했지만,

장기화된 집콕 생활과 맞물려서인지, 이 역시 날로 시들해져 갔다.

 

거기다가, 그동안 서로 왕래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많은 블친들이 서서히 활동이 뜸해지고,

많은 분들이 비공개로 전환을 하거나, 심지어는 블로그 자체가 사라진 분들도 꽤 많아지면서

한 때는 소셜미디어의 중심이었던 블로깅이 이제는 한 물 간 구닥다리 매체로 전락된 현실과

그 구닥다리 매체 상에서 활동을 하는 나 자신마저 구닥다리로 되어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블로그 활동에 회의가 들면서

블로그 포스팅도 따라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7월 15일 발코니에서 저녁 식사 중...

 

 

이러는 와중에 그동안 계획했던 집수리가 코로나로 지연되다가,

지난주부터 페인트 칠부터 시작되어서 온 집 안이 어수선한 상태에 놓였다.

그리고 늘 가족들의 행동반경의 중심이 되어 온 부엌 전체를 리모델링도 함께 추진하면서,

원하는 대로 꾸며주는 custom built라서 새롭게 설치될 조명, 전자제품, 카운터 탑, 부엌장, 싱크 등

다양한 품목들을 고르기 위해서 관련된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구경한 다음, 하나하나 최종 결정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많은 것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만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집 안 모습의 기대감과 그러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수고와 경비가 부담이 동시에 드는

또 다른 새로운 일상이 9월까지 이어질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 새로운 일상도 9월 말이 되어야 막이 내리게 된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앞으로 다가 올 두 달 동안, 

너무 무력감에 빠져 들지 않고, 그동안 이어오던 일상의 패턴을 반 정도만이라도 유지하면서

전처럼 슬기롭지 않아도 되고, 그저 마음과 몸이 많이 아프지 않게 보내고 싶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같은 루틴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

 

블친님들도 이상한 여름 철에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지내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