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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Scrapbook/나누고 싶은 글

[나누고 싶은 이야기51]한 사진작가가 30년간 기록한 감동적인 초상화 작품집: '손 흔들며 배웅하기'/Leaving and Waving'

by Helen of Troy 2020. 12. 30.

 

40여 년간 구독해 온 주간지 "The New Yorker"에서 지난 3월에 읽은 스토리가 

너무 감동적이기도 하고, 내 친정부모님과 연배도 같으시고,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일단 컴퓨터에 임시저장을 해 두었다

이번 연말에 글 창고를 정리하면서 이 해가 가기 전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좋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봅니다.

 

 

1991

 

모든 사진은 사진작가인 Deanna Dikeman 작품입니다.

 

디애나 다이크맨/Deanna Dikeman의 부모님이 70대 초반 무렵인 1990년에

아이오와주, 수 시티에 위치한 디애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억의 집을 팔고, 

같은 도시에 있는 랜치 스타일의 붉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사진작가인 다이크만씨는 당시 30대로, 부모님들들이 은퇴 후 이사한 이 집에

명절이나, 특별한 날 등 자주 방문해서 부모님의 일상을 카메라가 담았다.

은퇴 전에 곡물저장/운송 회사의 운송 매니저로 일하다 은퇴한 그녀의 아버지는

뒷마당 텃밭에 다양한 야채와 화사한 꽃을 키우는 일을 즐기셨다.

 

그녀의 어머니는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면, 아버지가 키운 루밥줄기로 파이를 굽곤 했으며,

풍성하게 재배한 신선한 야채들은 비닐백에 넣어서 차고에 있는 냉동고에 저장을 해서

춥고 긴 겨울내내 해동해서 싱싱한 야채를 드시기도 했도, 딸이나 이웃에게 나누어 주시곤 했다.

그리고 매년 메모리알 데이(미국 현충일)에는, 그들의 파란 뷰이크 차 트렁크에

그들이 키운 꽃을 그득 싣고 도시에 위치한 묘지에 가서 여러 묘지 앞에 꽃을 꽂아 주셨다.

 

 

 

1995

 

 

1996

 

 

1996

 

 그들의 딸인 디애나가 부모님을 방문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그녀의 부모님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집 밖에 오랫동안 서서 배웅을 해 주시곤 했다.

그러다가 1991년 어느 날, 디애나는 그녀의 부모님들이 이렇게 손을 흔들면서 편안하게

자신과 가족을 배웅해 주시는 날이 과연 얼마나 계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화사한 핑크 블라우스와 파란 반바지를 입은 어머니와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서 같은 모습으로 팔을 흔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첫 '배웅' 사진으로 시작해서 20여년간 디애나가 부모님 집을 떠날 때마다

팔을 흔들면서 배웅해 주시는 부모님을 찍기 위해서 차의 창문을 돌려 내리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의 모습을 담아 왔다.

이렇게 카메라를 늘 들이대는 딸을 늘 못마땅해 하신 그녀의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카메라를 치우라고 나무랐지만, 부모님들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집 앞에서 그녀를 배웅했다.

 

 

 

1997

 

 

1998

 

 

2000

 

 

2001

 

그렇게 모여진 사진들은 가족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 갔고,

"Leaving and Waving"/손 흔들고 배웅하기" 초상화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디애나는 거의 30년에 가깝게 그녀의 부모님의 초상화 사진을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일부는 2007년에 "27번의 굿바이" 라는 제목으로 화집을 출판했다.

매 초상화 사진마다 조용하지만 부모님의 도리와 따스한 사랑이 담겨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불켜진 차고 안에서 손을 흔들어 주시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처마 아래서 두 분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셨다.

여름철엔 드라이브웨이에 서서 키스를 날려 주셨고,

추운 겨울엔 목도리를 두르시고, 눈두덩이 뒤에 서서 배웅해 주셨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노쇠해져 갔다.

 

일부 사진은 사진을 잘라서 떠나는 차 내부를 살짝 공개해 주기도 했는데, 예로,

그녀의 자녀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그들이 커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후진하는 모습도 보이고,

애견의 모습도 비추이고, 디애나 손가락에 끼었던 결혼반지가 사라지기도 하는 등 

디애나와 가족의 변화와 일상도 잔잔하게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2001

 

 

2002

 

 

2004

 

 

2006

 

 

2008

 

 

2009

 

디애나의 아버지는 2009년 후반에 먼저 세상을 떠나시면서,

그해 8월에 찍은 사진 속의 지팡이를 한 손에 짚고, 차에 기대서 아내의 부축을 받고

디애나에게 손을 흔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지막 초상화가 되었다.

 

 

 

2009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지 몇 주 후에, 그녀의 어머니는 더 이상 사진을 찍겠다고 선언하셨지만,

2017년에 양로원에 가실때까지 때로는 친척분과 함께 여전히 손을 흔들며 디애나를 배웅해 주셨다.

류머티즘으로 손가락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시다가

2017년 후반에 어머니마저도 주무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2013

 

 

2014

 

 

2015

 

 

2017

 

 

 

2017

 

"Leaving and Waving" 의 사진들은 정식으로 세팅한 초상화 작품이 아니라,

떠나는 차 안에서, 짧은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즉흥적으로 찍은 스냅샷 사진들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담은 유일한 사진은 아무도 배웅해 주는 사람없는

텅 빈 부모님의 집이 담긴 마지막 사진뿐이다.

친정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후, 디애나의 여동생이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 집 앞에 삼각대를 세워두고 약 50장의 사진을 찍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사진이다.

 

작년 봄에 차 안에서 소개된 디애나의 아들은 대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이 있는 동부로 떠나게 되었다.

차에 짐을 잔뜩 실고 나서 떠나기 전에 그녀의 아들은 엄마를 쳐다보면서

"사진 안 찍어요?"라고 묻자, 놀란 디애나는 얼른 그녀의 카메라를 찾아서

30년 전에 그녀가 시작한 오래된 의례식의 새로운 역할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