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흐르는 그로토 강/Grotto Creek을 따라서 있는 트레일
(2021년 1월 17일)
그로토 연못/Grotto Pond 옆에 위치한 주차장에 도달해 보니
그리 많지 않은 주차할 공간은 다 차서 운 좋게 갓길에 겨우 세워두고
트레일이 시작하는 곳으로 걸어가서 발견한 안내판이 트레일에 관해서 자세하게 소개해 준다.
이 트레일은 좁은 그로토 협곡을 따라서 생긴 트레일로
붉은 점선 트레일 길이는 편도 약 3.5 km이며, elevation gain이 원만한 편이다.
하지만 좁은 협곡내로 진입해서 그로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높아진다.
안내표지에 의하면 이 협곡은 500-1,000년 전에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조용하고 외딴 곳에 위치한 이 협곡에서 그들이 믿는 자연신을 찾아오던 곳이다.
그들이 이 협곡에 남긴 암벽화들이 여전히 협곡 암석에 남아 있다.
절벽으로 둘러쌓인 좁은 협곡은 수만 년 전에 후퇴하는 빙하에 의해 깎이면서 생겨났다.
협곡의 양쪽 암석은 희귀한 더글라스 단풍나무와 림버 소나무들이 잘 서식하게 보호해 주기도 한다.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내린 눈이 얼다 녹는 것을 반복해서 미끄러운 곳도 있고,
푸석거리는 곳도 있는데, 어떤 모습의 트레일이 펼쳐질지 설렘을 안고 출발했다.
왼쪽 편에 Bow 강을 따라서 자연적으로 생긴 넓은 계곡을 따라
고압선도 지나고, 트레일도 이어진다.
저 앞에 해발 2,706미터에 달하는 그로토 산 정상이 침엽수 사이로 보인다.
약 3 km를 걸어오니, 그로토 산에서 흘러내려서 흐르는 그로토 시내가 나왔다.
하지만 한 겨울이라서 산에서 녹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강 바닥은 자갈과 눈으로 덮여있다.
강바닥을 따라서 보우 강까지 이어지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그로토 협곡/canyon 쪽으로...
갑자기 아주 좁아진 협곡 입구에 서서...
협곡으로 내려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내려다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그로토 시냇물이
기온이 높아지면서 겉면이 살짝 녹아서 더 미끄러운 듯해서
이쯤에서 돌아가려고 내려오는데,
50대 부부와 20대로 보이는 두 자녀가 있는 가족이
부축해 줄 테니 일단 같이 내려가자고 제안을 선뜻해 주어서
감지덕지 그들의 부축을 받고 그로토 협곡을 들어섰다.
그리고 고맙게도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가 들고 있던 두 개의 스틱 중에 하나를 건네주면서
자기들은 스파이크가 있으니 걱정 말고 스틱을 사용해서 걸어오라고 해서,
협곡을 잠시나마 구경하려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보았다.
앞에 보이는 파란 재킷을 입은 분이 친절을 베풀어 준 엄마이며,
그녀 앞에 스틱을 건네주신 그녀의 남편이 앞장서 간다.
상류 쪽으로 올라갈수록 길은 완전 빙판인 데다가
겉은 살짝 녹아서 질척거려서 만약 넘어지리가 도 하면 난감해질 상황이 닥칠 것 같다.
눈이 쌓여 있는 강둑을 따라 걷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기서부터 거의 앉은 자세로 천천히 앞으로 이동해서 맞은편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애견과 함께 온 트래커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여기까지 온 다음에 스틱을 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려주었더니
가방에서 엑스트라로 가져온 스파이크를 건네주면서 그로토가 있는 곳까지 사용해도 좋으니
계속 가자고 했지만, 차마 더 이상 신세를 지기 싫어서 거절을 하고 천천히 발을 돌렸다.
수백 년 전에 이 곳을 찾은 원주민들이 남긴 암벽화
암벽화
우리와 함께 오던 길을 다시 돌아온 한 젊은 커플과 그들의 애견
이들은 우리들처럼 스파이크나 스틱이 없이 그로토까지 갔다 온 커플이다.
참고로 그로토/grotto란 단어는 동굴을 뜻하는데,
이 트레일 끝에 좁은 협곡 사이에 동굴이 있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다.
얼어붙은 강을 따라서 내려가는 일은 예상보다 더 힘이 들었다
이 트레일에서는 네 발을 가진 개들이 제일 편해 보였다.
다행히 뒤에 따라오던 여섯 명의 젊은이 그룹 멤버들이
우리의 손을 잡아 주어서 협곡 트레일 입구까지 안전하게 나올 수 있었다.
다음엔 꼭 스파이크와 스틱을 지참하고 오자고 다짐하면서
편안하게 눈이 덮인 트레일을 걸었다.
Mt. Grotto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한 그로토 연못
얼어붙은 연못 저 멀리 누가 놀고 있길래 줌을 당겨보니...
두 어린 아들이 있는 가족이
연못에 덮인 눈을 밀어서 아이스 링크처럼 만든 다음에
아이들은 하키 게임을 즐기고 있고...
엄마 아빠는 앉아서 이들을 지켜본다.
로키의 웅장한 산들을 배경으로 커다란 연못을 통으로 전세내고
신나게 하키를 하는 어린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들은 그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기나 할까?
to Lake Minewa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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