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위에는 네댓 가지의 가로수 나무가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 집 바로 앞과 뒤에는 도토리나무들이 죽 들어서 있다.
매일 산책을 나설 때마다 이 나무들을 지나치는데,
나무 주위에 막 떨어진 도토리들을 수북하게 쌓여서
그 주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에서 껍질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주위에 다람쥐도 많이 없다 보니,
수북하게 쌓인 도토리는 이렇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에
혹은 그 위를 달리는 차바퀴에 바스러진 채 겨울을 맞게 된다.
지금까지는 발에 차이는 수많은 도토리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올해는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도토리 묵 만들기에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으로
일단 큰 플라스틱 백 하나를 들고나가서 한 봉지를 10분 만에 그득 채워서 들고 들어왔다.
그렇게 도토리를 주워서 들고 들어왔더니, 두 딸들이 기겁을 한다.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백을 3개 더 들고나가서
30분 만에 백이 터지라 채워서, 낑낑대며 들고 들어와서,
일단 바구니와 쟁반에 옮겨 담아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았다.
북미에서는 도토리 묵가루는 청포묵보다 값도 두배 이상 비싸고,
제대로 잘 쑤기도 청포묵보다 쉽지 않다.
시중에서 파는 청포묵가루를 사용해서 도토리 묵무침을 만들어서
상에 올리면, 사람들이 이런 것도 집에서 만드냐고 칭찬들을 해 주시는데
주은 도토리를 가지고 아예 묵가루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나 자신도 잘 알지만,
그냥 두면 어차피 낙엽과 함께 소멸될 도토리를 주워서
실패를 하더라도 한 번쯤은 시도를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일단 잔뜩 주워왔다.
혹시 블친님들 중에서 주워 온 도토리로
묵가루를 만드시는 법을 알고 계신다면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니면, 묵가루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힘드니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고 주워 온 도토리들을 자연으로 귀속시키라고
현실적인 조언해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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