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초부터 코비드-19 판데믹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합창 연습도 부득이하게 중단되었다가
이번 주 화요일 저녁에 장장 19개월 만에 컴퓨터 스크린 상이 아니라
한 공간에 모여서 대면 연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29년간 활동해 온 RES 합창단은 창립된 지
거의 70년이 되어가는 아마추어 심포니아 합창단이지만,
성악에 대한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과 대단한 실력과 지식은
프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좋아한다는 한 가지 이유로
단원들 거의 다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일과 육아도 병행하는 여성들이어서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1년에 정기적으로 에드먼턴 오케스트라와 체임버 오케스트라
그리고 관악 앙상블과 함께 5-6회 무대에 올려지는 합창공연을 위해서
화요일 저녁에 3시간 동안 가지는 합창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합창과 공연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대단하다.
나를 포함해서 이런 단원들에게 거의 2년간 노래를 함께 부르지 못한다는 것은
살면서 얻는 행복과 가치 그리고 의미의 큰 부분을 빼앗긴 것처럼 공허하고 허탈감에 빠졌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우선 너무 반갑고, 가슴이 설레이고 신이 절로 났다.
때가 때인지라, 다들 마스크를 두 겹씩 쓰고, 전처럼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지 못해도
오랫동안 함께 못 만난 가족을 만난 듯이 서로 마스크 위에 보이는 두 눈과
목소리로 반가운 인사를 대신했다.
전처럼 앨버타 대학교 음대 건물 내에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사회적 거리를 넉넉히 두기 위해서
천장도 2층 건물처럼 높고, 방 크기도 큰 두 개의 연습실에서
소프라노와 알토 멤버 그리고 테너와 베이스로 나뉘어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연습했다.
대면 연습이 불편한 멤버들을 위해서 연습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ZOOM에 올려서 집에서 비대면으로 연습할 수 있게 배려를 했다.
2년 만에 가지는 첫 공연에 올려질 작품은
헨델의 유명한 오라토리오 작품 '메시아'를
에드먼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12월 3, 4 & 5일에 공연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줄잡아서 120번 정도 공연한 작품이지만,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오르는 것도 처음이고,
1부, 2부 3부로 나뉜 것을 중간 INTERMISSION 없이
짧은 버전으로 부르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늘 당연하게 여기고
연례행사처럼 덤덤하게 무대에 올랐던 것과 달리
무대에 서서 청중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이번 팬데믹 중에서 제대로 체험하게 되면서
이 걸작 합창곡을 마치 생애 처음 공연하는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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