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2020년 4월 16일에 에드먼튼 심포니와 함께
공연하기로 계획되었던 "BEETHOVEN CHORAL FANTASY" 공연과
2020년 6월 6일에 예정된 라흐마니노프의 "VESPERS" 리처드 이튼 합창단의 공연이
2020년 초반에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전격적으로 취소되었다.
너무도 다행하게도 작년 12월에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시작으로
2년간 중단되었던 합창단 공연이 무대에 다시 올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에는 2년 전에 취소되었던 베토벤 공연과
6월에 계획된 라흐마니노프 공연을 위해서 매주 화요일에 열심히 연습을 해 왔다.
그런데, 오늘 합창단 단장으로부터 부득이하게도 라흐마니노프 공연을
취소하기로 임원회에서 결정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코로나 사태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원인이었다.
이 공연은 우리 합창단과 시내에 위치한 성 요사팟 우크라이나 정교회 대성당의
성가대의 지휘자로부터 러시아 발음과 정교회 예식 등 다양한 면으로 도움도 받고,
우크라이나 정교회 교회음악을 주로 다루기 위해서
그 지휘자가 창단한 '카펠라 키리에"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서기로 3년 전부터 계획되었던 연주회였다.
이 예상치도 못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제일 많이 정착한 나라가 캐나다이며,
특히 우크라이나의 기후와 지형과 비슷한 캐나다 서부에 많이 정착해서
우크라이나 이민자들과 후손들이 꽤 많은 우리 도시에서는
우크라이나 후손들의 상징적인 성지인 성 요사팟 대성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호활동을 벌리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성 요사팟 대성당 측과 '카펠라 키리에" 합창단이
6월 3일과 4일에 예정된 라흐마니노프의 공연을 예정대로 개최하기엔
너무도 아픔과 고통이 따르기에 부득이하게 취소하겠다고 우리 합창단에 주말에 알려왔다.
그리고 합창단의 단원들 중에도 우크라이나 2세와 3세가 10명 정도 되는데
그들 역시 러시아인인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어로 쓰인
이 곡을 연습하는 데는 남모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간다.
합창단 임원회에서는 비록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인이지만
작품 자체가 정교회 신자들이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저녁부터 밤을 새워서
바치는 기도를 반주 없이 아카펠라로 부르는 이 공연을 통해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는 기회도 되고,
공연 수익금을 고통받는 그들을 위해서 사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그들과 동참하고자
이 공연은 2020년에는 코로나로, 2022년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또다시 연기되었다.
라흐마니노프의 "Vespers"(All-Night Vigil)" 작품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작품들 중
최고봉이라고 인정받는 곡으로,
그리고 러시아 정교회 종교음악의 최대의 걸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는 1915년 1월 말과 2월 초에 단 2 주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
그는 평소에도 러시아 정교회 종교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차이코브스키가 같은 이름으로 작곡한 곡에 감화를 받아서,
정교회 예식 중에 밤 새 기도를 챈트/chant 형식으로 바치는 예식을 토대로
복잡한 하모니와 대위법을 사용해서 15개의 챈트 악장으로 쓰였다.
이 작품의 초연 공연은 1915년 3월 10일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다닐린의 지휘로
모스크바 시노들 남성 합창단에 의해서 무대에 올려졌고,
청중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서, 한 달 사이에 추가로 5회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은 1차 세계 대전에 참가한 러시아 군대 기금을 위해서 개최되었다는 점이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서 보면 참 아이러니칼 하기도 하고,
같은 참혹한 역사가 반복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UN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서 180만 명의 피난자들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몰도바 등으로 피신을 했다고 한다.
폴란드 메디카 국경에서
Photograph: Markus Schreiber
한 소녀가 동생을 안고 헝가리 국경 도시 자호니/Záhony에 도착해서
Photograph: Christopher Furlong
폴란드 프르제미슬/Przemyśl 기차역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에서 부녀자들이 자고 있다.
Photograph: Markus Schreiber
루마니아의 수체아바에 소재한 만다치 오성급 호텔의 주인인 스테판 만다치 씨가
호텔 로비를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서 피신처로 개조한 곳에 피난민들이 쉬고 있다.
Photograph: Alessandro Serranò
애견을 안고 키이브를 떠나서 헝가리의 자호니에 도착한 9세 된 키릴
Photograph: Christopher Furlong
르비브에서 슬로바키아로 떠나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 입구로 몰려든 피난민들
Photograph: Felipe Dana
몰도비아의 수도 치쉬나우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창문으로 내다보는 한 소녀
Photograph: Nikolay Doychinov
몰도바의 국경 도시인 플랑카에서 친척들과 피난민들을 태우고 가기 위해서 기다리는 차들
Photograph: Aurel Obreja
폴란드 프르네지슬 기차역에서 독일을 떠나는 버스에서 전화를 거는 한 여성
Photograph: Markus Schreiber
우크라이나 서부로 가기 위해서 르비브 호로브니 기차역에 몰려든 수많은 승객들
Photograph: Bruno Thevenin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하던 인도 출신 학생들이 가지아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Photograph: Karma Sonam Bhutia
우크라이나인들이 파리-보베이 공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Photograph: Geoffroy van der Hasselt
키이브에서 출발해서 32시간 기차를 타고 폴란드 프르제미슬 역에 도착한 피난민들
Photograph: Bryan Smith
헝가리 부다페스트 자호니-스잡 기차역에 도착한 피난민
Photograph: Janos Kummer
슬로바키아 국경 도시 비쉬네 네메케에 설치된 난민촌에서 한 여성이 기도를 하고 있다.
Photograph: Peter Laza
폴란드 국경 도시 메디카에 도착한 한 아기를 폴란드 군인이 안고 있다.
Photograph: Markus Schreiber
폴란드 국경 도시 프르제미슬에서 작별을 고하는 한 커플
Photograph: Bruno Thevenin
헝가리의 한 학교에 설치된 임시 난민 수용소
Photograph: Janos Kummer
슬로바키아 스쉬네 네메케 국경도시를 넘기 위해서 기다리는 차량들
Photograph: Satellite image
이르핀 주민들이 폭격으로 파손된 다리로 임시로 설치된 다리를 통해서 피신하고 있다.
Photograph: Chris McGrath
이렇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 침공 같은 국제적인 사건으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다치고, 고통을 겪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네 삶은 참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옛말이 정말로 피부로 느껴지고
우리에게 허락된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부득이하게 두 번이나 연기된 라흐마니노프 공연은
언제 다시 편하고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올려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무대에 서게 된다면 그 감회는 참 특별하고 소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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