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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laces/넓은 세상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제정된 프렌치 바게트/ Baguette

by Helen of Troy 2022. 12. 1.

 

 

 

오늘 유네스코는 프랑스 바게트를 문화유산으로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마 바게트는 에펠탑이나 센강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프랑스와 떼어놓을 수 없는 더 프랑스다운 것으로 다가온다.

매일 수백만 개의 갓 구운 바게트가 시민들의 팔에 안겨서나

자전거 뒤에 실려서 집으로 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프랑스인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의 이런 결정은 그저 전통적인 바게트 제빵기술만 아니라

바게트와 연관된 프랑스의 일상까지도 포함되었는데,

최근에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오래된 시골 마을에 인구도 줄어들고,

따라서 시골에 소재한 불랑제리(빵가게)는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중요한 싯점에 발표된 것이 의미가 크다.


프랑스 베이커리와 파티세리 협회 회장인 도미닉 안락트씨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 들인 좋은 소식이다.

아기들이 이가 올라오면 제일 먼저 먹는 것이 바케트 조각이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일 먼저 시키는 심부름이 바케트를 사러 갈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늘 함께 하는 바게트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바게트는 우리의 일상에 250그람의 완벽함과 마법"이라는 글을 남겼다.

 

바게트는 프랑스에 소재한 수많은 불량 제리에서 단연 가장 잘 팔리는 빵으로

매년 60억 개가 팔리며, 평균 가격은 약 1유로이다.

(참고로 1986년까지 바게트의 가격은 정찰제였다.)

 

바게트를 만드는 이야기는 다양한 전설로 내려오는데

그중 하나는 나폴레옹의 제빵사가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을 위해서

더 가볍게 만들어서 쉽게 운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파리의 제빵사들이 당시 파리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들 간에

칼부림으로 파벌 싸움을 막기 위해서, 

빵을 손으로 떼어 놓을 수 있는 식감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내려온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지금의 바게트처럼 기다란 빵은 이미 1600년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게트는 원래 많은 농민들이 주로 먹던 만든 지 1주일간 먹을 수 있는 무겁고 둥그런 빵보다

당시  빨리 딱딱해지고 상해지는 바게트를 매일 살 여유가 있는 파리의 부유층들의 소유물이었다.

그러다가 세계 2차 대전 후가 돼서야, 바게트는 프랑스의 시골에서도 이 바게트가 보편화되었다.

 

음식 역사학자인 로리우/Laurioux씨는 흥미롭게도

"다른 빵의 모습과 다른 바게트를 특별하게 여긴 이들은

정작 프랑스인들이 아니라

20세기 초반부터 파리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프랑스의 아이덴티티를 바게트와 연관 지으면서 

자연적으로 프랑스를 대표한 심벌로 자리 잡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도 바게트를 특별히 여기게 되었고,

매년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프랑스에서 최고의 바게트 제빵사를

선정하는 대회도 열려 왔다.

우승자는 프랑스가 인정하는 큰 영예를 거머쥘 뿐 아니라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에 1년간 바게트 제공하는 계약도 맺는다.

이렇게 대단한 바게트의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게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이스트로 달랑 네 가지뿐이지만

빵 반죽의 숙성을 더디게 하는 특별한 이스트의 개발,

빵을 잘랐을 때의 바게트의 독특한 면을 유지해 주는 특별한 칼,

그리고 바게트만이 가진 황금빛을 내기 위해서

기다란 목재 도구로 오븐에서 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꺼내는 등 빵집마다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만들고 있다.

 

바게트는 구워서 바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대부분의 불랑제리는 하루에 수 차례에 걸쳐서 바게트를 만든다.


바게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제정되자

프랑스 정부는 전통적으로 바게트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

제빵사들을 육성하기 위한 장학금과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게트는 1970년부터 매년 400개의 아티잔 불랑제리가 폐업되고 왔으며,

특히 가족들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소규모 불랑제리를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이 몰아내고 있는 시골에서 이런 추세가 더 심각하다.

거기에 프랑스의 체면을 구길 정도로

2017년부터는 버터를 바른 바게트에 햄을 넣은 샌드위치보다

햄버거의 매출이 높아지면서 바게트의 현실과 미래는 결코 밝지만 않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가루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서

부득이하게 그들이 사랑하는 바게트의 값 역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오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바게트 제빵업자들은 기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개인적으로 진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갓 구운 바삭한 바게트를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을만큼

가장 좋아하는 음식 top 5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랑스인들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바게트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마음 같아서는 파리로 바로 날라가서

파리의 불랑제리만에서도 맛 볼 수 있는

바게트를 손으로 뜯어 먹으면서 분위기잡고 센 강변을 걷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