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31년 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지금 살고 있는 캐나다 동네로 이사 온 후,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친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분들과 함께 새해 식사를 함께 했다.
이 가족은 70년대 중반에 우리보다 5-6년 늦게 이민온 가족으로
고향도 같은 경상도이고, 성향과 이민사 배경도 비슷한 데다
자녀가 넷 있는 것까지 같아서 30년간 줄곧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온 가족이다.
매년 1월 1일에 찾아뵙고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에게 세배를 드리거나
1월 2일에 우리 집에 초대해서 같이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해 왔다.
원래 올해도 1월 2일에 우리 집에 오시기로 했는데,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2주일 뒤인 어제 일요일에 오셔서
늘 하던 대로, 세배도 드리고, 아이들에게 세뱃돈도 주셨다.
그리고 설날 음식인 떡국과
제일 좋아하시는 녹두 빈대떡과 잡채를 준비했다.
11월 말에 담은 김장김치가 마침 잘 익어서 넉넉하게 빈대떡 반죽에 넣었더니
내가 먹어도 맛난 빈대떡이 만들어져서
집에 가실 때에 잡채와 비스코니와 함께 넉넉하게 싸 드렸다.
막내딸은 아몬드 크랜베리 비스코티를 구워서
디저트 타임에 따스한 라테 커피와 함께 들었다.
새해 선물로 드린 스카프를 두르시고, 찰칵~
올해도 다 큰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자처럼 세뱃돈도 주시고,
우리에겐 커다란 와인/발사믹 식초 선물 바구니에 보답하고자
완성된 숄/스카프를 보여드리고,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선택한 것을
어머니와 막내따님 유리에게 선사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 덩달아 나도 뿌듯했다.
(유리가 올 때에는 2년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숄을 두르고 왔다.)
그런데 언제 봐도 자상하시고, 겸손하시고, 현명하셨던
90을 바라보시는 어머니께서 1년 전부터 시작된 치매/dementia가
어제 보니 그동안 더 악화되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펐다.
어머니는 3남 1녀가 아주 어릴 때에 캐나다로 이민 오셨는데
안타깝게도 막내 유리가 13살, 그리고 어머니가 46세에
남편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내셔야 했다.
그래서 당시 중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네 자녀를 혼자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대학교 건물의 청소부로 취직해서 꿋꿋하게 가장 역할을 오래 하셨다.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노고를 잘 아는 착한 네 자녀들은
반듯하게 잘 성장했을 뿐 아니라, 공부도 잘해서
세 아들은 공대를 졸업해서 현재 엔지니어로 미국과 타 도시에서 일을 하고
막내딸 유리는 법대를 졸업해서 현재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그렇게 일찌감치 홀로 되셔서,
영어도 서툴고, 특별한 기술 없이
여자 혼자 힘으로 가정을 훌륭히 이끌어 오신 산 같은 분이
이렇게 점점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에서 선생님을 하시면서 남부럽지 않게 사시다가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민 오셔서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생전 해 보지 않던 힘든 육체노동을 하시다가
69세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의 삶과 오버랩이 되면서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했다.
건강하실 때에 좀 더 자주 오셔서
언제든지 좋아하는 음식을 드실 수 있게
유리에게 더 자주 모시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오랫동안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헤어졌다.
유리가 선택한 숄 뜨개방법은 2년 전에 포스팅했으니 참고하세요.
https://nh-kim12.tistory.com/172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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