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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Travel Log/이탈리아

길고도 긴 여행 첫 날

by Helen of Troy 2023. 6. 6.

 

자정에 비행기와 이어지는 게이트 통로에 갇힌 290명의 승객들

 

4년 만에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문자가 도착했다.

로마로 가기 위해서 캘거리와 몬트리올을 경유해야 하는데

캘거리에서 떠나는 비행기가 시스템 문제로

두 시간 연착되었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이렇게 되면 몬트리올에서 떠나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시간이

불과 20분밖에 되지 않아서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조바심부터 생겼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 가방을 부치려고 하니

생각보다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에어 캐나다 서부 지역 시스템이 다운이 되어서

대부분의 비행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셧다운 상태라서

보딩 패스를 받아도 그 시간에 떠난다는 보장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에드먼턴에서 원래보다 1시간 늦게 11시 반에 

캘거리로 출발해서,

캘거리에서 예정보다 3시간 반 늦게

오후 4시에 몬트리올로 출발했다.

하지만 예정 도착시간인 밤 9시 반이면

로마로 가는 비행기가 이미 이륙한 후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이날 에어 캐나다의 거의 대부분의 비행기가

2-5시간 연착하거나 아예 취소된 탓에

밤 10시 반으로 지연된 로마행 비행기를 간당간당하게 올라탔다.

비록 5시간 비행기가 늦게 출발했지만,

그나마 같은 날 출발 할 수 있어서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좌석에 앉았다.

 

운 좋게 비행기를 탔지만, 또 다른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11시경에 승객이 모두 비행기에 착석하고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비행기는 떠날 기미는커녕,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고 통풍도 안 되는지

탁하고 습한 공기와 점점 기온까지 올라가서

마치 사우나 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나 방송 없이

승무원 포함 300명이 찜통에서 허덕거리게 되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승객 대부분들이 급하게 비행기를 타느라

끼니도 거르고 물도 못 마신 상태라서 

안 그래도 허기도 지고 목이 엄청 마른 상태여서 

개인적으로 그야말로 실신 일보 직전 상황에 놓였다.

 

이렇게 1시간이 지나면서 승객 몇 명과 승무원 한 명이

응급상황에 놓이게 되자, 그제야 비행기 문이 열리고,

비행기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국제 공합법상 인터내셔널 비행은 승객들이 일단 Security를 거치고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 만만치 않단다.

그리고 자정이 된 시간에 공항의 스태프도 거의 없는 상태라서

우리는 비행기에서는 나왔지만, 공항 빌딩 안으로도 갈 수 없게 되어서

그 사이의 좁은 공간에 갇혀서 다시 30분을 하릴없이 기다렸다.

 

 

우리는 캐나다를 떠난 적이 없는데도

황당하게 이미그레이션 수속을 밟은 후,
비행기에 부친 짐들을 찾아서 다른 비행기 편으로 부킹을 해야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의 가방이 나오지 않아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캘거리에서 몬트리올로 온 비행기가 너무 늦게 내려서

우리의 짐은 로마행 비행기에 실리지도 못하고

여전히 국내 짐 벨트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다시 도메스틱 가방 벨트로 가서 1 시간 후에 겨우 가방을 찾았다.

 

같은 시간대에 우리 비행기 외에도

4대의 비행기가 막판에 취소가 되는 바람에

그야말로 수 백명의 승객들이 줄을 서서

부킹을 하는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화가 나기보다는 헛웃음만 나왔다.

 

긴 줄에서 45분 정도 기다리는 중, 다음날 비행기에 예약이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해서 줄에서 빠져나왔지만, 직원의 부족으로 숙소는

우리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말에

새벽 2시에 여기저기 숙소를 알아본 결과

겨우 래디슨 호텔에 예약이 되어서

새벽 3시에 겨우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거의 12시간 동안 먹지를 못해서 데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했지만,

그 시간엔 여는 곳이 없다면서, 고맙게도 머핀, 요구르트, 사과가

든 런치백을 건네어주어서 일단 허기를 채우고 

정신없이 보낸 긴 하루로 지친 몸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새벽에 체크인 한 Radisson 호텔 모습

 

 

풀도 있고, 놀이터, 다양한 놀이기구, 탁구대, 체스보드 등

여러 시설들이 구비되어서 어린이가 있는 가족에겐 좋은 숙소 같다.

 

다음날 저녁 5시간 반, 예정된 시간보다 만 하루 후에 

8시간 40분 만에 FCO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첫 목적지인 아씨시로 가는 기차에서...

 

 

Foligno/폴리뇨와 큐지/Chiusi 역에서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예정보다 27시간 후에

드디어 아씨시 기차역에 무사히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