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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40년 전 서울을 회상하면서...

by Helen of Troy 2024. 7. 14.

 

 

 

7월 5일에 서울에 도착해서

예년과 달리 비도 내리지 않고

기온도 30도를 넘지 않아서 돌아다니기에 좋아서

매일 다른 동네로 편하게 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대부분 처음 간 곳이 아니라서 사진으로 남기지 않다가

서울에 온 지 1주일 후인 12일에는

숙소가 있는 충무로에서 출발해서 광화문 방향으로 걸으면서

40년 전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동네를 셀폰에 담아 보았다.

 

 

오래된 시청 건물과 현대적인 새 시청 청사

 

나는 미국 뉴욕에 본점이 있는 미국 은행에서

은행업무와 주식거래 전산화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자

1982년에 주재원 자격으로 한국 지점으로 파견 근무를 나와서

거의 4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어릴 때에 부모님을 따라서 이민을 간 케이스라서

당시 한국말도 아주 서툴고,

아는 지인이나 친구도 전혀 없고,

한국 물정과 서울 지리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IT 분야를 개발해서

한국을 포함해서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일을 임무를 맡았는데

젊은 나이의 패기와 야망으로 무모한 결정을 내리고 한국행을 택했다.

 

당연히 예상 못했던 여러 가지 난관들이 도처에서 나를 기다렸지만,

덕분에 빠른 기간 내에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와 상황들을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내 커리어에는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고,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시청 앞을 지나쳐 가기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청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새 시청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ATRIUM 형식으로 디자인되어서

쾌적하고 넓은 공간과 

창을 통해서 들어온 햇살로 환하고

덕분에 싱그럽게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어서

더운 날씨에 걸으면서 땀에 젖은 내게

시원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 주어서

안으로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렌지가 달린 나무를 보니 

어디를 봐도 오렌지 나무와 레몬 나무가 있는

시칠리아가 연상되었다.

 

 

안내 데스크와 시원한 분위기의 수족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서...

 

 

지하로 내려가서...

 

 

라운지 겸 자그마한 공연 무대가 있는 공간

 

 

내가 예전에 본 구 시청 건물

지금은 도서관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내가 이 구 시청 건물 안에 들어간 것은

1985년에 외국인인 나와 한국 국적인 남편의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서 방문했으니,

거의 4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은 국제적인 대도시로 아름답게 변했고,

나는 백발의 반노인이 되었다.

 

새 시청 옆모습

 

 

예전에는 없던 서울 광장과 플라자 호텔

플라자 호텔은 80년대에 중식당이 맛있어서

거래처 손님들과 자주 왔던 추억이 있다.

 

40년 만에 만난 코리아나 호텔을 보니 엄청 반가웠다.

말끔하게 리모델링을 했는지 멀끔해 보인다.

 

서울 시민 회관과 코리아나 호텔

교보 빌딩에 있던 시티뱅크에서 자주 밤샘 작업을 할 때에

사무실에서 제일 가까운 이 호텔에서 자주 머물렀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예전에 없던 동아일보 건물과 청계천 입구

 

 

예전엔 고가도로가 있었는데

이제는 서울의 명소이자 아름다운 자연 공간을 제공해 주는

청계천으로 변신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도 그리고 며칠 전에 이미 청계천을 따라서

동대문까지 걸었지만, 남긴 사진이 없어서

일부러 아래로 내려갔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건물의 밀림에서

이런 자연 공간으로 다시 거듭나서

누구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명소가 되었다.

 

고가도로가 있어서 삭막하고 어수선했던 청계천과

그 주변에 있던 오래된 식당과 술집들이 즐비한 무교동 모습이

이젠 희미한 추억으로 오버랩된다.

 

 

프랑스에서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나름 서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80년대의 청계천 모습에서 

과연 이렇게 아름답게 변신할지 누가 짐작이라도 했을까?

 

 

어떤 건물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건물(한일은행?/제일은행?)이다.

 

 

Spring

Coosje Van Bruggen & Claes Oldenburg

2006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는 동아일보 옛 건물과 새 건물

 

 

그리고 유일하게 예전과 같은 곳에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보빌딩

 

일하던 시티뱅크 한국 지점은  교보 건물 18층 전체를 사용했었다.

야망과 꿈이 컸던 나의 20대 중반을 보냈던 곳이라서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건물이다.

 

건너편에 있던 국제 극장 자리엔 롯데관광 빌딩이 들어서 있다.

 

 

40년 전보다 길 폭이 엄청 넓어진 광화문 거리

 

 

예전에 내가 기억하는 교보 빌딩 뒤는 

허름한 해장국 식당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로 꽉 차 있다.

추억을 떠올려 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서 못내 서운하다.

 

 

서울에 오면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인 교보문고에 왔다.

40년 전에 교보빌딩 지하는 식당들이 많아서

직장인들이 주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점심 식사를 해결했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내가 한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내 사무실도 구경하고

직장 동료와 상사들 그리고 나의 비서들까지 만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는데,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나고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광화문 대로에 갑자기 무장을 한 군인들과

트럭들에 탱크까지 나타나 길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너무도 놀라서

당황한 나머지 북한군에 쳐 내려온 줄 알고

거의 패닉 상태에 몰려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했다.

 

다행히도 어떤 분이 지하로 가야 한다면서

그 손에 이끌려서 황급히 내려갔더니

다행히 지하에 머무는 사람들의 표정이 지극히도 평온해서

위급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감지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날이 공교롭게도 매달 실시하는 민방위 훈련날이었는데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필이면 한국에 오자마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나의 운명이 너무 억울해서 눈물까지 찔끔거렸던

어처구니없는 추억도 가지고 있다.

 

이날도 이곳에서 2시간을 머물면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도 하고

악보 다섯 권과 뜨개질 책 두 권을 사서

가방에 넣었더니 무게가 꽤 되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서울에서 나의 두 번째 직장인 체이스 맨해튼 은행이 있던

을지로 입구 동네로 갔더니

좁은 골목에 그 많던 낙지볶음, 오징어 볶음 식당

커다란 극장식 카바레, 술집들은 다 사라진 지 오래이다.

 

예전보다 주위가 산뜻해졌지만

훈훈하고 정겨웠던 모습이 그립다.

 

 

예전에 체이스 맨해튼 은행과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이 있던 안국화재 건물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내가 기억하던 자리에 이 건물이 들어선 것 같다.

 

 

예전에 두산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 곳엔

하나은행 빌딩이 자리 잡은 듯하다.

(Maybe not...)

 

 

은행 맞은편에 위치한 롯데 호텔 건물

그 옆에 있는 롯데 백화점 건물은 처음 본다.

체이스에서 일할 때에 밤샘 작업 때에

자주 묵었던 호텔이라서 내심 반가웠다.

 

 

뜨거운 낮 열기를 피해서

돌아올 때는 지하상가 길을 통해서 충무로까지 걸어갔다.

가면서 오른쪽에 보이는 명함 가게에서

재미로 내 명함을 만원 주고 200장을 주문했다.

 

이렇게 한 나절을 20대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패기와 열정을 다해서 일을 했던 추억의 거리를 

오랜만에 구석구석 걸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