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장만한 자전거를 타고 첫 시승을 하기 전에...
지난 화요일 오후에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려고 준비를 하고 차고로 갔더니
아니 이럴 수가!
어제까지도 2시간을 잘 타고 세워 두었던
내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날이 더워서 차고 안이 덥기도 하고
차고를 청소하려고, 잠시 차고 문을 열어 둔 사이에
누군가가 내가 오랫동안 아꼈던 자전거를 훔쳐 간 것을 알자
너무도 황망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서
도로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마음이 어수선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막내에게 출근할 때에 차 앞에 세워 둔
내 자전거를 보았냐고 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자초지종을 듣고, 낙담하고 있는 엄마를 생각해서
1시간 일찍 퇴근을 해서 집으로 바로 달려왔다.
좋아하는 화사한 보랏빛의 새 자전거
나는 50이 넘어서 뒤늦게서야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웠다.
처음 3년간은 남편이 타던 자전거를 타고
겁도 나고 자신이 없는 데다가 재미도 없어서 집 주위만 맴돌기만 했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 지 4년 차가 되면서
드디어 처음으로 큰맘 먹고 내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렇게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해서
엄청 애착이 가고 정이 많은 들었던 자전거라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 같은 존재를 감히
훔쳐간 놈이 너무도 야속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 12년 동안 겨울을 제외하고
1주일에 평균 8시간을 타서 매주 약 200 km를 달렸으니
지금까지 총 80,000 km를 페달을 밟아서
장장 지구를 두 바퀴 돈 셈이다.
덕분에 자전거 기어와 체인도 세 번 바꾸고,
타이어도 두 번 갈아야 했다.
물론 그동안 새 자전거를 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전거가 내 체형과도 잘 맞고,
특별히 불편하거나 고장이 나지도 않아서
마모된 부품을 갈아서 긴 세월을 함께 해서
그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런 배경을 잘 아는 막내는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나를 억지로 등 떠밀어서, 남편을 앞세워서
도시에서 제일 큰 자전거 가게로 데리고 갔다.
3x9 총 27단 기어의 예전 자전거와 달리 9단 기어이며 승차감이 좋았다.
못 이기는 척 덜렁덜렁 따라나섰지만,
일단 넓은 매장에 진열된 수많은 자전거들을 보자,
스멀스멀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전거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능, 외관, 테크놀로지, 값 그리고 안전성을 고려해서
일곱 대의 자전거를 하나씩 시승해 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위에 보이는 자전거를 찜했다.
그리고 마치 아이가 된 양 신이 나서,
페달, 벨, 손잡이, 안장, 물병, 헤드/테일 라이트 등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내 취향에 맞게 골라서 설치를 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으로 싣고 왔다.
바로 다음날인 수요일부터,
새 자전거를 테스트도 해 보고시승감도 익히고, 적응도 할 겸
4일을 계속해서 거리를 달렸다.
아직은 뭔지 어색하긴 해도
역시 새것이 좋고 돈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새 자전거는 큰 힘이 들지 않아도 씽씽 앞으로 잘만 나갔다.
그래서 이렇게 새 자전거를 바로 장만할 수 있게 도와준
자전거 도둑에게 원망 대신 감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로 만났으니
앞으로 오랫동안 큰 사고 없이 함께 하길 바라고 싶어 진다.
새로 장만한 새 차 앞에 선 맏딸
두 딸 다 만 16세부터
그동안 엄마 아빠가 타던 차들을 헐 값에 사서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새 직장도 얻었고,
이번엔 연봉도 올랐고,
타고 다니던 차도 연식이 많이 되어 가서
큰맘 먹고 처음으로 새 차를 구입해서
오늘 드디어 집으로 몰고 왔다.
이제 자신만을 위한 새 차도 샀으니
다음 목표인 본인의 집 마련하기도
멀지 않은 미래에 달성할 때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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