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고 대학교까지 졸업한 남편은 오랫동안
매년 7월 한달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러
서울을 방문해 왔는데
여러 중고등 학교 친구와 대학교/대학원 친구와 후배
심지어 직장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엄청 신이 나 있다.
그래서 강의가 없는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이들과 찐한 회포를 풀기 위해서
매일 저녁에 친구들과 식사 약속이 이어져서
정작 나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에 반해서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서 이민을 간 나는
단 한 명의 학교 친구도 없고, 친척도 거의 없고,
잠시 한국에 근무할 때메 만난 동료를 만날 길도 없다보니
내가 서울에서 만나는 사람은 거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블친들이다.
이번 서울 방문 중에 고맙게도 선뜻 만남을 허락해 주신 분들과
맛난 음식을 함께 하면서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7월 12일
서울에서 가진 블친과의 첫 만남은 인사동에서 가졌다.
이날 만난 분은 블친으로 알고 지낸 기간은 약 3년으로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블로그 상에서 서로 통하는 면도 많았고,
올려 주신 글도 공감이 많은 데다가,
최근에 남편의 중고등학교 선배라는 것도 알게 되어서
부부 동반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마침 블친님의 사모님이 참가한 전시회 갤러리에 함께 가서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한 후,
'여인만'이라는 한식당에서 함께 남도의 푸짐한 저녁 식사를 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식당 아줌마가 문 닫는 시간이라고 나가라고 할 때까지
스스럼없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냥 헤어지기에 아쉬워서
근처에 있는 전통 찻집으로 바로 이동해서
찐한 맛의 대추차를 함께 마시면서
이곳에서도 문을 닫을 시간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 후,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7월 13일
수많은 사람들이 식당 밖과 안에서 대기 중인 우래옥
그다음 날은 서울에서 이미 몇 번의 만남을 가진 오래된 블친분과
우래옥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내가 냉면을 좋아한다고 하니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래옥에서 11시 2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나의 착각으로 15분 늦게 11시 35분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서 부랴부랴 등록을 했더니,
우리 앞에 자그마치 159 팀이 대기 중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뒤에도 계속해서 대기 손님이 몰려들고 있어서
말로만 듣던 오픈런을 직접 경험해 보게 되었다.
1시간 정도면 우리 차례가 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무려 2시간 20분 후인 오후 2시에 드디어 테이블에 앉았다.
덕분에 기다리면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느긋하게 나누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배는 고팠다.
2시간 20분을 기다릴 정도의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냉면 맛은 좋았지만, 양은 허기를 채워 줄 정도록 넉넉하지 않았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서 너무 빨리 끝난 식사가 아쉬워서
요즘 뜨고 있다는 카페로 가기 위해서 2호선 전철을 탔다.
서울의 맛 좋은 식당과 카페를 섭렵하고 계신 블친분이
추천한 카페는 '블루보틀'이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는 젊은 손님들로 북적거려서
요즘 소위 말하는 핫플의 면모를 보게 되었다.
내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블친님 덕분에
올해도 내가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가 반갑게 맞아주는 분이 계신다는 것도 복이다.
7월 15일
이번 모임은 내가 멋도 모르고 시작한 블로그의
아주 초창기인 2008년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블친 두 분이다.
한 분은 인천, 또 한 분은 부천에 살아서 내가 서울을 올 때마다
늘 교통이 편한 신도림역에서 만남을 가져왔다.
올해도 늘 하던 대로 현대백화점 식당가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카페로 이동해서 장장 다섯 시간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자주 만나지는 않아도
무려 16년간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서로 스스럼없이 편한 관계를 이어온 인연이 고맙기만 하다.
7월 18일
남편의 대학교와 직장 후배이기도 하고
미국 유펜 대학원 후배 부부와
2년 만에 만나서 서촌의 한 식당에서 함께 한 보리굴비 한 상
7월 19일
명동 중식상 '개화'에서 먹은 난자 완스
워낙 선교회의 미래, 철학과 종교, 인간관계 등
다양한 얘기에 열중하다 보니 후에 시킨
버섯 덮밥, 유산슬 덮밥 그리고 짜장면 사진을 아쉽게 담지 못했다.
이 날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외방선교회 소속 최 신부님과 10여 년 만에 반가운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최신부님은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선교 활동을 하시다가
작년에 귀국하셔서 선교회 50주년 행사를 위해서
다방면에 걸쳐서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는 와중에도
우리와의 식사 시간을 두 번이나 내주셨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의 맺은 인연 덕분에
우리는 살다가 힘들거나 어려울 때에
헤쳐 나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되고,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나의 삶을 반추할 수 있어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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