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파티 같은 감동적인 그레이스의 장례식

by Helen of Troy 2024. 10. 26.

 

장례식이 열린 교회 입구 테이블은 그레이스가 만든 퀼트로 덮여 있고,

그레이스가 젊었을 때의 사진이 놓여 있다.

 

 

오늘 10월 26일 오후 1시에 리버벤드 연합교회에서 열린

30년간 알고 지내던 그레이스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그레이스의 남편 아놀드는 

내가 199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RES 합창단 테너 멤버이자

합창단 회계 일을 오래 맡아서 활동하다가

10년 전에 일과 합창단에서 은퇴를 했다.

은퇴 후에도 아놀드와 그레이스 부부는

합창단 공연과 다양한 행사에 꼭 참석하기도 하고

합창단을 위해서 기부도 아끼지 않은 팬이기도 했다.

 

합창단 활동 외에도, 우리 집에서 갖는 크리스마트 파티나

티 파티에도 자주 오셔서,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친분을 이어왔다.

우리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4월에도 함께 만나서 커피를 마셨는데,

안타깝게 그레이스가 노환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레이스는 1934년 11월 29일에 캘가리 근교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서,

만 90세를 채우지 못하시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레이스와 아놀드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놀드의 학교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서로 만나서 첫눈에 반해서

1957년에 결혼해서 67년을 해로했으며,

결혼 직후인 1958년부터 에드먼턴에 거주했다.

 

 

결혼 후 그녀는 시청에서 비서로 근무하면서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면서도

좋아하는 재봉일과 퀼팅 작업 그리고 여행을 즐기면서 지내셨다.

 

장례식이 열린 교회 주위와 제단에도

그녀가 생전에 만든 퀼트 소품들로 꾸며질 정도로

오랫동안 퀼트에 매진했었다.

 

 

그레이스가 2-30대에는 붉은색을 좋아해서

그녀의 옷은 물론, 집 인테리어, 그녀의 차 등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졌다가

50대 후부터는 파란색으로 갈아타면서

그녀의 퀼트 소품과 의상들도 파란색으로 대체되었다.

 

아놀드가 우리에게 보낸 장례예절 초청장에도

그레이스가 좋아하는 화사하고 밝은 톤의 의상을 입고 오라는 당부로,

 이날 오신 대부분의 조문객들이

그녀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화려한 원색 옷을 입고 오셨다.

 

보통 장례식은 엄숙하면서 슬프고, 분위기가 무겁기 마련인데

그레이스의 장례식은 위의 장례 예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삶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Celebration of Life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식 전에 연주된 곡들도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팝송 세 곡으로 시작해서,

찬송가들도 슬프고 느린 노래 대신에 빠른 템포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고,

퇴장 음악은 아바의 '댄싱 퀸'이 신나게 흘러나와서

오신 조문객들이 어깨를 들썩들썩 춤을 추면서 웃는 얼굴로 퇴장했다.

 

 장례 예배 프로그램에 담긴 아놀드가 그레이스에게 쓴 편지

 

나의 솔메이트인 그레이스에게,

 

우리가 첫 댄스를 추기 시작할 때부터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 날밤 그대와 함께 춤을 추던 내내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대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25406이라고 속삭이던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대의 미소; 주위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의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서로 혼인 서약을 하던 때의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 세상에 두 자녀를 양육한 당신을 사랑했어요.

나를 위해서 늘 헌신하고 응원하던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대 특유의  유머를 지닌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친구들과 함께 즐긴 시간 속의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리게 한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늙어가면서 점점 당신을 더 사랑했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

 

우리가 함께 한 많은 추억을  나는 소중히 간직하고 기념할게요.

우리는 멋진 커플이었어요!

 

아놀드

 

 

 

 

 

아놀드와 그레이스가 4년 전에 우리 동네로 이사오기 전에

60여 년간 다닌 교회의 목사님이 오셔서 성서 봉독과

이 부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해 주셨다.

 

 

그레이스의 딸 캐서린과 아들 데이브(뒤)가

엄마와 함께 한 추억들을 재미나고 편안하게 들려주었다.

 

 

이어서 우리 합창단의 공연 무대에 

자주 테너 솔로로 활동한 존 테시에 씨가

그레이스를 위해서 헨델이 작곡한 오페라 Semele에 나오는

아리아 Where E'er You Walk를 불렀다.

 

솔로 동영상

 

그레이스 아놀드 부부는 지난 수 십 년간 다양한 단체에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지원해 와서 '자선가'라는 수식어들이 따라다녔다.

 

아놀드는 공업 전문대에서 전기를 공부해서

자신의 전기 설비 회사를 차려서 70대 후반까지 일을 했다.

그래서 모교의 자매 학교인 NAIT 공대 전기과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수 십 년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그레이스 역시 당시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드물 때

단과 대학에서 부기, 속기, 타이핑을 공부하고

1950년대 말부터 일찌감치 워킹 맘으로 살았다.

이 시절에 자신의 겪었던 어려웠던 상황을 잊지 않고

매큐언 컬리지에 도움이 필요한 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

 

우리 복덩이 아들도 즐겨 찾는 '캠프 He-Ho-Ha'(Health-Hope_Happiness)의

대표 Joan Nielsen 씨가 그레이스를 추모하는 말을 하고 있다.

 

이 부부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지어진 캠프 히호하에도

지난 25년간 지원을 한 덕분에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되어서

많은 지체/정신 장애인들이 편하게 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이어서 아내를 추모하는 남편 아놀드

 

그리고 이 부부는 에드먼턴 오케스트라, 에드먼턴 오페라단에

오랫동안 기부를 해 왔는데,

3년 전부터 재능 있는 성악가를 배출하기 위해서

Rumbold 성악 경연대회를 시작해서

매년 촉망받는 젊은 성악가들에게 큰 상금을 수여해 왔다.

 

올해 결승에 오는 성악가들의 최종 결선 무대이자 연주회가

오는 11월 8일에 열릴 예정이다.

어제 받은 이메일에 이 공연은 그녀를 추대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성악가들은 넓은 세계 무대로 나가서 활동을 펼칠 발판이 되었다.

 

그레이스가 만든 퀼트가 덮인 제대

 

이처럼 이 럼볼드 부부는 평생 자신들은 아주 검소하게 사시면서

(30년간 그녀가 입은 의상은 4-5벌로 늘 같은 복장이셨다.)

오랫동안 재능 있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자들을 위해서도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평생을 사셨다.

 

장례식이 끝나고 지하실로 내려가니 두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하나는 사진 앨범이 놓였고, 또 하나는 그녀가 사용하던 오래된 소품들이었다.

그녀의 손 때가 묻은 난생 처음 보는 속기 사전, 

옷을 만들 때 사용하던 옷 패턴 본이 나의 길을 끌었다.

 

 

그녀가 자주 쓰던 빨간 모자, 오래된 필름 박스와 천 견본들...

 

 

조촐하게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서

모두들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과 담소를 즐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의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좋은 본보기를 몸소 보여 주고 편안하게 떠난

그레이스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이

내게는 큰 축복이고  소중한 선물이 되어 주신

그녀를 위해서 'In Paradisum' 그레고리안 성가를

반복해서 불러 드렸다.

 

 

 

 

아래는 어제 이메일로 받은 에드먼튼 오페라단이 그레이스를 추모하는 글

 

 

In Memory of Grace Rumbold

It is with heavy hearts that we have to share that Grace Rumbold has passed away.

Grace Rumbold, alongside her husband, Arnold Rumbold, have been steadfast supporters of the arts in Edmonton since 1960 when they began attending concerts with the Edmonton Symphony Orchestra, back when they were still performing at the Jubilee Auditorium. 

Since that time, Grace was devout in not only supporting the arts but also dedicated her time to other philanthropic areas such as the Trans Canada Trail, Edmonton Symphony Orchestra, Edmonton Opera, and supporting women in the trades. 

Three years ago, Grace and Arnold, approached Edmonton Opera with a proposal: The Rumbold Vocal Prize. A nation wide opera competition focused not only on competition but also skill building, networking, and only available to up and coming artists. 

 

Grace and Arnold Rumbold with the Rumbold Vocal Prize finalists and Master Clinician, Isabel Bayrakdarian 2023/24

Grace was always such a warm presence at these events, and you could feel her passion for opera when she was in the room. Artists were warmly greeted, cheered on, and congratulated once they came off the stage. 

Grace Rumbold's love of music and love of community made an indelible mark on Edmonton through their incredible generosity, and she will be dearly missed by her opera family.

With the Rumbold Vocal Prize approaching in November, we invite you to join us in celebration of Grace Rumbold’s remarkable legacy at the Rumbold Vocal Prize Concert. Thanks to her lasting vision and generosity, we continue to support and uplift emerging opera artists across Canada, ensuring that her impact lives on through this meaningful initiative.

 

 

Farewell, G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