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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노화현상의 불편함(1)

by Helen of Troy 2024. 11. 18.

 

11월 17일 일요일 오후 세시 반 산책 길에 

높은 상공을 무리 져서 날르는 캐나다 구스 떼를 만났다.

 

 

오늘 성당을 다녀온 후,

평소처럼 산책을 나갔다.

기온이 영하 1도라서 그렇게 춥지는 않았지만,

잔뜩 구름이 끼어서 오후 3시인데도

어두컴컴해서 마음도 찌뿌둥하다.

 

나는 산책을 나서면, 평소 75-85분을 빠르게 걷는다.

2시가 이상 충분히 더 오래 걸을 수 있는데도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화장실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11월 초에 첫눈이 내려서 호수도 얼어붙었고,

늘 상주하던 캐나다 구스 가족들도 다 사라져서

따스한 남국으로 피한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았다.

 

 

때로는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더 오래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낭패를 본 적이 더러 생기게 되고,

그래서 마지막 1-2 km는 뛰어도 온 적도 많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5km를 큰 무리 없이 뛸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전적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1.5 리터 물병을 들고 나서서

물을 다 마시면서 편하게 1시간 반 이상을 걸을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는지

1시간 반을 넘기기가 어려워졌다.

 

너무도 높이 날라서 줌으로 당겨도 새들이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어림짐작으로 최소한 150마리는 되어 보이는 무리들이

지구온난화 탓인지 여전히 울 동네에 머물고 있다.

 

 

올해 여름에 시칠리아를 방문했을 때에

차를 렌트해서 24일간 운전하면서 이동할 경우에도

이런 이유로 절대 좋아하는 커피는 물론

사막송 기후로  날이 엄청 건조하고 더워도

될 수 있는 한,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북미처럼 하이웨이에 정기적으로 소재한 주유소에 들러서

주유도 하고 의례히 화장실도 갈 수 있는 반면,

시칠리아 하이웨이는 그런 시설도 없고,

90% 이상 이동 경로가

아주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주로 이용해야 했다.

 

드라이빙을 워낙 좋아하고 길눈도 밝아서

생소한 여행지에서도 네비 없이 쉽게 목적지를 잘 찾고,

시속 200 km 이상으로 아우토반 길도 여유 있게  달리던 나지만

시실리섬은 길 상에 주유소는커녕

지형이 험해서 인터넷(네비)도 뜨지 않고,

삭막하고 한적해서, 화장실 문제가 내 발목을 잡았다.

 

한 번은 타로르미나에서 체팔루로 가는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분명히 화장실 시설이 있다는 표지를 두 번이나 보고

빠져나왔는데, 있어야 할 화장실이 없어서 큰 낭패를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남편이 우스개 소리로 앞으로는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운전을 해야겠다는 말에

화는 났지만, 현실적으로 수긍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기도 했다.

 

어제 아침 거의 남쪽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뜨는 모습

 

 

그래서 근래에는 무대에서 합창 공연을 하거나,

오늘처럼 성당 미사 중에 솔로 성가 봉사를 할 때나,

음악회나 연극 등을 보러 갔을 때도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반드시 화장실부터 다녀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상황들이 하나씩 발생하면서

서글프고 외면하고 싶지만,

이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