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Adolescence' 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내가 구독하는 뉴욕타임스, 런던 가디언지, 월스트리트 저널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에 일제히 올라왔다.
그리고 하나같이 별점 5를 주면서
내용도 요즘 현실에 걸맞고, 각본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리얼하다는 호평 일색이다.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에 첫 편을 보았는데
시작부터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넘치고
각 배우들의 다양하고 리얼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이 드라마의 각본은 Jack Thorne/잭 쏜과
이 드라마 속에 제이미의 아버지 역을 맡은
Stephen Graham/스티븐 그래엠이 공동으로 썼고,
Phillip Barantini/필립 바란티니가 감독을 맡았다.
제이미의 부모 역을 맡은 크리스틴 트레마르코와 스티븐 그래엠이
Christine Tremarco and Stephen Graham
체포된 아들을 따라 경찰서에 온 모습
4편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는 경찰이
13세의 제이미 밀러/Jaime Miller 집에 들이닥쳐서
제이미의 학교 친구 케이티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65분 길이의 첫 에피소드는
주로 경찰의 시각으로 -- 직접 체포를 주도하고,
구치소에 수감시키고, 조사를 담당한
형사 버스컴/Bascombe과 프랭크/Frank가
확실한 증거를 근거로 제이미를 담담하게 취조하는 모습과
갑작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 모든 것들을
너무도 두려워하고, 계속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제이미를
관객들은 그저 안타깝게만 볼 수만 없다.
하지만 보기에도 그저 순진한 어린아이 같기만 제이미가
지문을 뜨고, 검사를 피해서 피도 뽑고, 몸수색을 하는 와중에도
이를 진행하는 모든 어른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이나 이를 진행하는 관계자들 모두 힘들어하고
이 과정들이 평소보다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리고
다소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경찰 취조실에 앉아 있는 제이미와 아버지
그리고 드라마는 13개월에 걸쳐서 이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의혹에서
깊은 슬픔으로 이어지는 것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이미를 조사하는 형사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케이티를 살해한 범인이
확실한 증거들을 토대로 제이미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보다는
제이미가 왜 케이티를 살해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이 드라마는 온라인 세상에서 요즘 틴에이저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온라인에 올라온
내용을 어떻게 모니터 하고 이해하는지도 보여준다.
제이미가 미성년자이기에 경찰 조사하는 과정에 동석할 인물로
엄마 대신에 뜻밖에 그의 아버지 에디/Eddie를
'합당한 성인/appropriate adult' 요청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바스컴 형사 역을 맡은 애쉴리 월터스가 제이미의 학교를 찾아가서
주위 친구들의 증언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Ashley Walters as Detective Inspector Luke Bascombe
드라마의 2편은 사건이 일어난 며칠 후,
제이미가 다니는 학교가 배경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막 사춘기가 시작된 학생들과
이를 다양하게 컨트롤하려는 선생님들의 힘든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사건의 발단이 된 요즘 학생들의 관심과
태도에 대해서 시쳇말로 뼈 때리는 돌발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 사건 수사에 어려움에 부닥친다.
요즘 인터넷 세상과 용어들을 아버지 바스컴 형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형사의 아들
형사들은 케이티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incel'에 관한 글과 야한 사진들과 혐오성 댓글들이
빠르게 막 사춘기에 들은 남학생들과
고학년 남학생들에게 퍼져나간 것을 발견한다.
'인셀/incel'이라는 새롭게 부상하는 단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들의 관심을 성적으로
여성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젊은 남성을 의미한다.
이들은 성적으로 보통의 남성과 다름없으며
성적으로 주로 여성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self-identified incels/스스로 인셀이라고 인정' 하는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무명으로 서로 이 문제에 관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사건을 맡은 바스컴 형사은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결국 제이미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통해서
케이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모지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
사건의 원인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간다.
3편에 등장한 제이미와 아동 심리학자 브리오니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3편인데,
이 에피소드는 오로지 제이미와
법정에 가기 전에 독립적인 정신감정 리포트를 위해
의뢰한 소아 심리학자인 브리오니/Briony만 등장한다.
브리오니의 냉철하고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화법으로
제이미를 서서히 다가가서, 제이미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과 직시하게 만드는 장면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Erin Doherty as a child psychologist
and Owen Cooper as a 14-year-old boy accused of murder
아울러 이 에피소드는 이 사건을 취조하는 형사를 포함해서
아동을 상대하는 심리학자 브리오니마저도
예측하기 힘든 제이미의 폭력적인 리액션으로부터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제이미 역할을 맡은 15세의 오웬 쿠퍼/Owen Cooper는
약 500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 역을 꿰찼다.
그 역이 쿠퍼의 첫 연기 작품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여자를 혐오하는 사춘기 소년의 미묘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각본을 쓰고 제이미의 아버지 역을 맡은 에디 밀러가
이 드라마의 엔딩 부분에서
아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겠다는 말을 듣고
아들이 없는 빈 방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후의
아버지 에디, 어머니 만다 그리고 누나 리사가
예전처럼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각자 여러모로 애쓰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도 애처롭다.
이런 사건이 생길만한 가정폭력이나 방치 그리고
숨기고 싶은 가족의 비밀 등 뻔한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 어린 소년은 살해를 범하게 되고,
다른 소년들은 그러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제이미가 살인자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한
이웃들은 물론 생판 모르는 이들까지 이들을 다양한 양상으로 괴롭혀서
남은 가족들은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버지 에디는 남자라는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고
분노 조절이 어렵고, 소통도 서투른 전형적인 아버지도
그의 아버지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인간의 복원력/reselience을 보여주어서
그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500대의 1 경쟁을 뚫고 제이미 역을 맡아서 열연한 15세의 오웬 쿠퍼
요즘 세상을 살고 있는 사춘기 소년들은 누가 무엇을
그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지,
그리고 점점 위험하고 불가능한 세상을
어떻게 헤처 나갈지에 대한 우리들의 기대와
그리고 남성다움/masculinity의 콘셉트를
사춘기의 학생들과 젊은 청년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그리고 피해자를 계속 입에 올려서
우리들이 이 문제에 관해서 해결책을 찾는 동안
이 드라마에서 '합당한 성인'으로 지목된 아버지 에디는
그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까 보다는
아버지로서 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무엇을 할 수 있었던 가에 고민을 하는 아버지 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합당한 성인'이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서 긴 시간을 일을 해야 하는
블루컬러 아버지가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무슨 수로 사전에 막을 수 있을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방과 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만연한 소셜 미디어 상으로
이제 막 성인으로서 성장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소년들을
여러 가지 이유와 방법으로 직접적으로 혹은 인터넷상으로
왕따를 하고, 이 왕따를 당한 이들은 당한 대로
그대로 대물림받아서 'toxic men'이 되는 이 사태의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또 우리들은 어떻게
이를 해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족: 혹시나 해서 이 드라마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니
이 드라마의 제목을 '소년의 시대'라고 표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영어 제목도 그렇고,
AI와 가짜 뉴스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사춘기를 막 시작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사춘기'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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