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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함박눈을 맞으면서 자작나무 숲속을 걷는 행복 & 세 편의 로버트 프로스트의 영시

by Helen of Troy 2025. 2. 1.

 

 

그저께부터 내리던 눈이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늘 습도가 낮아서 푸석거리는 싸래기 눈이 아니라

솜사탕처럼 탐스럽고 커다란 눈송이가

온 동네에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매일 정확히 6시 50분에 일어나는

복덩이 아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을 먹고 나서 눈을 치워 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두 딸들이

눈이 너무 쌓여서 치우는 데 힘이 들지 않기 위해

2시간 간격으로 집 앞 드라이브웨이와

 집 앞 인도에 쌓인 눈을 치웠다.

 

 

점심 식사 후 내 차례가 돌아와서

2시 즈음에 눈을 치운 후,

기온이 영하 10도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오랜만에 내리는 탐스러운 함박눈을 맞고 싶어서

집 뒤 자작나무 숲으로 향했다.

 

 

눈송이가 워낙 커서 쓰고 나간 안경을 가려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길에 첫 발자국을 내딛으면서

뽀드득 소리를 듣는 것으로만으로도

잔잔한 행복감이 스며들었다.

 

 

아무 소리나 나지 않은

너무도 고요한 숲 길을 걷노라니,

절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영시 구절이 반복해서 되네이게 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마지막 연에서 묘사했듯이,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울창하지만,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며,

자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구절이

예전에 자주 읽을 때는 몰랐던

심오하면서도 심플한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숲길이 두 갈래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눈이 내리는 날엔 너무 폭이 좁아서

잘 가지 않은 좁을 길로 접어들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큼 폭이 좁은 숲길이지만

누군가가 이미 다녀가서 나처럼 그 뒤를 가는 사람이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고마운 길이다.

 

 

이 좁고 때로는 너무 가파르고

조심하지 않으면, 앙상한 나뭇가지가 

여기저기를 찌르는 이 구간에서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암송하면서 걸었다.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계속 휘날리는 함박눈을 40분 정도 이 구간을 걷다 보니

화장실을 해결해야 해서 

아쉽게 발을 돌렸다.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은 

이 보호구역 숲의 자작나무들과 아스펜 나무들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나무들이 

제 멋대로 자라고 있다.

 

Shrub 에도 하얀 눈꽃이 피었다.

 

 

빽빽한 자작나무 숲에 휘날리는 함박눈은

아름다운 수묵화 그 자체이다.

 

이 구간에서 울 동네 터줏대감인

magpie떼가 후드득 날아가면서

고요함을 깨트린다.

 

Dust of Snow

By Robert Frost


The way a crow
Shook down on me
The dust of snow
From a hemlock tree

Has given my heart
A change of mood
And saved some part
Of a day I had rued.

 

 

이 짧고 심플한 영시가 묘사한 대로

새들이 날아가면서 후드득 떨어지는 함박눈으로

아침만 해도 여러 가지 당면한 일로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하다.

 

숲을 나왔지만 함박눈은 여전히 멈출 줄 모른다.

 

 

 

 

집을 나온 지 불과 1시간 반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눈이 7-8 cm 더 쌓여서

발이 푹푹 빠져서 돌아가는 길이 녹녹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그동안 쌓인 눈을 또 다시 치우워야 했다.

눈 때문에 행복했고, 운동까지 잘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