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내리던 눈이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늘 습도가 낮아서 푸석거리는 싸래기 눈이 아니라
솜사탕처럼 탐스럽고 커다란 눈송이가
온 동네에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매일 정확히 6시 50분에 일어나는
복덩이 아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을 먹고 나서 눈을 치워 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두 딸들이
눈이 너무 쌓여서 치우는 데 힘이 들지 않기 위해
2시간 간격으로 집 앞 드라이브웨이와
집 앞 인도에 쌓인 눈을 치웠다.
점심 식사 후 내 차례가 돌아와서
2시 즈음에 눈을 치운 후,
기온이 영하 10도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오랜만에 내리는 탐스러운 함박눈을 맞고 싶어서
집 뒤 자작나무 숲으로 향했다.
눈송이가 워낙 커서 쓰고 나간 안경을 가려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길에 첫 발자국을 내딛으면서
뽀드득 소리를 듣는 것으로만으로도
잔잔한 행복감이 스며들었다.
아무 소리나 나지 않은
너무도 고요한 숲 길을 걷노라니,
절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영시 구절이 반복해서 되네이게 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마지막 연에서 묘사했듯이,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울창하지만,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며,
자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구절이
예전에 자주 읽을 때는 몰랐던
심오하면서도 심플한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숲길이 두 갈래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눈이 내리는 날엔 너무 폭이 좁아서
잘 가지 않은 좁을 길로 접어들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큼 폭이 좁은 숲길이지만
누군가가 이미 다녀가서 나처럼 그 뒤를 가는 사람이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고마운 길이다.
이 좁고 때로는 너무 가파르고
조심하지 않으면, 앙상한 나뭇가지가
여기저기를 찌르는 이 구간에서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암송하면서 걸었다.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계속 휘날리는 함박눈을 40분 정도 이 구간을 걷다 보니
화장실을 해결해야 해서
아쉽게 발을 돌렸다.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은
이 보호구역 숲의 자작나무들과 아스펜 나무들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나무들이
제 멋대로 자라고 있다.
Shrub 에도 하얀 눈꽃이 피었다.
빽빽한 자작나무 숲에 휘날리는 함박눈은
아름다운 수묵화 그 자체이다.
이 구간에서 울 동네 터줏대감인
magpie떼가 후드득 날아가면서
고요함을 깨트린다.
Dust of Snow
By Robert Frost
The way a crow
Shook down on me
The dust of snow
From a hemlock tree
Has given my heart
A change of mood
And saved some part
Of a day I had rued.
이 짧고 심플한 영시가 묘사한 대로
새들이 날아가면서 후드득 떨어지는 함박눈으로
아침만 해도 여러 가지 당면한 일로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하다.
숲을 나왔지만 함박눈은 여전히 멈출 줄 모른다.
집을 나온 지 불과 1시간 반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눈이 7-8 cm 더 쌓여서
발이 푹푹 빠져서 돌아가는 길이 녹녹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그동안 쌓인 눈을 또 다시 치우워야 했다.
눈 때문에 행복했고, 운동까지 잘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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