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 만들어 본 흑미 김밥
2월 말에 1년에 정기적으로 두 번 하는 피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에 관해서 상담을 하기 위해서
패밀리 닥터와 만났더니 다행히도
6개월 전에 했던 피검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단다.
그런데 지금까지 늘 90 mL/dL 이하였던 혈당 수치가
98이 나왔다고 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앞으로는
식단에 좀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주변의 지인들이나 친구들 중에서 60이 넘으면서
당뇨병과 고혈압이 시작되면서
약을 먹기 시작했던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했지만,
평소에도 육류보다는 나물, 채소와 생선을 즐겨 먹고
과거 20년간 50 Kg 몸무게를 죽 유지해 왔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운동도 하고,
오히려 저혈압 문제로 가끔 픽 쓰러지기도 해서
당뇨와 고혈압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만 여겨왔다.
그리고 젊어서나 나이가 들어서는
건강에 대한 과신 역시 어리석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가 뜻밖의 검사 결과를 듣고
지금까지 성인병 위험군에 소속되지 않았던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해 갈 수 없다는 서글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제일 쉽게 바꿀 수 있는 식습관이 뭘까 생각해 보니
평소에 별생각 없이 먹어 온 흰 밥 대신에 잡곡밥으로,
그리고 좋아하는 떡부터 줄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일환으로 나나 딸들이 일과 행사로 너무 바빠서 함께 앉아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없을 때에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만드는
김밥 재료로 백미 대신에 흑미찹쌀을 사용해서 처음 만들어 보았다.
남편을 제외하고 우리 가족은 식감도 뻣뻣하고 껄끄러운
잡곡이나 콩 종류가 들어간 밥을 즐기지 않아서
흑미로 김밥을 만들면 맛이 어떨지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딸들도 열일하면서 집어 먹었더니
오히려 김밥보다 고소하고 쫀득해서 좋다는 평가를 해 주었다.
덕분에 요즘 세금정산 시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맏딸과
프로그램 홍보로 다양한 영상을 찍느라 정신없는 막내,
그리고 합창 공연을 앞둔 나는 새롭게 시도한 김밥으로
편하게 끼니를 때우고 각자 스케줄을 소화했다.
매콤하지만 싱겁고 아삭아삭하게 만든 겉절이 김치와
처음 만든 흑미 김밥과 함께 샐러드처럼 곁들여 먹으니
기대 이상 맛도 좋고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흰 쌀 대신에 잡곡으로 밥이나 떡을 만들어서
만병의 근원이라는 당뇨를 조금이라도 늦추어보고 싶다.
그래도 기름이 잘잘 돌고
다 된 밥 솥뚜껑을 열면 나는 특유의 냄새와 맛의
흰쌀밥의 유혹은 쉽게 물리치지 못해서
가끔은 은밀하게(?) 함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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