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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4일만에 막내린 엄마의 파업

by Helen of Troy 2008. 5. 26.

 Kananaski country (The Rockies) 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가방을 맨 남편의 모습도....

 

 

 

오늘은 마침 일요일이라서 오랜만에 맘껏 늦잠을 자려고 alarm도 꺼두고 자다가,

워낙 잠귀가 밝아서인지 살그머니 문소리가  나서 눈이 떠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전 7 40분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혼자 이 시간에 문을 나서는 애는 큰딸 진이밖에 없는데.

순간 밀려오는 이 갈등.

 

3일전 목요일 저녁

가르치는 일이 밤 10시에 끝나서

요즘 부쩍 눈이 나빠지면서 눈과 머리도 아프고

떠들어대는 직업이라 목도 아파서

소파에 기대앉아서 재미도 없는 tv를 보고 있으려니

눈치가 빤한 막내가 엄마가 일이 끝나기 30분전부터

자기 혼자 맛난 쿠키를 만들어서 

금방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들어온 언니와 엄마에게

준다고 부엌에서 한창  부산스럽게  널어놓고 dough룰 만들고 있었습니다.

 

Cookie dough를 만드려면 15분이면 충분한데

처음이라 30분이 돼가는데 뭐가 잘 안되는지

저보다 요리에 관한한  하나도 나을게 없는 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까지는

좋았는데 결국 둘이서 큰소리까지 내가면서 투닥거리기 시작이다.

사춘기를 막 시작하는 막내와

오랜만에 방학이라서  몬트리올에서 집에 와 있는

8년이나 위인 지 언니와 첨엔 잘 지내더니

요즘 툭하면 티격태격을 해서

안그래도  언제고 따끔하게 혼내주려서 맘 먹고 있기도 했고

오늘 일하느라 피곤한 몸을 조용히 쉬고 싶기만 한데

부엌에서  점점 소리가 높아지자

이 다혈질의 엄마답게

이 엄마를 제일로 기쁘게 하는 것은

니네 삼남매가 사이좋게 지내는거지

싸우면서 만드는 쿠키는 먹고 싶지도 않고

설겆이, 청소 해 주는 것도 하나도 안 반가우니

그냥 각자 방으로 가라고 떠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는 애들에게

ultimatum을 선언했습니다.

 

I am on a strike as your mom!! (니 엄마는 지금부터 파업이다)

알아서 학교도 가고 일도 가라고 .

이 엄마가 못나서 니들을 잘 못 키웠으니

엄마의 자격이 없으니 니들 엄마로서 자진 사퇴하노라고

사뭇 진지하게 목소리를 낮게 깔고 단호하게 선언을 했습니다.

 

아 왜 나는 이 방법을 자주 쓰지 않았을까요?

금방 어르렁거리고 싸우던 두딸과

특히 소리에 민감해서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조용히 해 달라고

더 시끄럽게 소리를 치는 아들녀석이

갑자기 휴전만 한게 아니라

아군이 돼서 총방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폐아라서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이 잘 안돼는 아들까지

무슨 낌새를 챘는지

셋 다 몰려와서 잘못 했노라고, 서로 안 싸우고,

자기방 청소도 잘 할거고, 해야 할 공부, 연습도 스스로 잘 할거라고

싹싹 빌면서 제발 엄마 화내지말고 엄마로 복귀를 해 달랍니다.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일단 며칠 지들 태도를 보고 다시 고려해보마라고

쌀쌀하게 쏘아 부치고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날 금요일 아침엔

여느때처럼 7시에 일어나보니

아들은 7시반, 막내는 8시에 학교에 가는데

지들이 알아서 다들 일어나서 서로 도란도란거리며

큰딸이 아들 도시락도 싸주고 아침도 간단히 해결하고

책가방 챙겨서 나가기에

모르는 척 문밖에 와 있는 신문만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큰딸은 방학해서 집에 온지 한달이 되었는데

3주 전부터 집에서 걸어서 40분이 걸리는 Safeway라는

Supermarket에서 cashier로 일을 하고 있는데

내 일하는 시간과 겹치지 않으면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는 딸의 운전연습삼아

같이 동네를 20분쯤 돌다가 일하는 곳까지 가기도 하고

그렇게 퇴근도 하곤 했는데

계속 비가 주룩주룩 그것도 심한 바람와 함께 하는 날인데도

지도 별수없는지 파업중인 엄마인지라

잠이 워낙 많은 애가 신기하게 스스로 일어나서

군소리없이 3-4km 되는 길을 걸어서 출퇴근도 하고

6-8시간 서서하는 일을 하느라 집과 일터사이를 들락거렸습니다.

 

Summer Job 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몇군데 이력서를 넣었더니

지금 다니는 직장외에 세군데에서도 오라는 연락이 와도 정중히 거절울 하더니

마침 Starbucks에서도 수요일에 연락이 오니까

지금 일보다는 거기가 솔깃한지 part-time으로 간다고

수락을해서 금요일부터 소위 투잡을 뛰고 있는 바지런한 큰딸이다.

다행히도 집을 떠나 멀리 있는 대학을 그것도 음악을 전공해서

경제적으로 부모가 부담이 된다는 걸 잘 알아서인지

1학년때는 거의 만점의 학점을 받아서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생활비와 기숙사비만 우리가 부담해 준 딸이 올해 여름엔

거금이 들어가는 music camp를 신청 해놓은 상태라서인지

자기 딴에서 주50시간에 가깝게 일을 하겠단다.

 

처음 이틀은 애들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똘똘 뭉쳐서 앞가림을 해 나가서

파업의 효과를 톡톡히 즐기고 있는데

사흘째가 된 어제는 눈치만 보고 있는 애들에게

슬슬 제대로 된 저녁도 해주고 하니

애들이 안도의 숨을 돌리는 듯 한두마디를 조심스레 걸어오길래

나흘째가 돼는 오늘 일요일에 파업을 중단하고 맘을 먹고

큰딸의 일하는 shift 시간이 빼꼼히 적혀있는 달력을 보니

3시반부터 10시까지 일을 한다고 써 있어서

아침에 11 미사에만 맞춰서 9시반쯤 일어나려고

느긋히 자고 있는데

살그머니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달력에도 써 있지 않은

새로 시작한 Starbucks 아침shift 8시에 일을 하러

혼자 묵묵히 나가는 큰애를 도로 불러서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순간 외치고 싶었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두번째 직장으로 가서 오늘은 자그만치

14시간을 일을 해야하는 큰애가 갑자기 너무나 안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시작한 이 파업을 좀 더 큰 효과를 얻은 후에

막을 내리고 싶은 이 모진 엄마의 욕심에 밀려 딸을 불러 드리려고 열었던 문을

조용히 다시 닫고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감사한 맘으로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서 오랜만에 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2학년때는  혼자 자취를 하느라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으면서도 학교 공부를 잘하면서

일주에10시간씩 대학교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용돈도 버는

착하고 기특한 딸을 위해 맛나는 음식을 잔뜩 해 놓고

Safeway 앞에 가서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하고

배고픈 딸을 편히 차로 모시고 들어 올 참입니다.

 

딸아.... 이 못말리는 엄마를 만나러 13주나  빨리 이 세상에 900g으로 태어났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주어서 참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단다.

 

이렇게 나의 파업을 막을 내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