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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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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돈가스를 만들면서

by Helen of Troy 2008. 8. 26.

더운 여름에는 왠지 튀김 음식을 잘 안해 먹게 된다.

안 그래도 더운데 기름 냄새를 풍기면서까지 수고를 하면서

해 먹게 돼지 않아서 한동안

안 해 먹다가  며칠 전부터 가을로 접어 들면서

오랜만에 애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돼지고기 (tenderloin cut) 를 약 5mm로

썰어서 소금과 후추로 살짝 밑간을 해 두고...

 

그 사이에 조금 오래된 식빵(특히 whole grain or

multigrain bread)를 토스터에서 구워서 잠시 말린 다음

food processor에다 곱게 간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깨, 호두, 잣을 넣고 다시 한번 간다.

 

소금, 후추, 마늘가루, 양파가루, paprika, parmasan cheese

고운 romano cheese, 를

넣으면 고기 겉에 입힐 가루가 만들어진다.

(이태리식으로 드시고 싶으면, 추가로 basil, oregano and

dried parsely를 넣으면 된다)

 

밑간을 해 놓은 고기를 저은 계란에 적셨다가 위에 만든

겉옷가루를 충분히 입혀서 후라이팬에서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튀겨 낸다. 

 

 

 

 부엌에서 돈가스를 튀기고 있는데 우리 복덩이 아들이 자꾸

기웃거린다.  언제 다 돼는지, 자기한테는 몇개가 돌아 올런지.

콜스로 샐러드도 곁들여서 먹을건지 등등을 시시콜콜 물어보면서

빨리 먹고 싶어하는 눈치다.

 

우리 아들은 자폐증을 가진 장애인이다.

자폐증의 나타나는 여러 증상중에 빠트릴 수 없는 것이

hypersensitivity이다.  우리의 오감, 즉 hearing, vision, touch, taste

and smell 에 아주 많이 민감한 것이다.

거기다가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음식과 먹는것도 예외가 아니다. 

서양에서 보편적으로 커다란 접시에 메인 메뉴를 중간에 놓고

옆에 두세가지 채소를 곁들여서 먹는데 우리 복덩이는

딱 한가지만이 접시에 담기를 고집하고 한가지만 한끼에 먹었다.

그리고 냄새에도 민감해서 맛을 보기보다는 항상 냄새부터 맡았고

음식의 모양, texture, 크기도 일정해야지 먹는다. 그 중 하나라도

맘에 안 들면 안 먹고 투정만 하곤 했었다.

 

떨어지는 집중력을 높여주려고 먹는 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입맛을 없게 해서 안 그래도 먹는 가짓수도 별로 없고, 너무도

까달스러운 여러가지 senses 를 가지고 있다보니

자연히 먹는 양도 적고 먹는 음식도 다양하지도 않아서

매일 매일 아들의 unbalanced 식사때문에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자연히 아들은 다행히 키만 크고 무지 말랐다.

 

그러기를 10여년을 지내다보니 나도 자연히 지쳐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들은 이상한(?) 먹는 습관을 고집하면서 지내고 있던 즈음에..

어느날 손님이 오셔서 돈가스를 만들어서 대접을 하려고 만들어서

양배추 살라드와 새콤한 무우를 곁들여서 식탁에 놓았는데

언제 왔는지 아들이 그 접시에 있는 세가지를 군소리없이

다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뻐서 눈물을 쏟았다.

 

그후 모자라는 영양을 조금이라도 보충하려고 돈가스 겉옷에다

빵가루만이 아니라, 깨, 잣, 호도, 피캔, 율무, corn flakes cereal, 오트밀까지

뜸뿍 넣고 같이 갈아서 준비해서 해 주었더니 다행히 잘 먹어 주었다.

그때까지 단 한가지만 먹던 아들이 그날부터 접시에 세가지 종류의

음식을 먹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먹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도 까다롭기는 여전해도 이 세가지 안에 다양하게

음식 메뉴를 잘 섞어서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돈가스로

시작한 메뉴가 어느덧 여러가지로 늘어가고 있어서

음식 만들기가 즐겁기까지 하다.

 

아마 내가 요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중에 제일 큰 이유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아들녀석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려고 연구와 노력을 그 긴 세월동안 아끼지 않아서일거다.

 

복덩이 아들에게 복을 가져다 준 고마운 돈가스를

오늘도 좀 더 맛있고 영양가를  높게 만들려고 궁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