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은 살아 가면서
매일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산다.
남을 배려하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내 유익을 위해서 의도적이던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살아서
밤에 자기 전에 하는 짧은 기도 중에도
그날 하루사이에 가슴에 찔리는 것들이 많은지....
그래서 어떨때는 자폐아인 아들을
부러워 할때도 있었다.
자폐아의 대부분이 남과 어울리는 skills이 많이 부족해서
남과 더불어 살면서 필요한 행동이나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 자기 생각을 거르지 않고
보이는 대로, 듣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바로 표현을 하고 살다 보니
지난 19년동안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
거짓말을 하지않은 것이 아니라, 할 이유도 모르고,
거짓말을 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생긴 에피소드는
책으로 쓰여질만큼 많다.
주로 냄새나 소리 그리고 빛에 민감해서
이런 것과 관련해서 표현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식당에 가서 밥을 먹다가도
옆에 있는 아줌마보고,
"지금 사용한 향수는 냄새가 나쁘고 너무 많이 뿌린것 같으니
쓰지 말던가, 조금만 써라."
누가 담배를 피우면, 얼굴을 쳐다보면서 아주 정색을 하면서
" 담배는 몸에 나쁘니 당장 끊어라. 여기에 있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니 이기적이다."
또는,
"당신 입냄새가 좋지 않은데 오늘 이는 닦았나요?"
학교에 갔다 냄새가 심한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오늘 음식은 먹을 것이 없겠네요. 누가 오기 전에(주로 레슨 학생들)
빨리 창문을 열어서 냄새를 없애라, 그리고 담엔 주의해라."
다행히도 이렇게 얘기를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들의 장애를 설명을 해 주면
다들 너무나 여유있게 잘 받아들여 주셨고 오히려
잘 일러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저도 밖에 나가서도
이 오지랖 넓은 말들은
거의 안하고 살아서
혼자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도
예전보다 맘이 많이 놓인다.
그리고 나름대로 터득한 옳고 그름의 확고한 틀 안에서
행동과 말을 항상 하기에
일상속에서 남들이 조금도 그 틀에서 벗어나면
즉시 반응이 온다.
"소리내서 밥 먹지 마라."
"욕을 하지 마라."
"쓰레기는 잘 버려라."
"방 정리를 잘해라." 등등...
많이 어지르면서 살고 있는 지 동생한테 화살이 제일 많이 쏠려서
그냥 웃고 넘어가는 큰딸에 비해서,
막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산다. 그리고 그 화살은 항상 내게로...
part-time job 직장인 대형 서점에서
새로 들어온 책들을 부분별로 알바펫 순으로 책을 진열하는 일을 하는데
일하는 동안 옆도 안보고 어떨때는 휴식시간도 갖지 않고
아주 똑바로 한치도 흐트러지지않게 가지런히 진열을 해 놓아서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살던 아들이 요즘 거짓말을 한다.
정신과 전문의사님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얼마만큼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숙을 했는지
알수 있는 그 잣대 중에 하나란다.
나만이 아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까지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고,
희망적이란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거의 매일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라고
귀가 따갑도록 설교를 하고 살다가
거짓말을 하라고 권장은 하지 않아도
그 하지 말라는 거짓말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막가는 이상한(?) 부모가 되었다.
요즘 아들이 한 귀여운(?) 거짓말은,
하루에 항상 정해진 시간에 좋아하는 콤퓨터 게임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일초도 안 벗어나고 스위치를 끄던 녀석이
슬슬 끄는 시간이 몇분이 초과후에 끄던가,(정시에 껐다고 우기면서)
매일 깨끗한 양말로 갈아 신던 녀석이
잔소리 안하면 2-3일을 계속 신고 다니기도 하고,
(아침에 물어보면 새것이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지가 다 먹어 놓고는 막내에게 덤탱이를 씌우기도 한다.
그래도 그 정직하고 바른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게살면서
남과 좀 더 잘 어울리게 해줄수 있기도 하는,
음식의 양념같이,
이런 애교스런 거짓말을 적당히 사용하면서
조금은 자신도 옆에 있는 남들도 편하게 살아가는
아들이 되기를
오늘도 기도해 본다.
( 주름살이 늘어가는이 엄마보고
여전히 젊고 이뻐요 라는 말을 기대하면
너무 큰 욕심이겠지만 한번 들어볼 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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