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들의 공통점인 점중에 하나가
음식 편식이 심하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아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먹는 가지수가 한정된 아들은
19년간을 먹는 채소라고는 그것도 1년전부터 먹기 시작한 샐러드로 먹는
romaine lettuce 달랑 하나고
사과가 유일하게 먹는 과일이다. 그것도 꼭 껍질을 벗긴건만 먹는다.
그냥 껍질째 먹이려고 수년간 노력을 하다가
이젠 포기하고 먹어주기만 해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하고
그냥 하루에 두개를 깍아준다.
과일과 채소위주로 먹는 우리 식구들과 비슷하게
먹이려고 오랜세월을 노력했지만
항상 그랬듯이 아들 자신이 스스로 원할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늘 하듯 막내딸 아침 식사에 과일 한 두가지를
깍아서 그릇에 담아놓는데,
오늘은 cantaloupe (참외 종류)를 평소보다 좀 푸짐하게
깍아 놓았는데 학교 시간에 쫓긴 딸이 반만 먹고
school bus 를 탄다고 바쁘게 집을 뛰어 나가듯 나갔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있는데 조금있다 아들이 부엌으로 와서
좋아하는 bagel을 토스터에 넣어주면
아들은 커다란 컵에우유를 따르면서
bagel 이 될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그런데 아들이 왠일인지 그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던
지 동생이 먹다가 남긴 참외 접시를 보더니
우선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부터 맡는다.
그리고는 눈을 가까이 대고
이리 저리 1분 정도 자세히 살펴 보더니 도와 달란다.
그래서 뭘 도와줄까 물어봤더니
참외에 붙어 있는 씨를 없애달란다.
그때까지 별생각없이 대꾸만 하다가
갑자기 귀가 번쩍 뜨인 엄마는
행여 씨가 하나라도 남을까봐 싹싹 긁어서
fork와 함께 앞에 내밀었다.
그랬더니 아무말 없이 보기에도 너무도 맛있게
남은 참외 조각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것을
믿기지 않은 얼굴로 아들과
빈 접시를 번갈아 몇번씩 쳐다보면서......
'아들아 그래, 그러면서 이 무섭고 험한 세상을 살아 가는거야.
평소에 맘에 안 들어도 한번쯤은 눈 딱 감고 시도를 하는 거야.
그러다보면 생각보다 쉽고,
네가 오히려 좋아할수도 있고,
또 네가 정상인들보다 더 잘 할수도 있고,
두렵기만 한 이 세상이 조금은 더 편하게 다가올거라고
엄마는 굳게 믿고
항상 조금만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면서 살게 해 주는
너를 위해서 오늘도 기도한다.
자연의 법칙이 사람이 억지로 바꾸려고 해도
끄떡도 하지않고 묵묵히 순종하듯 어김없이 그 법칙대로 변해가듯이
자폐아 아들을 키우는것도
부모나 세상이 원하는 스케줄이나 방식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원하고 준비가 되면
절로 쉽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진실을
미련하고 욕심많은 이엄마는 오늘도 다시 한번
아들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오늘 당장 수퍼마켙에 달려가서
싱싱한 참외를 한아름사 와야겠습니다.
다음의 아들이 과감하게 먹어 볼
음식이 뭔지 즐겁게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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