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추위가 한달 이상 늦었지만
그 대단한 기세는 여전히 떨구면서 금요일 오후부터
서서히 수은주를 끌어 내리더니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 있는 온도계의 수은주가
밑에 조그만 키로 영하 31도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도 앞으로 일주일 내내 그날의 최고 기온이
고작 영하 25도라고 잠시 잊고 살았던 맹추위의
위력을 일깨워 주고 있어서 나름
추위가 닥치면 해야하는 집안일들을 궁리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넉달만에 한지붕 아래
다 함께 모인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식사도 하고
밀린 이야기로 밤 늦게 잠이 들어서 세시간 잠을 잔 후에
다음날인 토요일은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마치니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그래도 가깝게 지내고 있는 동생같이 지내고 있는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서 기분좋게 외출준비를 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디저트와
크리스마스 쿠키와 포인세티아 화분을 들고
그집에 가서 새벽 1시까지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고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피곤하고 몸살기운도 있어서 바로 자리에 누워서 잠에
곯아 떨어졌는데 아침 8시에 전화가 걸려와서 눈을 떠보니
일요일 아침 8시45분 물리와 화학 수업을 받으러 오는 학생 어머니가
아들이 아파서 도저히 올수가 없다는 전화였다.
주말 아침에도 일을 하기에 오랜만에 늦잠을 실컷 잘 기회에
연상 미안하다는 그 어머니께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달게 자다가 잠결에 대문소리가 나서
침대 옆에 있는 시계를 보니 아침 11시 10분전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세 아이들 중에 누가 일어나서
아침신문을 가지고 들어온 줄로 여기고 그냥 누운채로
어제 읽던 책을 잠시 읽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대단한 영하 27도의 추위를 무릅쓰고
문을 열고 걸어 나간 사람이 바로 아들임을 그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처럼 다른 식구들이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을때
혼자 스스로 제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먹고
준비를 해서 주말마다 가는 일터로
어김없이 향했던 것입니다.
우리집 복덩이 아들은 일년 반전부터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pet store (애완동물 가게)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세시간씩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고양이나 새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특히 좋아하는 파충류들 (snakes, salamanders, lizards)과
거미류(spiders, scorpions)를 돌보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로 재미있는 일인양
일년 반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이일을 찾기까지는 학교측과 우리 부부가
일년이상을 아들녀석이 할 만한 일을 찾아 다니면서
가게 주인들을 설득해서 아주 어렵게 찾은 직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는
우리 부부나 가게의 매니저와 다른 직원들은
아무래도 살아있는 생물들을 돌보는 일이라서
아무때나 돌발적으로 생길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사뭇 걱정이 되어서 처음 한두달은 살얼음판을 지나가듯
조심스레 지켜 보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맡은일에 거의 미련하리만치 처음에 트레이닝 받을때의 지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게 한결같이 충실하게 해 오고 있어서
가게에서도 아들에 대한 염려는 이제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약 1Km 떨어진 가게까지
평소에는 걸어서 다녔지만
그 전날인 토요일에도 영하 30도를 육박하는 추위라서
남편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가 다시 차로 데리고 오면서
일요일도 차로 데려다 준다고 약속까지 했었습니다.
그런 약속을 정작 한 남편은 서울여행에서 바로 돌아와서인지
시차적응이 안 되었던지 아들과 철석같이 한 약속도 잊고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저절로 식구들이 한꺼번에 다 일어나서
추위를 무릅쓰고 혼자서 걸어나간 녀석을
걱정하면서도 다들 내심 너무도 대견해 했습니다.
한편 혼자 일을 나간 녀석에게
쿨쿨 편히 잠을 잤다는 죄책감을 안고 늦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우선 가게에 전화해서 아들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부터 하고
일이 끝날 시간에 아빠가 데리러 갈테니 꼭 기다리고 있으라고 일러 놓았습니다.
미안한 맘을 잔뜩 안고
아들을 데리러 갔더니,
당연하게 시간 맞추어서 할 일을 하러 갔을뿐이고
오히려 데리러 와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녀석의 말에
또 한번 미안하고 고마워서
콧잔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오늘아침에 대학교로 나가는 녀석에게
학기초부터 아들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해 나가게 도와주시는
두분의 보조선생님들에게 드리려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집에서 만든 쿠키와, 커피 beans, tea bags, 딸기와 블루베리 복숭아잼을
가득 채워 넣어 미리 준비해 놓은 백을 들고 가라고 주었더니
예년과 달리 스스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부엌 카운터에 놓여있던
크리스마스 카드에 짧은 글과 자기 이름을 써서 그 백안에 넣어서
자랑스럽게 대문을 열고 추운 집밖으로 걸어나갔습니다.
5분안에 살이 언다는 영하 30도 추위의 에드몬튼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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