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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복덩이 아들에게 온 편지...

by Helen of Troy 2008. 11. 25.

우리집 복덩이 자폐 아들이

오랜 준비끝에

지난 8월에 대학교측으로부터

청강생 자격이지만 높은 경쟁율을 뚫고

(솔직히 작년에 아들도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의 고통을 알기에 

이번에 허가를 못 받아서 실망에 찬 다른 학부모들에게

괜히 미안한 맘 그지 없다.  )

어렵게 정식으로 입학허가를 받고

9월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달간은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야 하는 학교에 통학하면서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지나 않을까,

또 길에서 나쁜 사람을 만나서 험한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반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로

아들이 집에 무사히 들어 올때까지

항시 걱정와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면서 지낸 나머지

이때까지 cell phone 없이 아무 불편없이 잘 살고 있다가

만약을 대비해서 아들과 내 손전화를 이참에 드디어 구입을 했다.

 

다행히 9월 한달간 평소보다 늦게 귀가하는 아들이 걱정이 되어서

딱 두세번 전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자기가 잘못 한게 아니라

그냥 버스가 늦어서 늦게 오는거라고  하편서

괜찮으니 앞으로 귀찮게 전화하지 말라는 핀잔까지 들은 후로

아직도 급한 사정까지  몰고 간 일이 없어서

한달에 한두번 쓰기만 해서 한 통화당

너무 비싼 전화비를 매달 내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고

그저 그런 전화만 안 걸려오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학생수가 엄청 많고 캠퍼스도 넓고,

건물도 많은 대학교에

수업시간표대로 시간 맞추어서

혼자서 넓은 캠퍼스 안의 강의실을  잘 찾아갈까,

또 가서 수업을 방해나 하지 않을까

자폐라는 엄청 큰 장애를 안고 살아도

겉으로는 너무도 정상인처럼 멀쩡하게 생긴 아들의 이상한 행동을

남들이 잘 이해해 주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걱정도 함께 들어서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는 아들의 얼굴표정부터 살피면서

조심스레 그날의 일들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을 항상 잘하고 있으니 같은 질문을 또 하지 말라고

귀찮게 대답하고는

숙제가 있는 날이면

바로 식탁으로 가서 가방을 놓고 숙제를 끝낸 후에야

자기방으로 들어가곤 해서 엄마를 안심시켜 줄뿐 아니라

알아서 숙제도 하니 엄마의 일을 덜어 주어기까지 해서 고맙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첫발을 내딛은 대학교 생활에 슬슬 적응을 하고 다녀서

나와 남편은 차츰 불안에서 벗어나고 있는 차에

2-3주 전에 학교에서 일학기의 전반부 평가와

2학기에 들을 과목을 정하기 위해서

학교의 담당자들과 첫 면담을 갖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면담날에 회의실에서 담당자들과 마주 보고 앉아서

남편과 나는 법정에서 판사님들의 판결문을 기다리듯

사뭇 떨리는 가슴으로 그들의 입만 쳐다보았습니다.

학교측에서는 이렇게 장애아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지

불과 3-4년밖에 되지 않아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더러 있고,

이런 시도의 성과도 들쑥날쑥이라는 걸 알기에

학교측에서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담당자들이 입을 모아서

자기들도 처음에는 아들이 어떻게 적응을 해 나갈지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업을 방해나 하지 않을까로 많이 걱정했던 걸 인정하면서

기대이상으로 너무도 잘 적응할 뿐만이 아니라

수업 내용을 다 이해해서

숙제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다 끝내 놓기까지 한다고 알려주는

두 담당자들을 와락 껴 안아 주고 싶어졌습니다.

 

더 반가운 소식은 다른 클라스메이트들도 처음에는

정상인들과는 좀 다른 아들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그저 장애자들을 어떻게 대할지 잘 모르다가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간에 쌓인 벽을 허물어 가면서

academics 부분으로 지식을 터득하는데 보다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social interaction이 많이 부족한 자폐를

극복하고 남들과 교류를 한다는 얘기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자폐아들의 특유인 비상한 기억력으로

시간표나 강의실의 장소등을 터득하기는 불과 하루면 족했다고 하면서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표까지 다 꿰차고 오히려 알려주기까지 한답니다.

그리고 학교측에서도

이렇게 함께 학습을 하는 기회를 통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피하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장애인들을 이해하려는 눈을로 바뀔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우쭐해서 돌아온지 얼마 후인

지난 금요일에 아들이 편지를 불쑥 내밀어서 열어보니

매년 대학교에서 장애를 안고 살으면서

모범적인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올해는 우리 아들에게 준다는 내용의 편지 였습니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액수를 떠나서

20년간의 받은 상처와 고통을

한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대박의 로또에 당첨 된 기분이 이럴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쁨의 눈물을 한동안 쏟았습니다.

(옆에서 아들은 그런 엄마가 좀 안됐다는 표정으로 멀뚱하게 쳐다보는데...)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언뜻 보면 불공평하기짝이 없게

우리에게 크고 작은 탈렌트를 부여하셨지만

아무리 작고 초라한 탈렌트를 받았다고 불평을 하기 보다는

그나마 무상으로 덤으로 받은 소중한 탈렌트를

주저앉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기쁜 맘으로 오랫동안 잘 가꾸면서 살다보면

이렇게 푸짐한 보너스도 주시나 봅니다.

 

아들아,

고맙고,

사랑한다.

 

 

 

 

If the only prayer you say in your whole life

is 'thank you', that would suffice.


Meister Eckhart, 13th cent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