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rts/합창단 공연무대

바야흐로 연말 연주회 풍년!!

by Helen of Troy 2008. 11. 8.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11월 중순부터

 

크고 작은 공연이 주말마다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지난 주말에 달력을 펴 놓고 여러가지 공연의 스케줄을

적어 넣어 보았더니 12월 23일까지 빽빽하게 달력의 칸이 메꾸어졌습니다.

 

객석의 청중으로서가 아닌

무대 위에서 직접 공연해야 하는 횟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11월 15일에 Fund Raising Benefit Recital (장학 기금 모금 공연회)에

개인적 초청으로 간단한 공연으로 시작해서

11월 21일엔 활동하고 있는 RES 합창단의 올해 첫 정기 공연으로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을 알버타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솔리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올립니다. 

지난 화요일 연습에 가서 PR용 멋진 포스터와 엽서가 나온 걸 보니

곧 공연이 코앞에 닥쳐옴을 느꼈습니다.

 

이어서 11월 30일엔 에드몬튼의 군악대의 크리스마스 정기공연에

우리 합창단이 찬조 출연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성가, 캐롤이 무대에 올려지는데,

이번 공연에는 특별히 아프가니스탄에서

위험하고 힘든 임무를 마치고 얼마전에 귀국한 군인들과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전사한 가족들을 추모도 하고) 올려 지는 뜻깊은 무대이기도 합니다.

 

12월이 되면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헨델의 메시아의 공연이 둘째주에 올려지고

클라리넷을 맡고 있는 Chamber Ensemble 성탄 정기 연주회가

세째주에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12월 초면  가르치는 학생들의

양로원 위문공연은 번잡함을 피해서

아예 느긋하게 내년 1월 중순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공연날짜가 정작 2주도 안 남았는데

일상의 일에 파묻혀서 제대로 노래 연습을 못해서

맘 잡고 지난 월요일부터 연습을 하려고 작정을 했는데

확실하게 제대로 연습을 할 작은 사건이 화요일에 생겼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와서 주문한 알타리 무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집에 가지고 와서 20단을 잘 씻어서 재려 놓고

버무릴 양념을 준비하다가 거의 마지막 남은 대파 하나를 썰다가

2주전에 20년만에 새로 장만한 고성능 독일제 H사 제품의 칼에

왼손 가운데 손톱의 3/4 와 약간의 살점을 잃어버렸습니다.

생각보다 지혈이 쉽게 안 되어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응급조치를 한 뒤에 한참 뒤에서야

정작 담고 있던 총각김치를

정신없이 한손으로 대충 간도 안 보고 버무려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그날 밤에 자려다가 문득 잘려나간 손톱과 살점이

김치에 같이 버무려진걸 기억하고 부랴부랴 김치통을 열어 놓고

한동안 젓가락으로 휘저어가며 그걸 찾다가 그냥 포기....)

 

그래서 처음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어떻게 처리 해 나갈지

좀 겁도 나고 걱정이 되다가 곰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미리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내게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혼자  쾌재를 불렀습니다.

매일 집안일과, 가르치는 일, 봉사하는 일들을 정신없이 해 나가느라

좀체로 느긋하게 쉬는 시간이 없었는데

좀 불편한 손가락 덕분에 꼭 해야 할 일만 하고,

나머지는 입으로 시키면서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벽난로를 마주 보며 책도 보고, 영화도 빌려보고, 느릿하게 뜨개질을

하면서 덤으로 얻은 앞으로 2주간의 휴가를 즐길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거기다가 하느님은 내가 공연할만큼 준비가 안 된지도

잘도 아시는 듯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노래 연습이나 하라고

배려를 해 주셨기에 목을 가다듬고 맡은 파트를 제대로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클라리넷은 당분간 살살하면서..

 

 

 

 

 

 

 

The Arrival of the Queen of Shiva from

Solomon by Han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