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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첫눈이 온 아침에...

by Helen of Troy 2008. 11. 14.

세계 주요 도시중에 거의 제일 북쪽에 위치한 우리 동네는

9월말이나 10월초면 첫눈이 온다.

그리고 이렇게 오기 시작한 눈은 긴 겨울기간 내내 하얗게 덮였다가

그 다음해 4월초쯤 완전히 녹을때까지 꿋꿋이 줄창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덕을 제일 많이 본 도시가

아마도 이도시일 것 같다.

16년전에 이 도시로 이사를 왔을때는

첫눈도 빨리 오고,

12월말부터 1월까지 3주간은 계속 최고 기온이 영하 20도

그리고 최저기온은 영하 35도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봄도 굼벵이처럼 더디게 왔었는데,

과거 10년 사이에 얼추 평균 기온이 10도는 올라 간 것 같다.

(불행중 다행으로 습도는 많이 낮고, 거의 맑은날이 많고 바람도 세지 않아서인지

개인적으로 한동안 살던 몬트리올, 미니아폴리스나 시카고보다 덜 춥게 느껴진다)

 

이렇게 온난화를 올해는 확실히 피부로 느낄수 있는 것은

매년 할로윈 날에는 눈이 덮인 추운 날씨에

아이들이  그야말로 몇겹의 옷과 부츠로 완전무장을 하고서도

추워서 종종걸음으로 동네를 돌아다녀야 했는데

올해는 영상 7도에 눈도 없는 멀쩡한 길로 밤 늦게까지 돌아다닌 걸 보면 그렇다.

 

일련중 거의 반을 눈과 지겹도록 가까이 하면서 지내는 우리 동네에

한달 이상을 지각을 하고 나서야

드디어 어제 아침에 첫눈 비스무리한게 왔다.

하얀눈이 펑펑 내려서 온 동네를 하얗게 덮었으면 보기에는 더 좋았겠지만

평소에 집앞, 옆과 우리집에 딸린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까지

높게 쌓인 눈을 추운 밖에서 낑낑대고 치워야해서

결코 반갑지만은 않던 눈이

비록 감질나게 맛뵈기로 살짝 내렸지만

첫눈이라는 어감때문인지 몹씨도 반갑고 설레이는 걸 보면

사람 맘이란 참 간사하기 이를데 없음을 새삼 느낀다.

 

겨울이면 당연히 오는 눈....

이 눈이 많이 오는 동네에 사는 인간들에게는

여러가지로 귀찮은 존재이다.

이렇게 많이 오는 눈 때문에

교통을 마비시켜서 불편하기짝이 없고,

미끄러워서 교통 사고율도 높아지고,

게다가 쉽게 넘어져서 다치기 십상이고,

도시 정부에서는 운전하기에 안전하라고 이 눈을 수시로 커다란 기계로 치우고

또 빨리 녹으라고 소금과 모래를 뿌리는라 엄청난 돈을 길에 뿌리고(따라서 세금도 많다),

매번 눈 온지 48시간안에(이동네 법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땀까지 흘려가며 재깍재깍 치워야하고,

긴 겨울을 나려면 난방비도 장난이 아니기도 하다.

 

이렇듯 인간들에게는 별로 달갑지않은 눈이지만

크게 주위를 돌아보면

이렇게 고마운 눈이 있으랴...

평소 사막성에 가까운 캐나다 서부의 평원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비바람이 몰아쳐도 농사에 꼭 필요한 topsoil이 날라가지않게 덮어주고,

많은 나무와 식물들을 혹독한 추위를 이겨나가게 포근하게 감싸주고,

멋진 로키산맥의 빙하를 살찌게 키워서 봄이면 그 녹은 물이 시초가 되어서

많은 주요강물과 크고 작은 호수의 원천이 되어서 일년내내 사람들이 필요한 식수는 물론

모든 농사와 목축업에 요긴하게 쓰인다.

 

한여름에 소나기로 퍼 부어서

필요한 양보다 넘치고 흘러서 한꺼번에 다 그냥 바다로 헤푸게 흘러보내기 보다

적금하듯이 쌓여지는 는을 조금씩 모았다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적절하게 골고루 오래오래 서서히 나누어 주는 고마운 눈이다.

 

겨울이면 이왕 오는 눈..

앞으로 약 5개월간 구박하기 보다

내편으로 여기고

생명의 물을 인내하듯 눈에 뜨이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하지만 한결같이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베푸는 눈의 고마움과 지혜를 잊지말고

함께 잘 지내야겠다.

 

나아가서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눈처럼 깨끗한 맘으로

남에게 소나기처럼 한번에 쏟아 붓고 마는 사랑방법 보다는

한결같고, 은근한 사랑으로 포근하고 다 감싸주고 덮어주는 사랑을

이 겨울에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정열적으로 붉게 활짝 핀 이 선인장은

크리스마스 전후에 핀다고

일명 Christmas Cactus라고 불리운다.

밖에는 을씨년스럽게 눈바람이 몰아쳐도

집안 곳곳에서 화려하게 두달간을 피우는 이꽃과 함께 하면서

긴 겨울을 잠시라도 잊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