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케이크를 좋아 하지 않아서 대신
커다랗게(30 cm 지름) 좋아하는 이쁘게 초콜렛 칩스 쿠키로 만들어 보았어요.
오늘은 우리 복덩이 아들의 스무살 되는 날입니다.
드디어 정식으로 틴에이저 딱지도 떼는 날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날만 되면 왠지 뭔지 모를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과 생각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들 녀석의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라서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아들이 크면서 어렵고 힘들게 지내 온 세월을 돌이켜 보게 되면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감정이 얼켜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날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태어났을 무렵은 이미 우리 가족은 순탄치만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 두고 뒤늦게 필라델피아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있었고,
900 g의 몸무게로 14주나 빨리 태어난 큰딸을 나 혼자 뒤치닥거리느라
힘든 상황에서도 출장이 잦은 뉴욕에 있는 직장에서 꽤나 높은 지위의 일을 해 내르라
몸과 맘이 많이 힘들 때였습니다.
큰딸과 아들의 나이 차이가 1년 8개월이었지만 워낙 일찍 태어나서
성장이 더딘 딸아이와 상대적으로 성장이 유독히 빠른 아들 녀석은
마치 쌍둥이처럼 커 나갔습니다. (걷는 시기도 거의 같았다)
당연히 우리의 관심사는 딸아이의 건강과 발육상태였고
우리 눈에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아니 above average pace로
성장하는 아들이 바라만 보아도 그저 대견하기만 했습니다.
딸아이의 건강이 좋아지고 좀 정신적으로 느긋해지기 시작하자, 멀쩡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만 두살때부터 자폐증세를 보이면서 부랴부랴 바쁜 직장생활에서
잠시 휴가를 내서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해서 어렵사리 그당시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미국에서 자폐아들의 교육 시설이 제일 좋다는 학교에 운 좋게 바로
만 두살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불과 20개월까지 종알대고 Semame Street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럭트들의 이름을 다 알던 아이가 이미 거의 모든 언어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서 아들의 유일한 표현 방법은 그저 처절하게 끝도 밑도 없이 울어대고,
목이 쉴때까지 소리치고, 뭐든지 집어 던지고, 걸핏하면 바닥에 누워서 구르고,
벽에 머리를 짓찍고, 심지어는 자기 몸을 자해하는 상태로
온 식구가 지칠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학교 생활이
어느덧 아이의 나이만큼 올해로 19년째로 접어 듭니다.
한마디의 말도 못하던 아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 부은 노력과 사랑이 헛되지
않았는지 고맙게도 만 여섯살이 될 쯤에 apple juice라는 단어로 말 문이 트이더니
일년 안에 글도 읽고 몇달 안에 비록 삐뚤삐뚤하지만 글도 쓰게 되면서
우리들의 아들에게 거는 기대치도 따라서 상대적으로 매년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의도적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 학교까지
특수 학교가 아닌 큰딸이 이미 다니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정상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보조 선생님의 도움으로 modified curiculum 과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에 첫번 시도한 대학 admission에서 높은 경쟁율 탓으로 실패해서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12학년을 재수(?)한 후에 두번째 도전에서 어렵사리 허가를
받은 후에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 이상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에 혼자서
결석 한번 없이 씩씩하게 두세번 갈아타는 버스를 타고 등하교뿐만 아니라,
캠퍼스가 커서 나도 가면어리버리한 커다란 대학교 내에서 자폐아 특성 중 하나인
뛰어난 기억력을 발휘해서 강의실도 제 시간에 잘 찾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슴 졸이고 시작한
대학교 일학년 생활도 앞으로 2주면 끝나니 올해는 다른 해보다 감회가 남다릅니다.
며칠 전부터 아들에게 어떻게 생일을 축하할지 생각 해 보라고 했더니
오늘 아침, 한 10초정도 생각하더니 평소 그애의 빠른 말투로
저녁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pizza with mushroom and pepparoni와
선물로는 평소에 인터넷을 통해서 찜 해 놓은
Transformers 면 좋겠다고 간단히 일사천리로 내뱉듯이 얘기하고는
뒤도 안보고 그애 특유의 뛰다시피 걷는 재빠른 걸음으로 문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래..
아들아 다른 애들보다 턱없이 소박하고 간단하기만 한 네 청을 한번 아니라
수백번 들어 주마. 엄마는 그저 네가 살면서 아프지 말고,
네 나름대로 행복하기만 하기를 바랄 뿐이다.
Happy Birthday, Jeffrey~~
아들이 이번 생일에 원하는 transformers...
19 개월 무렵..
말을 다시 시작할 무렵인 일곱살 때 누나와 동생과 함께..
중학교 졸업 사진..
고등학교 졸업미사 후에...
고등학교 졸업 파티 전에 엄마와 같이,,,
조금 전에 쿠키 케이크에 두개의 커다란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한 후에
피자 커터로 피자처럼 쿠키를 잘랐습니다.
오신 모든분들에게 한 조각씩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이 글이 맘에 와 닿네요.
항상 이렇게 누구를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It's no trick loving somebody
at their best.
Love is loving them
at their worst.
TOM STOPPARD
English playwright, present day
Music: To a Wild Rose by E. Macdowell
Played by J. Webber on Cello
from Helen's C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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