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아는 사람들이 거의 cell phone을 가지고 있어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전화를 항상 받아야 한다는 강박감도 싫어서
남들은 손에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하다는
손전화가 없이 우리 식구는 그동안 잘만 살았다.
남이 연락처로 손전화 번호를 물어오면
손전화가 없다고 하면 무슨 외계인 취급을 해도
상관치 않고 잘 버티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약 1년 반전에 드디어
우리 가족도 할 수없이 손전화를 family plan으로
아들을 위해서 두개를 구입했다.
만 2살부터 자폐 특수 장애인 학교를 다닌 복덩이 아들은
이웃에 있는 정규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장애학생이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school bus를 편하게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구한 직장인
part-time으로 일하는 서점과 pet store에 가기 위해서
처음으로 시내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 도전했다.
남편과 아들은 이 가슴 졸이지만
아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버스타기 연습을
일주일간 학교와 집, 집과 직장, 학교와 직장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를 함께 타면서 시작해서
현재까지 거의 일년 반동안 서너번의 삐긋거림후에
고등학교때와 다른 버스 노선인 대학교도 씩씩하게 잘 다녀주어서
부모로서 너무도 고맙게 대견하기만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에드몬튼 시의 남쪽에 있고
다니는 학교는 북쪽에 위치해서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학교와 직장에가려면 두 곳다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하고
한국처럼 버스가 자주 운행되지 않은데다가
(노선별로 30분 내지는 1시간마다 운행)
요즘처럼 눈이 많이 올때면 운행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여서
connection을 놓치게 되면 one way가 2시간 이상이 걸리기가 쉽다.
따라서 그럴때마다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은
아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오만 애간장이 탄다.
우리 가족은 급기야 그동안 거부하고 살던 손전화를
길바닥에서 아들에게 일어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손전화 두대를 family plan으로 드디어 구입했다.
온전히 전화 용도를 emergency 용으로사용하다 보니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도 가족, 학교 선생님, 그리고 직장 상사만이고
그나마 걸려오는 전화라고는 가끔
막내가 친구집에 놀라가서 몇시에 데리러 오라는 호출전화내지는
간혹가다 아들이 예정시간보다 늦게 집에 오지 않으면
어디쯤 와 있는지 거는 확인전화가 고작이다..
그래서 매달 $55 정도 내는 사용료가 너무 아까워 죽을 노릇이지만
단 한번의 사태를 무시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쓰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오후 다섯시쯤 레슨을 하고 있는데
아들의 당황하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일인지 듣기도 전에 우선 너무도 놀라고 무서워서
등과 손바닥에 갑자기 식은땀부터 났다.
우선 거의 소리를 지르듯 크고 빨리 얘기하는 아들을 진정시켜서
얘기를 들으니 집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monthly buss pass가 들은 지갑을 찾으니
지갑이 없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얘기를 하면서 계속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얼마 전에도 지갑을 버스에 두고 내려서 시 버스 측에서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찾으러 가면서 조심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버스 탈 돈도 없고, 버스 패스도 없어서 집에 못가게 됐노라는
얘기를 듣고 그제서야 그동안 벌렁거리던 내가슴이 가라 앉음을 느꼈다.
차분한 소리로 아들에게 영하 20도의 날씨이니 너무 추우니
도로 대학교로 일단 돌아가서
만날 장소를 일러주고 거기서 기다리면 곧 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몇번씩 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레슨중에 전화를 받아서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고민중에
그날따라 반갑게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집에 들어서서
운좋게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학교로 바로 출발 할수 있었다.
지난 일년 반동안 아깝게 매달 사용료만 거의 $1000 을 지불한
애물단지같은 손전화가 드디어 우려했던 사고에
적절히 사용이 되어서 그 비싼 값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아무 탈없이 한번도 이 전화를 이용할 일이 없다면
매달 사용료만 줄창 몇년이고 내는게 무슨 대수이랴...
에필로그: 그날 밤에 어떤 학생이 벌써 지갑을 학교에서 발견해서
대학교 사무실에 갖다 놓았으니 월요일에 찾아가라는 이 멜이 왔다.
이로 인해서 아들은 자기것을 좀 더 신경써서 챙기고, 더 조심하고,
또 무슨일이 일어나도 침착히 해결 할길이 있다는 걸 배우기도 하고,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지갑을 두번이나 잃어버려도 돌려 주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일깨원 준 이 사건은 이렇게
기분좋게 해피 엔딩으로 일단락 되었다.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목중에
power point를 사용해서
교수님과 학생들 앞에서 formal presentation을 하기 위해서
모처럼 정장을 했기에
사진 찍기를 많이 싫어하는 아들인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멋지게 웃늘 얼굴로 포즈를 하라고 부탁을 했더니
역시 저렇게 엄마의 요청을 완전 무시하고 바닥만 쳐다보고만 있다.
Cherish
all your happy moments:
t
for old age.
US author & journalist (1890 -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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