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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복덩이 아들....

by Helen of Troy 2009. 5. 16.

우리 자폐아 아들 녀석이 작년 9월무터 많은 우역곡절끝에 어렵사리 시작한

대학교 생활의 1학년 과정을 지난주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시험이 끝나서

이번주부터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 보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세월의 빠름을 곱씹으면서 지난 9개월간의 시간을 잠시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일년 재수를 하고 기다린 끝에 받은 입학 허가서를 받고는

한 일주일은 너무도 기분이 좋고 신났지만 점점 걱정거리가 하나씩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집과 학교의 거리가 꽤 멀어서 매일 편도에 한시간 반을 세개의 버스를 갈아 타고

학교와 집을  오고 가는 일부터 커다란 두려움으로 다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다가 버스를 잘못 갈아 타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나 않을지,

아주 추운 겨울에 갈아 타는 버스를 놓쳐서 길바닥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지,

나쁜 사람들을 만나서 무슨 변을 당하지나 않을지,

생긴 것은 정상인처럼 멀쩡하게 생겼지만 가끔씩 자폐아 특유의 행동을 해서

오해 살 일을 해서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해서 맘이 어수선했습니다.

 

첫 일주는 남편이 아들과 함께 버스 타는 연습도 하고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엄청 큰 캠퍼스 안에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강의실을 찾아다니는 연습도 할 겸 아들 녀석 뒤를 쫏아다녔더니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제발 따라다니지 말라는 아들의 불평에

삼일후에 물가에 어린애를 혼자 두고 온 심정처럼 혼자 학교에 보냈습니다.

아들이 집을 나선 후부터 내내 가슴을 졸이다가 오후 5시반경에 매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들의 모습이 얼마나  반갑던지 필요 이상 반갑게 인사를 하는 엄마 아빠를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보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가슴 졸이면서 전전긍긍 시작한 대학교 생활이 점점 자리가 잡혀가면서

등하교의 문제와 강의 참석의 걱정이 사라져 갔습니다. 

그동안 꿋꿋이 손전화도 없이 잘만 살다가 아들에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위급한 상태를

대비해서 장만한 손전화도 일년간 단 한번의 사용하는 걸로 큰 탈 없이

그 모질게 추운 겨울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개근을 하면서

무사히 일학년을 마쳤습니다.

 

명색이 잘 나가는 대학에서 정상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함께 공부하기에

애시당초 공부자체에는 커다란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진 편견, 의혹, 멸시와 ignorance를 뒤엎고

보기좋게 일학기에 너무나 좋은 학습태도와 성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측과 장애인협회에서 냉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더니

그제서야 서로들 약간은 정치적 냄새가 나는 공치사를 하는 걸 보니

잘 되면 서로들 자기 탓이라고 우기는 무리들은 어디에나 있나 봅니다.

 

hands-on 공부보다 강의가 많아진 2학기때는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숙제도 옆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반복도 많이 해야해서

1학기 때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2주 전에 학기말 시험 때까지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무난히 일학년을 마쳤습니다.

 

그냥 강의실에서 시간만 때우고 오기만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부모도 포함해서)에게

비록 커다란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자폐아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주부터 보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여름 일자리를 알아 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력서 쓰는 준비도 하고, 인터뷰 예행 연습도 하고,신문에 난 구직 광고도 챙겨 보고,

인터넷에 올린 광고도 찾아 보면서 임금을 받는 일을 찾아 보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워낙 좋지않은 경제사정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비지네스가 많지 않아서

올해 여름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주말에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2년째 일을 해 오고 있어서

주중에 보수를 받지 않아도 일자리를 주는 곳이 생기면

마다않고 기꺼이 일을 시작하기로 맘을 굳혔습니다.

 

정상인과 달리 여러 방면에 걸처서 큰 장애를 안고 살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미련할만큼 옆도 안 보고, 휴식도 없이

성실하게 일만 하는 우리 복덩이 아들에게

어느 맘씨 좋은 사장님이 일 할 기회를 주기만을

오늘도 두손 모아서 기도를 하면서 기다려 봅니다.

 

 

 지난 1월부터 직접 샌드위치를 만드는 연습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법 먹을만하게 잘 만들어서 옆에서 참견하는 엄마가 귀찮기만 하답니다.

오늘 1학년 마지막으로 가져갈  샌드위치를 꼼꼼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