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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정원에서

고마운 흙, 생명의 흙, & 내 삶의 흙......

by Helen of Troy 2009. 5. 5.

예년보다 정원일이 2-3주가 늦어져서

주말 내내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날씨가 무척이나 좋은 토요일에는 몇가지의 행사가  한꺼번에 겹쳐서

부득히 일요일로 미루어졌다. 

일기예보에 낮 최고 기온이 22도라는 뉴스가

더없이 반갑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엔 맘 먹고 7시부터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함께 들고

오늘 오후에 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공연의 마지막 연습이 있는 막내를

공연장소에 일찌감치 데려다 주고 부리나케 집에 오자마자 6개월동안 굳게 잠긴

shed 문을 오랜만에 열고 정원일의 기초인 흙을 고를 장비를 챙겼다.

장갑, 삽, 비료, 퇴비, 신발, 고무 호스, 등등...

 

우선 정원일을 하기에 걸맞는 신발을 챙겨신고..

 

 

 

 

오래됐지만 아직도 멀쩡한 cd player로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Ready, get set, and here I go.....

 

 비료와 퇴비, peat moss도 꺼내고..

     비옥한 흙인 top soil and potting soil 도...

     오랜시간에 단단해진 흙을 삽으로 떠서 뒤집은 후에

     땅에 영양분을 추가할 여러가지를 다 적절히 섞어서..

 

     작은 삽과 손으로 덩어리를 잘게 부순다.

     장갑을 벗고 일부러 맨손으로 흙을 고른다.

     촉감이 상당히 좋기만 하다.

     손이 좀 거칠어지고 손톱사이가 시꺼머도 괜찮을만큼..

 

    2시간 후에 오케스트라 연습에서 돌아 온 눈치 빠른 막내가  우리 부부와

    언니를 위해서 기특하게 딸기 스무디와 샌드위치를 쟁반에 짠~~ 하고

    나타나서 마침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 차에 나란히 걸터 앉아서

    맛나게 점심을..

 

 

    앉은 두딸과 서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엄마...

    구도가 재미나서 그냥...

 

이제는 그저께 난리 브루스를 떨고 집에 들여온 꽃과 나무들을

심을 일만 남았다.

비를 좀 뿌려주면 좋으련만..

 

 땅을 고르다 보니 작년에 내 팽겨져 버려진 튜울립 10개 정도가

혹독한 추위도 이겨내고 이렇게 신기하게도 수줍게 올라오고 있다.

투울립의 생명력도, 대단한 흙, 그리고 따사로운 태양의

근사한 합작품에 잠시 가슴이 뛴다.

 

 

 

이렇게 식구 셋이서(아들 녀석은 주말에 일을 가느라 없고)

세시간에 걸쳐서 흙을 골라 놓았다.

 

 

이제 비옥한 땅에서 모든 생명과 에너지의 근원인

해와,

물,

공기의

공동작업으로

무에서 뿌린대로 새 새명이 태어나는

기적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아울러,

우리가 살다가 오만가지의 허물과 상처로

얼룩지고 헤져서 너덜너덜해진

우리네 삶도 이렇게 가끔은

산뜻하고 순수한 clean slate로

말끔히 새단장을 하고

새로운 각오로

멋지고 향기로운 인생의 꽃과 열매를 풍서하게 맺기를

조용히 기도를 드려봅니다.

 

 

 

꼬리글: 손톱 사이에 낀 흙을 부랴부랴 솔로 빡빡 씻어 내고

촌아지매 티를 뱀껍질 벗기듯이 쪽 벗어내고

우아한 모드로 둔갑을 해서

막내을 앞세워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우르르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