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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거위가족 이야기 3탄...

by Helen of Troy 2009. 7. 11.

요즘 우리 동네는

심한 가뭄뒤에

일주일 내내 단비가 내리고 있다.

그저께 신문 첫면에 큰 글씨로 "Million Dollar Rain" 라는

헤드라인이 말해 주듯이

여러 농부들은 물론이고

많은 주민들과 모든 생물들에게 말 그대로 백만물짜리 생명의 단비이기도 하다.

 

우리집 정원도 뜸뿍 온 비로

채소가 잡초처럼 쑥쑥 자라고

화초도 여러가지 화려한 자태로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활짝 개인 날이라서

일주일만에 집뒤에 있는 호수가로 산책을 나가 보았더니

여기도 그동안 맥을 못추고 축 늘어져있던 나무와 잔디가 싱그럽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제일 궁금한 것은 2주 가까이 못 본 두 거위 가족의 근황이었다.

 

 6월 24일 산보 길에서 .....

거위 새끼들이 목과 다리가 많이 길어지고 전체로 덩치가 커졌다.   그래도 솜털은 그냥 있고.... 

 


기특하게 거위 아빠 엄마는 아직도 새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항상 보호자세로 서 있다.


 

 얼마 전에는 이렇게 전원이 내게 돌진을 해 와서 질겁을 하고 도망을 갔는데

 안타깝께도  산보객들이 거위들에게 먹이를 주었던지

 사람이 근처에 가면 도망을 가기 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가깝게 다가 와서

 쉽게 먹이를 기대하는 걸 알자 참 씁쓸했다.  야생동물은 야생으로 두어야 하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사육을 시키다니...

 


 


 새끼 거위들은 마치 먹기 위해 태어난 듯이 항상 머리를 땅에 쳐박고 바로 옆에 서 있는 나도

 아랑곳없이 먹는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역시 어른들은 보초를 서 있고...

 


2주 후에...

 

 

오늘 7월 10일에 2주만에 두 가족들을 만나 보니, 이제는 언뜻 보면 누가 어른이고 누가 새끼들인지

잘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새끼들이 부쩍 자랐다.  크기도 어른과 비슷하고 색깔도 비슷해서

구분이 어렵지만 땅에서 코를 박고 편히 자는 놈들은 새끼들이고 아직도 꼿꼿하게 차렷자세로

서있는 놈이 어른이라는 걸 알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잘때도 지들 가족끼리 뭉쳐서 잔다..

 


 


 어디선지 갑자기 천사처럼 하얀 갈매기가 나타나서 석양의 햇빛에 빛을 내고..

 


 저 어미새는 잠은 언제 자고 언제 먹는지....

 과연 새끼녀석들은 어미가 쏟아 부은 노고를 알기나 할까..

 


 


 


 산보길을 세번째로 돌아 오니 낮잠에서 깨서 또 다시 먹는 일에 열중...

 아마도 두세달 후에 남쪽으로 날라 가기 전에 지방질을 많이 비축해 두려나 보다.

 이렇게 서 있으면 누가 어미고 애비인지, 또 새끼인지 정말 구분이 어렵다.

 


 산보길을 네번째 돌 쯤에는 시간이 어느덧 9시가 넘어서 어둑어둑해지는 호수가에는

 오리가족이 유유히 가족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남편과 나는 9마리의 새끼 오리들이 앞에 보이는 큰놈의 새끼인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참 대단히 번식력이 좋은 어미다...

 


 


 


 위에 보이는 큰 호수를 지나서 좀 걸어가면 조금 더 작은 호수가 있는데

 그곳으로 어미 오리와 세놈의 새끼들이 무척이나 잔걸음으로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이제는 뛰어가듯 내뺐다.

 


 새끼들은 내 주먹보다 작은데도 불구하고 엄청 어미를 따라서 잘도 뛰어간다.

 


 호수가에 거의 와서..



 유유히 느긋하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산보를 하면서 자주 만나는 이웃이 된 두 거위 가족과 오리 가족을 보면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들의 이기심과 무책임감으로

쉽게 가족이 갈라지기도 하고, 내버려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요즘 세태에

상대적으로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돌보는 거위와 오리녀석들이

참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 녀석들처럼 우리 자식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를 속으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