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라는 커다란 장애를 안고 사는 아들 녀석은 태어난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만 두살때부터 4년간의 자폐아를 위한 특수학교를 다니다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후에
만 여섯살에 apple juice라는 단어로 자기의 의사를 손짓이나, 표정, 울음, 고함이 아닌
남들처럼 말로 자기의 의사 표현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 녀석이 정상적인 아이들과 어울려서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
다른 학생들의 bullying,
부모나 선생님들의 오해와 안이함과 나태,
학교나 정부의 몇몇 책임자들의 무관심과 red tape,
아들의 교육이나 부적절한 행동에 필요한 자료와 전문가의 부족,
뭐니뭐니해도 매일 내 인내의 한계를 테스트하면서 수백번의 반복의 연속인 학교 공부로
참으로 많은 어려움과 고통으로 힘들어서 좌절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포기하고 싶을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매번 다가온 수많은 시련들을 딛고 잘 버티어 준 아들과 (물론 가족 모두)
알게 모르게 주위에서 베풀어 준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보람된 사건들도 많았기에
남 몰래 눈물을 쏟은 날보다는 웃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 12학년을 무난히 끝내고
졸업 일년 전부터 사전에 많은 준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도전한 대학교에서 입학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같은 고등학교에서 일년을 재수하면서
더 꼼꼼하게 했던 만반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는지
두번째 시도에 감격스럽게 대학교 입학 허가를 얻어서
작년 9월에 드디어 office management (콤퓨터/accounting) 전공으로 대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대학교 생활을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내어서
처음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학교측에서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무사히 일학년을 마쳤습니다.
큰고개를 넘었다는 안도의 숨을 잠시 돌릴 틈도 없이 바로
5월 중순부터 여름 방학 동안 일할 자리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력서도 준비하고, 인터뷰도 연습하고, 구직광고도 인터넷을 통해서 찾으면서
여름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불경기라서 새로 사람을 뽑기는 커녕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도 lay-off를 하는 상황에다가
아직도 장애인들을 고용하기를 꺼리는 고용주가 대부분이기에
두달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올해 여름방학은 2년전부터 주말에 무보수로 일을 하는 pet store 일만 하기로 체념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아들녀석이 캠핑을 떠나고 집을 비운 사이에
YMCA 사무실에서 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니 준비해서 출근을 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을 서류 정리(filing)와 data-entry 하는 일이 아들에게 주어진 일이라네요.
아예 일자리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있던 차에 이런 제의를 받아서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어떤 옷을 입혀 보낼까, 신발을 뭘로, 가방은 어떤 걸로 들고 가면 좋을지
아들 방을 기웃거리면서 부산을 떨자 아들 녀석이 침대 위에 죽 널린 것들 중에 골라서
따로 두었습니다. 그 사이에 나는 처음 직장에 가서 기억해야 할 주의 사항들을 몇번씩
잔소리를 늘어 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식구 모두들 일찍 일어나서 처음으로 출근하는
아들녀석과 아침을 함께 들면서 걱정이 앞서는지 모두들 한마디씩 잔소리를 또 늘어 놓았습니다.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직장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려고 미리 전날에 인터넷을 통해서
버스 노선과 시간을 꼼꼼히 적은 종이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아들이
무척이나 대견하면서도 가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서
아들이 집에 돌아 올 때까지 화살 기도를 수없이 하면서 초조한 맘을 달랬습니다.
다행히 첫날을 무사히 잘 마치고 집에 돌아 온 아들녀석을 보자마자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보수를 받고 일을 하는($9.50/hour) 첫직장에서
어떤 첫날을 보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서
쉬지않고 계속 질문공세를 펼치는 우리에게 그저
"Don't worry. I had a good day." 라고
짧게 대답만 남기고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첫 출근을 하는 아들을 불러 세워서..
오늘 두번째 날도 첫닐보다는 덜 하지만
아들녀석이 집을 나선 후부터
계속 안절부절하는 못난 엄마인 내 자신이 참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남들에게는 그녀석에게 편견없이 스스럼없이 대해 주기를 바라면서
정작 엄마라는 사람부터 이렇게 믿음이 부족하니 말입니다.
우선 장애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들녀석에게 귀한 일자리 기회를 산뜻 준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그리고 장애를 딛고 항상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옆도 안 보고 오직 일에만 임하는 아들에게도
고마움과 응원의 박수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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