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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Helen's Family/Jeffrey

아들의 첫 월급....

by Helen of Troy 2009. 9. 5.

어느 부모든지 자식들이 잘 성장해 주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독립을 해서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맘에서

성인이 될때까지 많은 사랑과 시간을 쏟아 부어 넣을 것입니다.

나같이 장애자 자식이 있는 부모에게는 그런 꿈을 가지는 자체만으로도 사치같아서 두렵기만 합니다.

약 4년전부터 감히 그런 소박한 꿈을 가슴 속 깊이 키워 오던 우리 부부에게

한달 전에 우편으로 배달 되어 온 하나의 수표를 두근거리는 가슴과 떨리는 손에 거머지면서

그 꿈이 현실화 되어서 로또 당첨으로 받은 수표마냥 겅중겅중 뛰면서 기뻐했습니다. 

 

우리 복덩이 아들 상균이는 태어 날 때부터 자폐라는 커다란 장애를 안고 생활을 해 왔습니다.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싫든 좋든 남과 더불어 평생 살고 있습니다.

자폐라는 장애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혼자이면서도 커다란 사회의 울타리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들에게 필수인 communication, interaction, relationship 등

남과의 관계 형성을 만들어 가는 기술이 아주 부족한데서 오는 핸디캡입니다.

 

노력하고 성장을 하면서도 항상 모자라는 interaction 기술을 습득해 주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분리된 교육이 아닌 정상인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니게 했고,

운동을 비롯해서, 캠핑, 취미 활동도 적어도 10번까지는 시도를 하는 방침을 지키면서 오뚜기처럼 키운 보람이 있는지

부모를 포함해서 주위의 사람들의 기대치보다 항상 잘 해 주어서 참 대견한 아들입니다.

 

많은 우여곡절과 노력끝에 작년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혼자 두 세번 갈아 타야하는 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일학년을 잘 마쳐서, 거기다가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장학금을 받게 되자

장애자들의 입학을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학교 관계자들에게 거의 구걸하다피 입학 허가서를 얻어 낸

뼈아픈 경험을 한 저에게 보란듯이 한방에 날려 주었습니다.

 

대학교 방학이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이미 이력서도 준비하고 인터뷰 연습도 많이해서

여름 아르바이트 직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동네 역시 불경기 중에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지난 2년동안 pet store 와 Indigo라는 대형서점에서 일주일 이틀씩 무보수로 열심히 일을 해 온 아들이지만

장애아에게 임금을 주면서 고용을 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아서 내년에 다시 도전하기로 맘을 먹던 차에

7월 초에 드디어 주 2일을 하는 직장이 생겼습니다.

시내에 새로 생긴 YMCA 사무실에서 filing, data entry, copying 등 잡다한 사무실 일들이

아들에게 주어진 일입니다.  아들의 첫보수는 최저 임금보다 약간 높은 시간당 $10.00 수준이지만

정당하게 일한 댓가로 임금을 받는 그 자체만으로도 억만금을 받는 것처럼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

 

 

첫 월급으로 받은 수표...

 

아들에게 반 농담으로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에게 빨간 내복을(Red Underpants/shirts) 선물로 줘야 한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런 걸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그날 내내 혼자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가 지 누나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그녀석 역시 한국에서만 구입 할 수 있는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빨간 내복을 어디서 장만해야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급기야 둘이 머리를 모아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걸 보고서야

그냥 우스개 소리로 했노라고 안심을 시킨 다음에 평소에 커피 매니아인 엄마에게

집에서 가까운 Second Cup이라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1 파운드만 사 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일거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헤헤 거리며

애들 셋이 카페에까지 걸어가서 엄마를 위해서 원두 커피를 사서 제게 안겨 주었습니다.

 

 

 

 

복덩이 아들녀석의 기쁨, 슬픔, 분노, 눈물과 땀으로 스스로 두 발로 일어 서서

열심히 일해서 받은 첫 월급으로 엄마를 위해서 사 준 이 커피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로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인 감동의 따끈한 커피일 것이다.

 

이 특별한 커피를 혼자 마시기엔 너무 아까워서

여러분들과 함께 마시고 싶습니다.

그동안 함께 흘린 눈물과 땀으로 맛이 좀 찝찔할 수도 있으니

설탕을 좀 가미해서 드셔야 할 것 같으니

알아서 입맛대로 드시길....

 

 

epilogue:

수습기간 동안 일을 잘 해 주어서

여름 아르바이트로 끝나지 않고

새학기가 시작한 후에도 계속 일을 해도 좋다는 허락이 어제 떨어져서

학교 다니랴, 주중에 이틀 일 하랴, 주말에 이틀 일하랴

일복이 터진 아들은 돈의 가져다 주는 잇점을 조금씩이나마 터득했는지

벌써부터 식구들과 친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Climb Ev'ry Mountain from Sound of Music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