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나서 휴가를 가는 것은 좋지만
집에 돌아 오니 당장 먹을 것이 없는 현실에 부닥치다 보니
씩씩한 아줌마답게 휴가에서 돌아 온 날부터 팔 걷어 부치고 부억에서 조물조물...
깻잎 장아찌
거의 3주간의 휴가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휴가를 떠나기 전에 비우고 떠났기에 음료수와 밑반찬 몇가지만 썰렁하게 들어있었다.
날씨도 무덥고 뭔가 칼칼한게 먹고 싶은데 뭘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뒷마당 텃밭으로 눈길이 갔다.
그동안 알맞게 비도 잘 오고 날씨도 따뜻했던지 텃밭의 채소들이 밀림 수준으로 촘촘히
잘 자라고 있었다. 편하게 쌈장에다 상치, 깻잎과 쑥갓으로 쌈을 싸 먹으려고 밭에 나가서
채소를 뜯으러 갔다가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잘 자란 깻잎을 따다 보니 급기야 거의 500장을 뜯는
불상사(?)가 생겼다.
텃밭의 무성한 깻잎...
몇장 뜯으러 나갔다가 500장 이상을 움켜지고 들어왔다.
100장씩 묶음으로..
깻잎을 따면 손톱과 손끝이 며칠간 저렇게 시꺼멓다..
나는 어려서부터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데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더욱 매운 음식이 땡긴다.
생각지도 않게 많이 걷어드린 깻잎을 쳐다 보다가
두달 전에 한국에서 직송된 고추가루를 맛 볼 겸 깻잎 장아찌를 매콤하게 담기로 했다.
우선 멸치젓국에 물을 좀 타서(좀 오래 두고 먹을 장아찌는 물을 섞지 않고)
마늘, 생강, 고추가루, 설탕, 깨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두세장 사이 사이에 양념장을 발라서 차곡 차곡 캐켜 놓으면...
매콤하고, 산뜻한 깻잎 장아찌가 ..
꽈리고추 김치
밴프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마침 배가 출출해서 캘거리 시내에 있는 한식집에서
오랜만에 한식과 물냉면을 먹고 식당 바로 옆에 있는 한국 수퍼에 들렀더니
마침 싱싱한 풋고추와 꽈리 고추를 세일을 한다는 말에 고추를 좋아하는 나의 눈이 반짝거리면서
풋고추 5 kg, 꽈리고추 5 kg을 아무 사는 나를
가족들이 한심한 듯이 쳐다 보아도 무슨 횡재를 만난 듯이 신이 나서 300 km가 떨어진 집까지
의기양양하게 사들고 왔다. 한국 음식을 먹을 식구도 없는데 손이 커서 싱싱한 야채를 보면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욕심스럽게 사재기를 하는 이 버릇은 언제나 고쳐질지 나도 모르겠다.
고추 꼬리를 따서...
식초롸 소금으로 하루 정도 절인다.
숨이 죽은 고추를 물에 두번 정도 씻어서
배추 김치를 담을 때보다 1/3 정도 많은 양의 양념(마늘, 생강, 새우젓, 설탕, 깨소금)과
2 cm 정도로 자른 깻잎을 넣고 버무린다.
찬밥과 함께 두세개를 손으로 집어 먹으니 꿀맛이다..
고추 장아찌
역시 사재기를 해 온 풋고추를 식초와 물을 3:1 비율로 섞은 식초에 4일 정도 삭힌다.
식초의 2/3를 버린 후에, 통마늘, 여러가지 통후추, 저민 생강, Shallots,
그리고 설탕과 간장을 넣으면 짠~~~~
약 10일 후면 새콤한 고추 장아찌를 먹을 수 있어요. (마늘도...)
휴가를 다녀 와서 몸은 피곤해도
이렇게 서너가지 밑반찬을 만들어 놓으니.
손 쉽게 입맛 없을 때 우리 부부도 먹고,
손님이 언제 들이 닥쳐도 밥만 해 놓고 밑반찬만 죽 꺼내 먹을 생각만 해도
그저 푸근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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