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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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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복덩이 아들과 팔자 늘어진 엄마....

by Helen of Troy 2010. 1. 31.

 

 

우리 동네는 북극의 도시답게 겨울에 눈이 자주 온다.

눈이 내린 후에 48시간 안에 집 앞의 sidewalk를 치워야 하는 법도 있고,

사람이나 차가 내린 눈 위를 건드리기 전에 치워야 많이 수월하기에 귀찮아도

오래 전부터 나는 눈치우기를 추운 겨울에 유일한 야외 운동이라고 스스로 체면을 걸고

될 수 있으면 즐거운 맘으로 해 오긴 했지만

올해는 복덩이 아들녀석 덕분에 늘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은 

이 눈치우기에서 90% 정도 해방이 되어서

오늘 아침에도 어제 밤에 내린 눈 걱정일랑 안 하고 

잠옷 바람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자폐아인 아들이 11살이 될 때까지는 그저 하루 하루를 

아들에게 요구 되는 스피치, 행동, 레슨, 운동, 학습 등등을 챙겨주기만 급급해서

집 안에서 정기적으로 일(chores)을 시킬 엄두도 못내고 살수 밖에 없었다 . 

아들이 말을 시작하기 (만 여섯살) 오래 전부터 일상에 매일 필요한 

여러가지  skills( 씻기, 이닦기, 옷 입고 벗기, 단추 채우기,

목욕, 기저귀 때는 법 후에 화장실 사용법, 신발 끈매기, fork/knife 사용법, 

연필 쥐는 법, 매일 먹어야 하는 다양한 약 삼키기,

끊임없이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행동 억제하기,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는 법(말을 못해도),

오감이 다 과민 반응을 보여서 다양한 촉감과, 냄새, 소리, 빛, 등에 

적응하게 해 주는 sensory intergration...  등등 )을

occupationtial theriapies 치료를 통해서 습득해서  혼자 자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일 자체가 인내를 끊임없이 요구하기에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참으로 힘들어서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아들이 2살때부터 특수학교와 집에서 집중적으로 시킨 조기 교육의 효과가 있었든지

늦게라도 말문이 트인 후에 1년 안에 녀석이 2학년 때에 더듬더듬 책을 읽기 시작했고 ,

6개월 후인 2학기 때에 개발세발 수준이지만 글도 그리기(?) 시작해서

일반학교에 다니던 녀석이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는 

학교 공부와 life skills 습득하는데 온갖 노력을 쏟느라

집 안 일을 시킬 여유도 엄두도 나지 않은 현실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 역시 일반 중학교에 진학해서 처음 1학기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자, 학교와 집에서 책임감을 길러 주기 위해서 

조그만 일부터 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예를 몇가지 들자면:


. 매일 배달 된 신문 가져 들어오기

. 읽은 신문은 재활용 박스에 넣어 두기

. 정해 놓은 화분들을 일주일에 두번 물주기

. 30 미터 떨어진 우편함에서 우편물 꺼내오기

. 쓰레기 수거 하는 날 쓰레기통과 백을 밖에 내놓기 그리고 빈 통을 가져 들어오기

. 일주일에 한번씩 진공청소기로 자기 방 청소하기

. 먹은 후에 접시를 dishwasher에 넣기 & 세척이 끝난 그릇 세개를 제자리에 놓기

. 아침에 커텐 열고 자기 전에 커텐 닫기

. 더러워진 옷들을 세탁 바구니에 넣기 & 빨아서 개켜 둔 자기 옷을 정해진 서랍에 넣기

. 눈이 오는 날에 등교하기 전에 10분 그리고 하교 후에 10분 눈 치우기

. 토요일마다 아들 녀석 목욕탕의 세면기와 toilet 청소하기

. 만기일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돌려 주기

. 전구가 나가면 갈아 끼우기

 

등이 있었는데 어느 날에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쉽게 파악 할 수 있도록

커다란 달력을 사서 다양한 스티커와 매직펜으로 매달 일일히 적어 두고 

그렇게 녀석이 혼자 알아서 제대로 할 때까지

아들 녀석과 우리 부부는 서로 인내의 한계 내기 시합이라도 하듯이 지치지도 않고 

징한 기싸움을 몇년동안 해야만 했다.

정상아든지 장애아든지 사춘기에 접어 든 덩치 커다란 아들녀석에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 가면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가끔 한번씩이 아니라 끝도 밑도 없이 정기적으로 

계속 일을 시키는 일은 시작부터 너무 힘들어서

매일 악악대는 녀석 대신 내가 처리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 유혹이 자주 들었고, 

또 사실 그 유혹에 자주 말려 포기 한 적도 많았다.

 

그렇게 포기와 다시 시작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씩 chores 가짓수도 늘어가지만 처음에는 일단 땡깡부터 부리던 일도

일단 녀석이 자기 일이란 인식이 들면 좋은 기억력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이라도 그 일을 한다.  만약에 실수로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해서 하면 

오히려 화를 내기까지도 한다.

자폐아에서 흔히 보이는 생각의 유동성(flexibility)이 결여 되어서 

obssesive 행동으로 치닫을 때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녀석에게 주어진 일은 책임지고 그 녀석 능력 껏 집,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옆도 안 보고 주어진 쉬는 시간에도 

할 일을 끝내 놓기에 10여년을 매일같이 녀석을 따라 다니면서 핏대 올리고 싸운 

기싸움의 보람을 요즘 자주 느끼고 산다.

 

올해 1월부터 대학교 과정 2학년 2학기에 들어서는  

오후에 강의가 있어서 직장인 YMCA 로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아들은

나보다 스스로 먼저 일어나서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것 보다는 쳐져도

그날 먹을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고 마실 것과 주점부리로 점심을 준비 한 후에

시리얼, 토스트, 베이글, 와플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즈음에 늙으막에 개천에서 용 난듯이

팔자가 늘어진 엄마가 잠에서 깨어서 부수수 일어나서 방에서 나오면

대문 밖에 배달 된 아침 신문을 가지고 들어 와서 녀석이  

매일 즐겨 보는 세일을 선전하는 fliers 와

Arts and Entertainment 섹션을 빼고 나머지를 내게 읽으라고 건내 준다.

어제 밤부터 조금씩 눈이 내리자 심통스런 목소리로 바쁜데 눈을 치우려면

평소보다 좀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툴툴거리며 자러 들어 가더니

오늘 아침에 부리나케 아침을 먹고는 아무 말없이 눈 치우는 삽을 들고 나가서

넓은 드라이브웨이의 반만 건성으로 후다닥 눈을 치우는 녀석의 모습에 

예전처럼 화가 나기 보다는 웃음이 절로 났다.

5분 안에 벼락치기로 눈을 치우고 삽을 던져 놓자마자, 

내일이 쓰레기 날인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녀석은

내겐 무겁기만 한 커다란 쓰레기 통과 백을 가뿐히 들어서 집 앞 길 가에  내팽겨 치고 

버스 타는 시간 놓친다고 궁시렁거리면서 가방을 뒤에 걸머 메고는 

잘 다녀 오라는 엄마의 인사도 듣는 둥 마는 둥

뒤도 안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긴 다리로 재빠르게 달아 났다.

 

며칠동안 감기와 쌓인 과로에 쳐져 있는 엄마를 즐겁게 해 준 대견한 아들의 뒷 모습을 바라 보면서

아직도 장애를 앞세우고 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패가 두려워서 미리 엄두를 못 내고 시작을 안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 자신이 나태하고 좀 편해지려고 차일피일 미루는 일들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 해 보면서

시도한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서투르기만 한 신발 끈 매기와 

나이프 쓰는 법을 한동안 쉬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계속 연습하기를 다짐 해 본다.

 

 

 

   

    작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미사에 가기 전에 받은 선물을 자랑하면서 

딴에는  최대한으로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포즈를....



 

 

 오늘 오후부터 계속 눈이 내려서 제법 쌓였다.  

부탁도 안했는데 저녁을 먹고 나더니 

현재 기온이 영하 12도에 센 바람까지 불어서 두툼하게 껴 입고  

삽을 들고 컴컴한 밤에 혼자서 눈을 치우고 있다.

 

 

 

 

 

 

 

 

 music: la vie en rose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