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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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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Emily

오랜만에 캠핑을 떠난 막내...

by Helen of Troy 2010. 8. 14.

 

겨울이 유난히 긴 우리 동네에서는

1월 말 쯤 되면 소위 cabin fever 를 앓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 병(?)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실내에서만 오래 생활하다 보면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오고 만사가 시들해 지면서, 따뜻한 햇볕을 그리워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 병을 치유하는라 우리 동네 사는  많은 가족들은 늦겨울에 한번씩은 따뜻한 멕시코나

카리브 해안, 아리조나,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 와서 그 징글징글 긴 겨울을 넘기곤 한다.

 

캐나다에서는 봄에 처음 맞는 연휴는 5월 3째 주말에 돌아 오는 빅토리아 데이 연휴이다.

이 첫 연휴 주말이 되면 우리 동네 사람들의 반은 무엇에 홀린 듯이

4월 말부터 맘이 급해서 벌려 놓은 정원일에 올인을 하거나

나머지 반은 실외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에는 아직도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캠핑 도구나 카누, 모터 보우트를 차 위에 올리거나, 뒤에 끌고 뒤뚱뒤뚱거리는 차를 몰거나,

혹은 작게는 밴(van) 부터 크게는 커다란 집만한 RV(recreational vehicle)를 몰고

오랜만에 다가온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서 캠핑을 떠난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가족도 예외없이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다섯 가족과 함께

매년 기다렸다는듯이 5월 말에 돌아 오는 빅토리아 데이 연휴부터 시작해서

9월 초에 돌아 오는 레이버 데이 (노동절) 연휴 끝으로 적어도 두세번씩 함께 캠핑을 다녀 오곤 했다.

캠핑을 가는 장소는 주로 커다란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가기에 낚시와 물놀이을 무척 즐겨 했다.

하루에 배를 타고 나가서 낚아 올린 수십마리의 송어로 즉석에서 노련한 솜씨로 회도 뜨고

얼큰한 매운탕은 한창 나이의 남자들이 엄청 마셔되는 위스키의 좋은 안주거리였다.

아이들은 수영도 하고, 카누도 타고 함께 어른들과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족구와 dodgeball, 배구와 배드민튼 등을 하면서 모두 함께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곤 했다.

우리 부부의 나이가 여섯 부부 중에 제일 적었지만  

한국과 달리  나이와 별 상관없이 지내온 탓에 동년배처럼 스스럼없이 지내온 이들과

고만고만한 나이의 자녀들은 자연의 품 안에서 밤 새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옹기 종기 모여서

새벽에 해가 떠 오를 때까지 엄청나게 마시고 먹고 떠들면서 다시 찾아 온 봄을 만끽했다.

  

그렇게 연례행사처럼 의례히 다녀 오던 신나기만 하던 캠핑 여행도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차츰 캠핑에 따라 오려고 하지 않기도 하고(한해는 단체 스트라이크를 하기도)

어른들 역시 30대와 40대 초반의 순수한 열정이 식어 가면서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텐트 캠핑에서, 모터 홈으로, 또는 골프 리조트로, 크루즈 여행등으로 노는 방식이 서서히 바뀌어 가면서

점점 캠핑 가는 횟수도 줄어 들다가 급기야는 7년 전부터 완전 중단되어 버렸다.

자연히 쓸모가 없어진 텐트, 슬리핑 백, 버너, 도끼, 아이스박스, 낚시대, 접는 의자등 캠핑도구들은

그후 몇년동안 창고 제일 뒷쪽에서 천덕꾸러기로 숨어 지내게 되면서 우리의 기억 속에 점점 사라져 갔다.

 

그저께 유치원 때부터 막내딸의 단짝 친구인 알라나가 늘상 하던대로 sleep-over를 하려고 집에 놀러 왔다.

한시간동안 막내의 방에서 뭔가를 하다가 뒷마당에서 정원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아빠에게

불쑥 듈이 뒷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자겠다고 텐트를 찾아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왕 캠핑 기분을 낼 거면 마당에 설치 되어 있는 fire-pit에 모닥불도 피우게 도와 달란다.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캠핑여행을 누구보다 좋아했고, 오랫동안 켐핑을 가 보지 못해서 늘 서운 해 하던 남편은

쌍수를 들고 신이 나서 창고에서 먼지에 쌓인 텐트를 당장 꺼내서 마당 잔디 위에 기꺼이 설치를 해 주고

모닥불도 밤새 피울 수 있게 필요 이상 많은 양의 땔 나무들을 화로 옆에 쌓아 주었다.

 

잔 가지로 불을 시작 해 주고...   텐트를 세워 주고..

두 녀석들은 모닥불을 피우면 의례히 불에 구워 먹는 마시말로우, 감자, 옥수수까지 어느 새 부엌에서

꺼내 와서 불 주변에 널어 놓더니 조금 후에  ipod dock까지 갖다 놓고서야 8시 반이 되서야 불 가에 편히 앉았다.

우리는 이렇게 모닥불만 피우면 무슨 얘기든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설명서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조립해서 마당에 세원 준 텐트...

 

 

이렇게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계속 피워 대면서 밤 2시까지 조곤조곤 수다꽃을 피우더니,

드디어 남편이 세워 준 텐트 안에 들어 가서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머리 위로 하면서 꿈나라로 간

두 녀석을 위 층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면서 많은 상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아이들이 한창 어렸을 때인 나의 30대와 40대는 되돌아 보기도 싫을 정도로 참으로 힘들고, 어려워서

그냥 그대로 두고 몰래 떠나고 싶었던 유혹이 항상 도사리고 있던 그 시절이

50대가 된 지금의 나는 갑자기 가슴에 사무치게 그리워지면서

가슴 저 밑에서 뭔가 울컥 치밀고 올라 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 오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추억에 대한 미련일까, 멜랑콜리일까....

비록 뒷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예전처럼 캠핑 여행을 떠난

두 녀석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 14세의 젊음, 꿈, 가능성이 그득한 그들이 마냥 부러운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

 

 10시가 되었는데도 아무 기척이 없다.

그런데 10분 후에 갑자기 번개와 천둥을 수반하는 장대같은 비가 꽂히는데도 여전히 조용하다..

안달이 난 나는 위 발코니에서 비가 오니 빨리 들어 오라고 재촉한 나에게

그런데 밑에서는 팀파니같이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너무 좋다고 그냥 두라고 보기 좋게 한방을 먹인다.

 

30분 후에는 회오리바람 수준으로 바람이 불어대자,

두 녀석들도 그때서야 할 수 없던지 집 안으로 뛰쳐 들어 왔다.

 

    

비를 맞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히히거리며 재빠르게 텐트를 걷어 들이는 남편..

 

지붕이 있는 아래 발코니에 잘 마르게 세워 두고는 한 마디...

이왕 어렵사리 조립을 해서 만들어 놓았으니

마당이 마르면 8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둘이 다음 차례로 캠핑 여행을 가잔다.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기타 줄이 6개가 다 있는지.... 

 

music: El condor pasa played by j. williams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