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의 링컨센터
오후 2시에 공연 된 뮤지컬 The Wicked이 오후 5시에 끝난 후에
4년만에 반갑게 재회한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버펄로에서 사시는 친구 부부와 함께
타임스퀘어에서 불과 20 미터 떨어진 토니스(Tony's Italian Restaurant) 에서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했다.
벽에 붙어 있는 식당 메뉴판
이 식당은 나폴리 식의 패밀리 이탈리언 식당으로
바다에 가까운 나폴리 지방답게 해산물 파스타가 무척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식당으로
타임스퀘어 한복판 식당치고는 음식 맛과 양에 비해서 값이 무척 저렴한 편이다.
패밀리 식당이어서 마치 가까운 이웃에 있는 동네 식당같은 분위기인 이 식당은 한국음식문화와 비슷해서인지
한국의 복잡한 식당보다 훨씬 더 시끄러워서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중에서 어린애가 악악 울어대도 아무도 돌아보지도 않는다.
이 장소에서 거의 40년이 가깝도록 뉴요커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있는 이 식당에
그동안 다녀 갔던 유명인사들의 그림들이 벽에 빽빽하게 걸려 있다.
우리 일행은 이날의 스페샬 메뉴인 모듬 해물 파스타와 가지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처음엔 메뉴판에 적혀 있는 값이 조금 비싼 듯 했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접시에 뜨겁게
롭스터, 게, 낙지, 홍합, 패주가 넉넉하게 들어 간 푸짐하게 나온 링귀니를 보고 괜한 걱정을 했음을 알았다.
파스타의 양도 양이지만 황홀하게 맛이 있고 넉넉해서 넷이서 결국은 다 먹지 못했고,
곁들여 나온 빵도 너무 맛이 있어서 추가로 주문을 해서 먹었다.
혹시 타임스퀘어를 가시거나 이태리 음식을 좋아하시면
Tony's 식당을 적극 추천합니다.
배가 빵빵하게 저녁을 잘 먹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깔린 뉴욕의 거리는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대낮처럼 환한 길거리를
소화도 할 겸 적절하게 선선하고 밤 분위기도 좋아서
타임스퀘어가 있는 45가에서 링컨센터가 있는 63가까지
천천히 뉴욕의 야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 올라 갔다.
주중이지만 브로드웨이 밤 거리는 역시 많은 사람들과 차량으로 붐비고,
여러 브랜드 네임의 상품들을 광고들이 소비자들의 눈을 유혹하고,
여전히 뮤지컬 공연이 올려져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 거리를
약 30분간 걸어서 센트럴 파크의 산책로를 잠시 걷다가 링컨센터로 향했다.
공연 시간 30분 전에 알맞게 오랜만에 링컨 센터가 반갑게 눈에 들어 온다.
함께 간 부부와 남편이 링컨센터 광장에서 시원하게 뿜어내는 분수로 우선 다가간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아무래도 오페라 공연이기에 여행 중에 처음으로 나름 우아하게 정장을 하고 뾰쪽구두를 신었는데
여기까지 걸어 왔더니 발이 아파서 후회스러운 감정을 숨기고 카메라를 의식하고 웃어 보았다.
얼마 전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친 링컨센터 로비의 모습이 궁금해져서 발길이 점점 빨라지고...
바로 눈에 들어 온 모습은 휘황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로비를 밝혀 주고 있다.
우리의 자리가 있는 윗층에서 내려다 본 로비에는 시간에 맞추어서 청중들이 몰려 들고 있다.
10월 20일 하루만 공연하는 라 보엠 공연을 운좋게 구입을 했기에
제일 꼭대기 발코니 자리이지만 다행히 제일 앞줄이라서 무대는 잘 보여서 감지덕지하게 내 자리를 찾아서 올라 갔다.
연주홀에도 로비에 있는 샹들리에와 같은 디자인의 샹들리에와 주로 골드와 마룬 톤의 실내장식으로 바뀌어진
홀을 찬찬히 훌터보면서 결혼 전에 내집처럼 드나들던 때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간다.
오른쪽 세번째 줄과 4번째 줄은 VIP 자리인지 다들 남자분들은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 차림이고 여자분들은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샹들리에들은 천정으로 올려져서 공연 관람에는 지장이 없을까 괜한 걱정을 한 나는 픽 웃고 말았다.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서 많이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한 공연 홀이 보기에 참 좋았다.
오늘 공연의 지휘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터줏대감을 40년을 지키고 있는
제임스 리바인(James Levine) 씨 대신에 이태리 베르가모 출신인
마에스트로 브리뇰리(Roberto Rizzi Brignoli)가 지휘를 맡았다.
이번 라 보엠 공연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1,219번째 오페라 공연이고,
개인적으로는 7번째의 라보엠 공연인데 여지껏 감상한 오페라의 세트보다 많이 훌륭했다. (사진은 프로그람엘 올라 온 사진이다)
오페라의 배경인 1830년대의 파리 거리를 2층으로 된 멋진 세트로 잘 재현했고,
엄청 많은 엑스트라와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실제로 말까지 동원 된 박진감 넘치는 무대였다.
1막과 2막이 끝나고 첫번째 intermission...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에 미리 예약 해 둔 손님들이 2층 로비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들어 서고,
우리는 발코니에 있는 카페에 순식간에 줄이 엄청나게 길어지기 전에 우선 와인을 마시려고 남편은 줄부터 서 있는사이에,
왠지 늘 남자쪽보다 10배 정도의 줄이 긴 여자 화장실로 나는 잽싸게 달려가고...
우리는 잽싸게(?) 손에 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다음엔 필히 저 아래 2층 로비의 식당에서 분위기 한껏 잡고 우아하게 남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가식적으로 미소를 머금으면서 요염한 자태까지 연출하면서 비싼 와인을 한번 마시자고 웃으면서 다짐했다.
생각보다 인터미션이 길어서 2층 식당 로비와 연결되어 있는 발코니로 나가서 뉴욕의 야경을 보면서 잠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3막을 감상했다.
3막 후의 두번째 인터미션 때는 아예 공연장 밖으로 나가서 라테를 홀짝거리며 분수대 옆에서 느긋하게 휴식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감동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의 오페라 공연을 끝내고
주연 싱어들이 길고 우람찬 기립박수를 보내는 청중들에게 답례를 보내고 있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서 혹시나 하고 가져간 작은 똑딱이 카메라로 찍다보니 선명하지 않아서 좀 아쉽다.
오랜만에 세계에서 제일 가는 무대에 오른 주연 싱어답게 모두 고르게 높은 수준의 목소리와 연기를 보여 주어서 무척 감동적인 무대를 장식해 주었다.
무제타(Musetta)역을 맡아서 열연한 타케샤 키자르트( Takesha Meshe Kizart)...
시카고 출신인 타케샤의 Met 의 데뷰 무대에 선 그녀는 앞으로 프리돈나로 대성 할 탈렌트와 끼가 엿보이는 멋지 소프라노 가수다.
오늘 공연의 남자 주인공역인 로돌포(Rodolfo) 역을 맡아서 열창을 한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 (Vittorio Grigolo)씨..
이번 메트 공연을 불사한 첫 이유는 제2의 파바로티라고 불리우는 미성의 테너 가수 그리골로씨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였는데
소문답게 테너 영역의 벨칸토 창법으로 로돌프 역을 완전하게 소화해서
이날 공연에서 청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길고 우렁찬 중간 박수가 이어졌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목소리에 빠져 들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미미 역을 맡은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마리야 코발레브스카 (Marija Kovalevska) ...
감기에도 불구하고 열창을 한 마리아에게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감기 때문인지, 약간은 조심스럽게 노래를 했지만 미미의 역할을 훌륭히 잘 소화 했는데
다음번에는 그녀의 기량껏 불러 주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제일 오른쪽에는 콜린(Coline) 역을 맡은 중국 베이스-바리톤인 센양씨,
왼쪽에는 쇼나드(Schaunard) 역에 바리톤 Edward Parks
가운데는 Alcindoro 역의 Paul Plishka,
왼쪽에서 세번째는 지휘자 Roberto Rizzi Brignoli 씨가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를 한 후에
무대의 막이 내려졌다.
오페라 공연이 끝났지만 라 보엠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가슴저린 여운으로
바로 호텔로 돌아 갈 기분이 나지 않아서 잠시 커피라도 마시려고
링컨센터 바로 옆에 있는 타임-워너 빌딩으로 발을 옮겨서
카페인이 없는 진한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를 들었다.
(아래 사진들은오페라 공연 이틀 후 밤에 사촌과 함께 저녁을 함께 한 후에
날이 좋아서 센트랄 파크에서 산책을 한 후에 들린 Time-Warner Building에 가서 담은 모습이다)
타임-워너 빌딩의 넓직한 로비, 밤이 늦었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넓은 2층 로비에 멋진 삼성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밤 9시가 되었는데도 친절한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새로 나온 상품들을 보면서
뉴욕 맨허탄의 노른자 자리에 이렇게 멋지게 삼성관이 들어 서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상품들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이리자님의 한복 패션쇼도 있었다고 사촌이 전해 주었다.
이 전시관에 있는 커다란 전자 지구본을 손으로 누르면 세계에 어디든지 찾을 수 있기에
같이 간 사촌과 우리는 캐나다에 있는 우리집과 뉴져지 북쪽에 사는 사촌의 저택을 이 전시관에서 만나 보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고 남편과 함께..
오페라가 끝이 나고 여운이 남긴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는 자정에 가깝게 밥도 늦었고,
오페라 공연에 걸맞게 차린다고 신고 간 굽높은 구두로 함께 간 친구와 내 발을 달래 줄 겸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차(택시)를 타고 호텔이 있는 타임스케어로 돌아 오니
밤 낮에 상관없이 이곳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music: Si, Mi chiamano Mini from opera La boheme by puccini
sung by soprano Angela Gheorghiu
from helen's c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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