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코 앞에서 맞딱뜨린 그리즐리 엄마 곰과 두 새끼 곰들.....
카나나스커스 컨트리 안에는 각종 야생동물들이 사는데
그 중에서 역시 최고의 스타는 곰인데
거기에다가 훨씬 희귀한 그리즐리 곰과 이렇게 마주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로키에서 4일째 되는 날 약 7km의 하이킹 코스로 가려고 차를 타고 좀 더 하이웨이로 진입하려는데....
바로 코너에 약 10대의 차들이 길가에 서 있고, 몇명은 아예 차에서 내려서 한쪽을 일제히 바라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바로 가까운 곳에 야생동물이 있을 때 일어나기에 우리도 우선 차를 길 한쪽에 세우고 고개를 돌리고 보니...
불과 20 미터 안에 이렇게 보기 드문 그리즐리 곰 한마리가 아니라 세마리 가족이 눈 앞에 들어왔다.
흥분한 가슴을 누른 대 얼른 차 뒷자석에서 내 카메라를 들이대고 일단 눌러대기 시작했다.
뒷 자석에 나란히 비좁게 앉아 있던 애들도 일제이 각자 카메라를 그제서야 꺼내서 서로 머리를 비키라고 난리를 치면서 찍고...
우리 차 뒤로 계속해서 세우는 차들이 늘어난다.
나를 포함해서 안전하게 차 안에서만 아니라 50여명이 차 밖으로 나와서 이들의 모습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약 400kg 크기의 이 어미 그리즐리 곰은 우리들이 자리다툼을 하든 말든
파파라치로 돌변한 인간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저 바쁘게 뭔가 먹기에 바쁘다.
긴 하이킹 길에 거추장스러워서 캐빈에 놓고 나온 망원 렌즈가 오늘따라 얼마나 아쉽던지...
새끼 곰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그 자체였다.
아직도 젖을 먹는지 풀밭에서 먹을 생각도 안 하고...
그저 둘이서 든든한 어미 곰을 주위에서 장난치기에 바쁘다.
아마도 이런 놀이를 통해서 앞으로 자신을 여러가지 위험에서 구할 연습을 하나보다..
이제는 완전히 선 자세로 논다.
아~~~ 동영상을 찍을 걸 하고 그제서야 후회가 된다.
점점 길에 많아진 파파라치의 많은 얼굴에 미소가 절로....
어미곰만 여전히 먹기에 바쁘다.
3년 전에 가족과 호수를 끼고 있는 한적한 하이킹 trail 을 가다가 곰 한마리와 불과 10미터 거리에서 맞딱뜨려서
온 가족이 혼비백산 줄행낭을 친 기억이 새롭게 떠 오른다.
이번에도 가깝게 만났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눈길 한번 안 주는 어미곰이 전혀 무섭지 않다.
두 마리의 새끼 곰과 어미 곰 사이에 끼지만 않으면 되니까...
갑자기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새끼 곰들이 천천히 다가 온다.
옆을 둘러 보니 아예 삼각대까지 세우고 찍는 사람들이 줄잡아 열댓명이 보인다.
나는 여전히 안 가지고 온 망원렌즈가 아쉽기만 하고,
사람들은 나즈막하게 귀엽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계속 들이대고 이 귀여운 놈들을 담기에 바쁘다.
모두들 인형같은 새끼 곰들에게 매료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
15분간 보고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잘들도 논다.
길 가에 죽 늘어 서 있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조차 귀엽다.
그들 눈에는 우리들이 어떻게 비쳐질지 갑자기 궁금하다.
앞으로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점점 살 터전을 잃어가는 요즘에
모쪼록 어미곰이 잘 먹고 건강해서 이 이쁜놈들을 잘 키워서
혼자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간때문에 더 이상의 피해가 그들에게 없어지기를...
뒤에서 이제는 그만 가자고 애들이 독촉을 해서 마지 못해서 이렇게 나를 사로잡고 있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그들을 푸른 초원에 두고...
차를 돌려서 다음 trail로 향했다.
music: Nocturne #4, F major by Chopin
played by jacques loussier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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