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월 22일 밤 10:30
추운 겨울이 유난히 긴 동네에 오래 살다보면
멀리 떠나 버린 짝사랑하는 연인을 목을 길게 빼고 가슴 졸이면서 기다리듯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특별하고 간절하다.
그렇게 애타는 마음을 외면하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통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어서
나의 연인 봄이 언제 올지 여전히 묘연하다.
3월 22일 밤..
오랜만에 물기가 축축한 함박눈으로 눈꽃이 만발했다.
3월 22일 밤 11시
한밤중인데 온 하늘이 은은한 연보라와 핑크빛이 신비하다.
3월 22일 밤 11:10
오로라처럼 선명한 원색의 하늘은 아니지만 나름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옷을 껴 입고 똑딱이 카메라를 호주머니에 넣고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3월 22일 밤 11시 15분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덮인 조용한 동네 앞길...
3월 22일 11시 20분
가로등과 연보라빛으로 휘영청 밝은 하늘이 있어서 대낮처럼 훤하다.
3월 22일 11시 45분...
30분간 아름다운 밤하늘이 그득한 집 뒤 산책로를 홀로 걷다가 집으로 돌아 오면서...
다음날...
3월 23일 아침...
3월 23일 아침...
영상으로 올라 간 기온으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되어서 차창에 떨어지고...
3월 23일 아침에...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우리 집 뒤에 있는 숲길...
3월 22일 아침에...
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면서...
3월 23일 저녁에...
꽃망울대신에 탐스러운 눈꽃만 만발한 라일락 나무...
3월 23일 밤 9시에...
낮에 녹을 눈이 다시 얼어서 완전 빙판길이라서 조심 조심해서 내려갔다...
10일 후에...
2012년 4월 2일 오전 11시...(영상 14도)
아침부터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거실 창문에 그득하게 펼쳐져서
간단하게 옷을 걸쳐 입고 남편과 함께 집 바로 뒤에 있는 산책로로 나가 보았다.
4월 2일 11시 10분
언제 눈이 왔나 싶게 다 녹고 몇달 만에 처음으로 맨땅이 보였다.
대평원 답게 탁트인 넓은 대지 위에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다.
4월 2일 오전 11시 40분...
오른편에 작은 강이 흐르는 자연보호구역 지역을 따라서 놓여진 산책길...
4월 2일 오전 11시 45분...
집에 가면 바로 겨울에 집어 넣어 둔 자전거를 꺼내서 바람도 넣고, 기름도 치고, 먼지도 닦아서 이 산책로를 달려야겠다.
4월 2일 12시 15분
매마른 가지를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꽃망울이 촘촘히 달려 있다.
3일후...
4월 5일 아침 8시...
어제 뉴스에 폭설이 온다는 경보를 듣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많이 올 줄이야...
배신감부터 든다.
4월 5일 아침..
창틀에 쌍인 눈 사이로 보이는 집 앞길..
4월 5일 오전 8시 반...
도대체 얼마나 눈이 왔는지 나가 보니 아주 제대로 설국이다.
4월 5일 오전
우리 동네에 흔히 보는 건조한 눈과 다르게
습기가 너무 높은 함박눈의 무게에 나무들이 힙겹게 늘어져 있다.
4월 5일 오전
다가오는 부활절을 위해서 준비한 백합화분 뒤로 눈이 펄펄..
4월 5일..
다행히 춥지는 않다..
4월 5일 8시 40분...
이런 눈길에 여전히 아침에 출근 하는 차들의 흔적...
눈 치우는 삽을 들고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치우려고 시도를 했지만 눈의 무게가 상상외로 너무도 무거워서 30cm 이상 삽이 나가질 않아서 그냥 바로 포기..
4월 5일 오전 8시 50분
집 뒤로 산책길로 발을 돌려서...
4월 5일 9시
심하게 부는 바람으로 눈발을 세고, 벌써 20 cm 넘게 내린 눈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온통 그저 하얗다.
나뭇가지에 햐얀 눈꽃이 탐스럽게 피어 나고...
아직도 얼어 붙은 호수도 눈으로 덮여 있고....
걸을 때마다 눈이 부츠 안으로 들어 가서 영 기분이...
호수로 내려 가는 길이 미끄러워서 위태위태...
바람은 세게 불지만 다행히 기온이 0도라서 눈만 빼꼼하게 둘러싸서 그리 춥지는 않다.
여기서 한번 제대로 넘어져서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불상사가...
호수 근처에 뒤뚱거리고 걷는 캐나다 기스...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 속에서 좀 더 놀고 싶었지만 여기서 다시 미끄러운 언덕을 힘겹게 올라 갔다.
4월 5일 집근처 동네 길에서...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설국...
4월 5일 시내 근처에서..
물기가 아주 아주 많은 눈으로 나뭇가지들이 칙칙 늘어져 있다.
그리고
같은 날 불과 몇시간 후인 저녁 6시 반에...
거짓말처럼 파란하늘이 보이고... 라일락 나무에 피었던 눈꽃은 오간데 없고 그저 앙상하 가지만 ...
서향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빛에 눈이 너무도 부시다.
같은 날에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면서 변덕을 부리는 봄 날씨에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참 난감한 하루였다.
내일 일어나면 어떤 날씨가 과연 펼쳐질까...
music: Voyage D'h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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