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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Family/Jeffrey

23번째 생일을 맞은 복덩이 아들...

by Helen of Troy 2012. 4. 19.

 

23번째 생일을 맞는 아들 Jeffrey...

 

 

 

 

4월 15일에 우리집 복덩이 아들 Jeffrey 가 2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올해 맞은 아들의 생일은 좀 특별해서 생일음식을 준비하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다.

 

아들이 태어나기 1년 반 전에 이미 태어난 큰딸이 13주나 빨리 27주째 태어나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넉달간의 입원해서 퇴원을 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엄마라서

아들을 임신한 초기부터 문제의 산모 딱지가 붙어 다니면서 매주 병원을 다녀야했는데

우려한대로 임신 20주째부터 이미 시작한 진통과 함께 산기를 보여서 바로 입원을 해야 했다.

 

당시 남편이 다른 도시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있을 때여서

싱글맘처럼 혼자서 일찍 태어나서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어린 딸을 남다르게 키우면서

커리어 우먼으로 직장을 다니느라 서너시간의 잠을 자면서 늘 피곤에 쪄들어 살던 나는

조용히 누워서 좋아하는 책이나  원없이 읽거나, 노래와 피아노 연습하기를 늘 꿈꾸고 살았다.

 

하느님이 그렇게 바쁘게 사는 나의 소박한 소원을 제대로 들어 주셨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석달 반을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먹고, 자면서

출산을 가능한 한 늦추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속으로 룰루랄라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진통을 멈추기 위해서 먹는 약이 심장근육까지 이완을  시키면서

가만히 누워있는데도 심장이 늘 1분에 100번을 박동하기도 하고,

손까지 떨리는 증세와 함께 늘 초조 불안 증세 그리고 고약한 불면증까지 겹쳤다.

그리고 언제라도 진통이 찾아 오기에 늘 복부에 모니터를 달린 모티터와 portable IV에 

24시간 신경을 늘 곤두세워야 했기에

몸은 팔자가 늘어졌는지 몰라도 정신은 실로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해서

그렇게 바라던 소원이 점점 피하고 싶은 악질의 curse로 다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에 겨우 2시간만 자는 일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하루 종일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책읽기였다.

그래서 남편이 다니는 대학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를 매일 찾아오는 남편의 손엔

늘 내가 요구한 책들이 그득한 무거운 책가방이 들려 있었고,

아이를 위해서 손으로 뜨게질을 하다가 떨어진 털실을 구입해서 들고 오곤 했다.

나중에 따져 보니 입원 해 있으면서 읽은 책이 거의 100권에 달해서

몇년치 읽을 책을 계획하지 않은 휴식 중에 읽고나서야

복덩이 아들이 정상아가들보다 좀 작지만

27주에 태어난 누나보다는 두배 이상 큰 2.2 kg으로 23년 전에

오랜시간동안 엄마의 속을 태우다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만 두살이 되던 1991년 봄에 청천벽력처럼 아들이 자폐아로 진단이 나온 후부터

지금까지 바로 다니기 시작한 특수학교, 동네 일반 초등, 중등 학교, 그리고 현재까지 다니는 대학교까지

오랜 세월을 학교를 일찌감치 다닌 덕분인지 다음주면 대학을 졸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학생신분에서 벗어나서 부모인 우리가 오랫동안 노심초사걱정하면서 준비 해 오던

일반 사회인이 드이어 된다.

 

그리고 작년 2월부터 다니던 Stantec 이라는 우수 건설기업체에서

3시간씩 주 이틀을 1년 계약조건으로 고용이 되어서 data management 부서에서 일을 해 오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하루 6시간씩 주 5일을, 그리고 최소한 3년 계약으로 일을 하라는 반가운 제의를 해 왔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몇번의 시행착오도 있었고, 회사 내부에서도 약간의 반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자폐인의 특성 중 하나인 반복되는 일이라도 주어진일에 완전 몰입을 해서 늘 완벽하게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태도를 인정받은 덕분에 이런 결정이 났다고 직장상사가 귀띰을 해 주었다.

 

요즘 정상인들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심한 장애를 안고 사는 울 복덩이 아들이

이렇게 졸업과 동시에 5월부터 좋은 직장에 full-time 일을 얻게 되어서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정상의 사회인과 다름없이 어엿하게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하는

이번 23번째 생일은 무척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날이기도 했다.

 

 

 

어려서부 입맛이 유난히 까다로와서

만 16세까지 먹는 음식의 종류가 지극히 한정이 되었는데

보통 생일케이크의 texture가 싫어서 냄새도 맡지 않는 아들은

그나마 엄마가 피자처럼 크게 만들어 준 생일 쿠키가 그 한정된 음식 중에 하나였다.

 

올해도 역시 과거 20년간을 계속 해 왔듯이 초콜렛 칩스 쿠키가 등장했다.

막내딸이 역시 아들이 좋아하는 Smarties로 23이라는 숫자로

직경 40cm 쿠키에 위에 장식을 해 주었다.

 

 

직경이 약 20 cm 중간 사이즈의 쿠키 위에아들 이름의 약자인 J & K를 박아 주고...

 

 

아주 특별한 이번 생일에 하나가 아닌 세 생일 쿠키를 받고 싱글벙글 신이 났다.

늘 하던대로 세 쿠키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살짝 손으로도 만져보더니

큰 쿠키는 자기가 먹고 중간 사이즈 쿠키는 누나와 여동생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겠다고

제법 심각하게 선언을 해서 함께 웃었다.

 

 

식구들이 함께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불러 주는동안

촛불을 불려고 얌전하게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들....

 

 

 

Happy 23rd Birthday, Jeffrey.

 

 

 

 

 

쿠키 케이크 레시피는 다음 포스팅에....

 

music: Imagine

played by harnoy on cello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