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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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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정원에서

치열한 생존의 현장, 뒷마당에서....

by Helen of Troy 2013. 6. 8.

5월 말부터 거의 2주일간 매일 봄비가 촉촉히 내리더니

온 동네가 단조로운 무채색에서 며칠 사이에 초록의 향연으로 돌변을 해서 싱그럽기 그지없다

우리집 마당도 더디 찾아 온 봄 때문에 시간과 다투듯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서

극성맞은 모기에 물려 뜯기면서 며칠 밭에서 고생을 한 보람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기특한 정원과 텃밭은 그동안 살면서 내겐 아주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오랫동안 동양여자로서 남자들만의 영역인 IT 와 금융계에서

무엇보다 '여자니까'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기도 하고, 그러려면 남보다 한발자국 앞장 서서

여전사처럼 투쟁을 하듯이 나만의 독보적인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느라

늘 남보다 먼저 더 잘 해야겠다는 강박감과 긴장감 그리고 소외감과 외로움이 늘 쫓아다녔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자폐아 아들을 포함한 세명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하루 하루가 큰 변고없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나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일상을 보냈다.

특히 자신만의 단단하게 굳게 닫힌 세계에 갇혀있는 아들을 우리가 살고 있는 보통 세상으로 끄집어 내려고

안간힘을 써도 나의 노력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시행착오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게 되면

그냥 주저앉고 싶기도 하고, 그냥 다 버리고 어디로 도망을 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때마다 인간세계에서 받은 절망, 배신, 시기, 질투, 불신과는 거리가 멀고,

뿌린대로, 보살펴 준대로, 수고한대로,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내가 쏟아 부운 수고와 노력의 댓가를 풍성한 수확으로 어김없이 보상을 해 주는 텃밭과 정원은

상처 투성이의 나를 따스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나의 특별한 힐링캠프이다.

 

 한편, 이 평온과 위로를 주는 마당은 때로는 왁자지껄한 재래시장처럼 삶의 대한 애착심과

역경을 이겨낼 힘과 용기(fighting spirit)를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특히 질기고 강인한생명력으로 척박한 조건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잡초와

정원에 공생하는 하찮은 벌레와 곤충들을 지켜 보노라면, 왠지 측은하면서도 동지애가 느겨지면서

세상에서 제일 무겁게 느껴지던 내 짐이 어느새 가벼워지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5월 31일 오전 뒷마당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앙증맞게 땅을 헤치고 돋아나는 네가지 종류의 상치 싹

 

화분에 심은 무우 순도 돋아나고...

 비타민은 물론 antioxident가 풍부한 새순은 보리밥에 양념고추장에 비며 먹어도 좋고

 

 샐러드에 한주먹씩 넣어도 좋고, 샌드위치나 피타 빵에 넣어 먹으면 안성마춤이다.

 

 언뜻 보기엔 위의 radish sprouts와 비슷하게 보이는 열무 순....

 

 겨자초장에 무쳐서 샐러드로 먹으면 매콤생콤해서 여름에 입이 칼칼할 때 먹으면 좋다.

 

 5월 14일에 텃밭에 씨를 부려서 2주만에 여리디 여린 연두빛의 새순들...

 

 텃밭에서 쌍떡잎에서 열무이파리가 나오기 시작한 여린 열무 싹

 

 4가지 종류의 상치싹도 바짝 따라서 새순이 신나게 올라 온다.

 

 적치마 상추도 질세라 그 틈에 끼어서 돋아나고...

 

내게 풍성한 수확을 안겨다 준 파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들의 사는 유일한 목적인 종족보존을 위해서 보라빛 꽃을 필 준비를 하고 있다.

 

발아하는 시간이 긴 깻잎도 순이 오르기 시작한다.

기회주의자인 잡초도 당연히 꼽사리 끼고...

 

허브 로즈마리- 음식을 하는데 신선하고 향긋한 맛과 냄새를 제공해주는 허브들도 향기를 뿜으면서 자란다.

 

아욱도 싹이 올라오지만 잡초성이 짙어서 반갑기 보다는

몇해 전부터 두려운 존재로 둔갑해서 몇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보이는 족족 뽑히는 불운을 겪고 있다.

 

 올라 온 여린 열무 순 사이에 잡초들이 꼽사리 껴서 덩달아 속속 올라 오고 있다.

 

 한 가운데 쑥갓 두녀석만 빼고 나머지 역시 잡초풀이다.

처음 씨에서 발아해서 떡잎이 나올 무렵엔 잡초인지 뿌린 씨에서 나온 채소인지

언뜻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렇듯이 잡초의 첫째 조건은 camouflage, 즉 위장술에 능해서

주위환경에서 확연하게 들어 나 보이지 않아야 힘을 구축할 때까지 연명을 할 수 있다.

 

 잡초의 조건 두번째는 주어진 기회를 눈에 뜨지않게 확실하게 꿰차는 것이다.

이들은 주인이 아끼는 녀석 주위에 숨어서 있는듯 없는듯 기생해서 어느정도 자랄 때까지 버티다가,

밭주인의 게으름을 틈타서 어느 순간에 남에게 붙어 살던 녀석들이 원래 주인을 밀쳐내고

버젓이 안방을 차지하면, 늘 바쁜 밭주인이나 생명력이 떨어지는 채소에겐

이미 전쟁에서 패배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오랜 세월동안 밭에서 연륜이 쌓인 밭주인의 예리한 눈과

재빠른 손놀림으로 뽑혀진 잡초들의 최후의 모습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정원에서의 남편의 임무는

주로 무거운 것을 운반해 주거나, 잔디깎는 기계로 잔디로 깎거나

잔디에 일년에 두세번 주는 비교와 잡초제거제를 주는 것이 고작일 당시에

일 때문에 한동안 집을 떠나게 되면 텃밭에 잡초를 뽑아 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는데

집에 와서 보면 십중팔구는 잡초싹은 고스란히 남겨두고 애꿋은 여린 채소싹만 수북히 뽑아 놓고

자랑스럽게 공치사를 하곤 해서, 두고 두고 내게 티박을 자주 받기도 했다.

 

다년생 꽃나무들에도 일제히 새순이 돋아나고 꽃망울도 맺히고,

이렇게 매년 화분과 마당에 심은 화려한 일년생 꽃들도 무지개 색깔로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을 끌고 있는 반면....

 

정원이 있는 사람에겐 제일 두렵고 피하고 싶은 민들레도

위의 베고니아와 똑같이 화사하게 노란꽃을 피우기도 전에

, 순만 올라와도 가차없이 바로 뿌리채 뽑히는 운명에 처해진다.

 

이렇듯이 잡초의 조건 세번째는 잡초와 해충들에겐 완전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인간과의 이해관계에서 초래한 결과이다.

소위 잡초나 해충, 영어로는 pest의 정의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물을 일컫는데,

그들 역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과거 수백만년 동안 해 왔듯이

그저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멸종을 면하고 그들의 종자번식을 위해서 살아 왔을 뿐인데

운이 없게도 인간의 이기적인 잣대질에서 밀려나서 이런 푸대접을 받고 살아서

때로는 혀를 차면서 측은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이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온한 정원에는

오늘도 위대한생존을 위해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5월 14일 뒷마당 텃밭은 이렇게 시작... 

  

올해 텃밭과 화분에 심을 여러가지 채소씨들...

발아를 앞당기려면 적은 종이타월에 하루정도 불린 후에 심으면 며칠을 단축시킬 수 있다.

 

 

씨를 뿌리기 전에 텃밭에 peat moss, 소독된 양x으로 만든 퇴비와 집에서 음식쓰레가로 만든 compost를 추가해서...

 

 

기존의 흙과 골고루 잘 섞은 후에...

 

씨를 뿌린 후에 물을 충분히 주고 나면 올해 텃밭 첫 임무를 마치게 된다.

 

 

 

   5월 26일 생명력이 넘치는 뒷마당에서 ..  

 

 

 

 

 

 

 

   

 

 

 

 

 

 

 

 

 

 

 

 

 

 

 

 

 

 

 

 

 

 

 

 

 

 

 

 

 

 

 

 

 

 

 

 

 

 

 

 

 

 

 

 

 

music: nocturne no, 4 f major by cho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