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정원에서

뭐든 귀해야 대접을 받기 마련...아름다운 호야꽃마저도

by Helen of Troy 2014. 6. 26.

6월 초부터 진한 향기를 풍기면서 만발을 한 호야꽃들...

 

 

5월 초에 꽃봉오리가 하나 둘씩 가느다란 가지에 달리기 시작했다.

 

 

5월 초부터  달콤한 별사탕같이 생긴 꽃봉오리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6월 초부터 학기말 시험과 피아노 등급시험이 있어서

나도 따라서 덩달아 정신없이 바쁜 날을 보내다가

지난주 일을 마치고 피곤해서 소파에 길게 누워 있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해서

주변을 둘러 보았더니 ...

 

 

 

 창가에 놓인 두개의 호야 화분과

가지를 꺾어서 물병에 담아 둔 호야꽃병에 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서 자세하게 들여다 보니

자그만치 24송이가 활짝 피었고,

14개의 봉우리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호야꽃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달콤한 꿀물이 묻어나올 것같은 앙증맞은 꽃을 입에 넣고 맛을 보고 싶게 한다.

 

 

 이삼일이면 활짝 피어 날 꽃봉오리 별사탕들이  초록빛나는 이파리 사이 사이에 줄줄이 끼여 있다.

 

 

 이 호야꽃은 16년 전에 지인의 집의 부억에서 잘 자라던 호야꽃 가지 두개를 얻어서

물병에 6개월 정도 두어서 뿌리를 내린 다음에 화분에 옮겨 담으면서 우리집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분에 옮겨 담은 호야가 꽃을 피우기까지 적어도 3-4 년이 걸린다는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이제나 저제나 꽃이 피기나리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6년만에 드디어 호야꽃 한송이가 피어나서

처음 만나 본 호야꽃이 1주일 만에 져서 바닥에 떨어질때까지

신기하고 예뻐서 하루에도 몇번씩 꽃이 닳을 정도로 쳐다 보았다.

 

 

 그리고 그 이듬해엔 그렇게 기다렸건만 야속하게 꽃이 피지 않자,

더 애지중지 보살폈다.

 

 

 호야도 그 관심에 부응하듯이 그 다음해에는 한달게 걸쳐서 세송이가 피어서

온가족의 얼굴에 웃음을 안겨다 주었다.

 

 

 그 후로 일년에 한번이 아니라 두번씩 꼬박꼬박 호야꽃들이

사이좋게 두세 송이씩 한달 내내 피어나서, 창가 근처에는 늘 은은한 호야꽃 향기가 배어 있었다.

우리집에 온지 7년이 지나면서 가지도 많이 치고, 싱싱하고 반짝거리는 이파리도 그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서

보기좋게 잘 자라서, 이때부터 호야꽃에 반한 친구들에게 한두가지를 잘라서 시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하게 생긴 가지 7개를 잘라서

몇달동안 뿌리를 내린 후에

정식으로 분갈이를 해서 두번때 호야 화분이 생겨났다.

 

 

 인간도 어린아이일때는 누구라도 예쁘고, 사랑스럽듯이

화초도 화려하게 활짝 핀 꽃에 못지않게, 이런 여린 봉우리를 보면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매년 어김없이 봄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호야꽃은 다투듯이 두달동안  피웠고,

매년 호야꽃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늘어나는 꽃의 숫자와 반비례해서 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줄어 들기 시작했다.

(분갈이해서 생긴 두번째 화분에도 약 20개의 호야꽃들이 비좁게 이파리 사이에 달려있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너무도 많이  피어나는 호야꽃을 바라 보는 시선은 시큰둥하게 변할 뿐 아니라,

며칠 피었다가 진 꽃들이 바닥에 잔뜩 떨어져서 늘 화분 주위가 지저분해졌고,

자주 빗자루로 져버린 꽃들을 치우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은은한 꽃향기마저도 너무도 많은 꽃에서 풍겨나서

가깝게 다가가면 너무도 진한 향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호야꽃은 10 여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호야꽃일진데

이렇게 변해버린 내 자신의 모습에서 간사한 인간의  실태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우리집에서  시집을 간 호야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좋아서 자랑을 하는 지인을 바라보면, 예전의 나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면,

우선 조건이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세상의 이치를  새삼 깨달았다.

여인네들의 큰 사랑을 받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다이아몬드나 명품가방이

어디를 가도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과연 지금처럼 귀한 대접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이 세상에 사람이나 물체에 대해서 처해진 상황이 변해도

처음처럼 한결같은 사랑을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맘을 착하게 고쳐 먹고  호야에 비료도 주고, 물도 주고, 이파리에 묻은 먼지도 말끔히  닦아 주고,

기꺼이 바닥에 떨어진 꽃들의 잔재를 치우주면서,

이번 주말이면 한국으로 가 있는 동안 한동안 주인이 없더라도, 지저분해도 좋으니

계속 ㅇ렇게 예쁜 꽃을 피우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다독거려 주었다.

 

 

 

 꽃을 피울 때가 언제인지 파악 못하는 이런 꽃망울은 여전히 신비하고 경이롭다.

 

 

 

요즘 희소성으로 제일 관심을 받는 주인공은

바로

.

.

.

.

.

.

 

작년 크리스마스때에 사들인 포인세티아를

늘 그랬듯이 새해가 되어서 화분을 다 버리지 않고 두개를 보관해서

창가에 두고 언젠가 어디서 줏어들은 대로 정기적으로 종이백을 씌어주고,

보살펴 주었드니,

4월부터 초록으로 변해 버린 이파리가 크리스마스때처럼

다시 붉은 잎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해서

얼마나 신기하고

어느 아름다운 꽃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붉은 포인세티아도 얼마나 변덕스러운 주인의 관심을 받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