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지방에 위치한 배이송 라 로메인에서 첫날밤을 머물렀던 작은 호텔의 발코니에서...
프랑스 프로방스 지도
프랑스 남부지방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아를, 오렌지, 아비뇽을 거쳐서
아비뇽에서 작은 동네 마을 버스를 타고 북동쪽에 위치한
많은 사람들에겐 생소하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배이송-라로메인 (Vaison-la-Romaine)으로 향했다.
Vaison-la_Romaine (배이송 라 로메인)
베이송은 청동기시대인 기원전 2500년전 부터 이미 인간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았는데,
기원전 4세기에는 보콘티(Vocontii)라고 불리운 켈트족의 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로마제국이 기원전 125-118년에 이곳을 장악하지만, 자치적 행정구역으로 남았다.
기원전 60년에 배이송은 정식으로 로마제국으로 합병이 되면서,
당시 부족의 우두머리들은 로마의 시민권이 주어졌고, 그들의 군인들까지도 로마의 시민권이 주어지면서
켈트족으로 이루어진 이지역이 폼페이, 시저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황제 통치 중에 점점 로마권으로 변해갔고,
아우구스 통치 시대에 베이송은 이 지역의 정치적인 중심도시로 승격이 되었다.
로마제국이 점점 쇠퇴해 가면서 베이송은 주위의 바바리안족들이 자주 침입을 받기 시작해서
276년에는 큰 화재와 점령군들에 의해서 큰 피해를 입었고,
527년에는 오스트로고트족(Ostrogoths) 의 지배를 받다가
545년에 결국엔 프랑크족의 왕인 클로테르 1세 (Clotaire I)의 지배가 이 지역을 장악하면서
프랑스의 프로방스 영토에 합병이 되었다.
12세기에 들어서 배이송 도시를 반반씩 소유한 배이송의 높은 언덕에 성을 지은
프로방스의 귀족(The Counts of Toulouse)들과 주교들간의 갈등이 불거지더니
자그만치 100년간 서로 세력다툼으로 이 도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다가
1251년에 클레멘트 4세 교황 재직때에 가서야 서로 협상을 해서 그들간의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13세기부터 주민들은 100년 전쟁과 루티에(routiers)들의 횡포를 피해서 안전한 곳을 찾아서
우베즈강(Ouveze)의 북쪽에서 높은 지역으로 이동을 해서 견고한 성을 계속 지어갔다.
17-18세기경부터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자 안전을 위해서 높은 곳으로 도피했던 주민들은
다시 강주위의 평지로 이주하기 시작해서 19세기 중반부터는 로마시대 이미 들어선 오래된 도시터에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배이송의 아기자기한 복덩방 건물
아비뇽 기차역 옆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날에서 동네 버스를 타고 프로방스의 시골길을 툴툴 달려서
약 6000명의 인구가 사는 배이송 라 로메인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인데도 30도가 넘는 날씨로 무척이나 더웠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 끌고간 가방도 무겁고, 날씨도 덥고, 아비뇽에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쏘다녀서 다리도 아파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약 20분정도 기다려도
택시는 커녕 지나가는 차도 몇대 없다.
프로방스 풍의 건물들이 들어선 거리를 걸어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뭐해서 할수없이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면서
지열로 뜨거운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호텔에 도착하니 흘린 땀으로 안그래도 후줄근한데
오래되고 작은 호텔이 일층이 아니라 2층에서 4층사이에 있고,
그것도 유럽의 오래된 동네에서 흔히 보듯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층계를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자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두달내내 한달간의 여행지의 itinery와 호텔과 박물관등 여러가지 예약을 담당한
남편에게 이딴 후진 곳에 예약을 했다고 한번 퍼 붓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가방을 그냥 팽개치고
호텔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bar에 가서 일단 시원한 맥주 500cc를 를 한숨에 들이켰더니
한결 기운이 나서 이미 내 가방까지 들고 호텔 위로 올라간 남편을 쫓아갔다.
호텔에 거의 다 와서 시원한 그늘이 있어서 얼마나 고맙든지....
원래 머무르고 싶었던 호텔은 중세에 지어진 오래 된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인데
첫날은 그 호텔에 빈 방이 없어서 성곽의 도시 반대편에 있는 이곳에 일단 머무기로 하고 와 보니
겉에서 보기보다 참 오밀조밀하면서도 정결하고 주인의 세심한 터치로 곳곳에
프로방스 풍이 그대로 느껴지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여서
괜히 화부터 낸 자신이 아주 머쓱하기까지 했다.
호텔이 들어선 건물의 아래층은 거의 대부분이 식당과 bar등 상가가 들어 서 있고
마을 중심 부분인 그 앞엔 넓은 광장이 있다.
시간이 꽤 늦어졌는데도 아래로 내려가서 저녁 식사를 주문하니
친절한 서비스와 제공해준 맛난 음식과 프랑스 포도주를 들면서
정신없었던 하루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음날 호텔내의 식당 부억에서 금방 만들어진 pastry, 채소, 과일, 그리고 다양한 치즈를
트레이에 그득 담아서 발코니로 나와 보니 이미 두 세 테이블에 손님들이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들고 있다.
날씨도 청명하고, 기온도 21도라서 여유스럽게 브런치를 먹기에 딱 좋다.
불과 하루 전에 후진 호텔을 예약했다고 툴툴거리다가
프로방스 기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 오래된 호텔 칭찬을 늘어 놓으니
남편은 그냥 웃기만 하고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한다.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니 아래 광장은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기만 하다.
매 일요일마다 이 광장에서 열리는 craft market 가 열린다는 말을 전해듣고
얼른 준비를 하고 4층에서 아래층까지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층계를 내려갔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푸른 도자기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파스텔 톤의 도자기도....
강렬한 붉은 색상의 ceramics...
꽃무늬 디자인 도자기들...
알록달록 화분도...
브라운 계통의 각종 수제작품들...
초봄을 연상케 하는 연두와 노란색의 작품들...
정갈한 흰색과 청색의 그릇들...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이 아니었다면아마도 수십개는 사들였을텐데
다행히도 아직도 갈 길도 멀고 계속 가방을 낑낑대고 끌고 다녀야해서 그냥 눈으로만 즐겼다.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악세사리들...
재미나게 만든 소품들...
우리의 생김새처럼 만드는 사람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사는 사람들의 취향은 더 다양해서...
그냥 보는 재미도 참 솔솔하다.
예쁜 주전자를 한동안 모았던 전과가 있어서 이 앞에서 좀 더 길게 머물면서 뚜껑을 열었다 닿았다...
그런데 바로 옆의 kiosk에서 내 취향에 딱 맞는 소품들이 눈에 들어오자
바로 그리고 발을 옮기고...
만든 사람들의 약력을 소개한 팸플렛을 보면
다들 경력이 화려하다.
여태까지 무겁기도 하고 깨지기도 쉬운 그릇은 맘에 들어도 그나마 참을만 했는데
이 kiosk 앞에 서서 이것저것을 목에 걸쳤더니, 주인도 부추기고,
근처에서 구경하던 손님들까지 보기좋다고 하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앞에 푸른 목걸이 하나를 질러 버렸다.
이건 좀 재 취향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다.
어느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주인의 작품들...
배이송엔 이렇게 바이커들이 즐겨 찾는 노선에 위치해 있어서
이날 역시 잘 만들어진 몸을 보니 베테랑 바이커들로 붐빈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자전거 경주인 Tour de France 행사가 곧 열릴 예정이고
그리고 마침 일요일이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바이커들이 계속해서 거리위를 날렵하게 지나간다.
재미난 사실은 바이커들의 평균연령이 50-60대이고, 70대를 훌쩍 넘긴 바이커들도 제법 눈에 많이 띈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들이 경사진 길을 가뿐하게 함께 가쁜하게 달리는 모습이
바라만 봐도 참 아름다워서 우리 부부도 꼭 한번 도전 해 보리라 야무진 꿈을 꾸어 본다.
프로방스 지역의 주요 자전거 루트 지도
배이송 근처에는 가파르고 높은 산들이 많고, 강을 따라서 아름다운 자전거 길이 있어서
주말에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독일과 스위스에서 차로 이동을 해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행선지다.
오래되고 좁은 길 양편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들은 일요일이라서 셔터가 내려져 있다.
새로운 곳에 3-4주 여행을 다녀 오면
집에서 보지 못한 탐나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많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발로 걸으면서 이동을 해야하기에
그 흔한 기념품조차 잘 사지 않는 것이 철칙으로 삼지 않으면
짐가방이 말 그대로 짐이 되어서 애물단지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여정의 3/4을 보냈다는 안도감이 생겨서인지,휴일인 일요일에도
많은 관광객과 바이커들, 일요장을 들린 동네사람들 상대로 오픈한 가게들이 있어서
기웃거리며 아이쇼핑만 잘 하다가
막판에 이집트산 면으로 만든 시원한 하얀 옷만 파는 가게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딸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얀 드레스를 결국 손에 넣고 말았다.
가게 내부보다 길바닥에 내놓은 화려한 그릇들이 더 많긴 한데
뜨거운 태양을 가릴 그늘이 없어서, 손님들이 뜸하다.
이곳을 지나면 배이송 한 가운데를 가로 질러서 흐르는 우베즈 강이 나온다.
1세기에 지어진 다리 건너기 바로 직전에 있는 식당과 가게들
로마시대의 오래된 다리에서 내려다 보인 Ouveze 강...
이 다리 위에도 계속 나이가 지긋하신 건장한 바이커들이 지나간다.
로마시대에 지어진 다리를 건너서...
계속해서 다리 건너서 높은 언덕에 지어진 중세의 오래되고 견고한 성곽 동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