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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봄 대신 멀리서 날라 온 따스한 선물들...

by Helen of Troy 2013. 4. 14.

 

 

4월이 시작한지도 1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봄이 찾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져께 아침엔 기온이 급강하 모드로 영하 15도로 내려가서

우리 동네의 기상청 역사이래 4월중 최저기온을 기록하기까지 해서

몸과 맘이 움츠려들고 의기소침 해 있었다.

그렇게 꿀꿀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는지 알기라도 하듯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연일 우체부 아저씨가

멀리 한국에서 온 소포를 전달 해 주고 가셔서

쳐져 있던 내게 180도로 기분전환이 되어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선물 하나  

 

 

첫번째 선물 자랑을 늘어놓자면...

서울에서 내가 동경하는 책 만드시는 일을 하시고

톡톡튀는 센스와 감의 소유자이신 블로그 친구님분이

멀리 캐나다까지 소중한 선물을 보내 주셨다.

내가 그 분께 한 거라고는

뭉치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따라 들어가서 인연이 시작되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분께 고작 여행지에서 손으로 쓴 엽서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드린게 다 인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푸짐한 선물을 안겨 주셔서

무척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했다.

 

 멀리 서울에서 날라 온 진한 국물 맛을 내 주는 웰빙팩, 돌김, 귤티... and more

 

소포가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축축하고 무거운 눈발이 세찬 강풍에

아예 옆으로 사선을 그으면서 휘날리고

그저께 아침엔 의리도 없게 영하 15도로 수은주마저 움츠려들면서

과거 100여년 기상청 역사상 최저 기온을 깰 정도의 때늦은 한파에

괜시리 등과 손 발이 시려지고, 맘까지 냉냉해지자

뜨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를 뒤져 보니, 모듬오뎅 재료가 있길래,

냄비에 그득하게 물을 붓고,

무우도 큼직하고 썰어 넣고,

마늘도 서너쪽 까서 넣고,

양파도 하나 통채로 넣고,

표고버섯도 큰 놈으로 서너개도 추가하고,

통추후까지  넣은 다음에

마침 서울에서 갓 도착한 새우, 다시마, 멸치가 들은 다시 팩을 넣고

무우가 뭉그러 질때가지 멸치육수를 우려냈다.

 

진하면서 시원한 육수에 진간장으로 간을 한 후에

냉동 오뎅을 미리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기름을 빼서

냄비에 옮겨 담고, 파 한단을 추가해서

한소끔 끓인 후에

오래 전에 일본에서 사들인 파란빛의 예쁜 우동 그릇에 담아서

미리 준비한 겨자에 오뎅을 하나 찍어 먹고는

남 눈치 볼 필요없이 큰소리로 후루루루루~~~  국물을 쭉 들이켰더니...

뱃속도 후끈해지면서,

손발도 다시 온기를 되찾고,

추위에 움츠러 들었던 몸과 마음이 훈훈해지기 시작했다.

 

 

 

 소포 상자에 함께 따라 온 책 두권들...

 

 

봄방학 휴가 후 여독도 풀리지 않은 채로 일주일 내내 주말의 세차례 공연을 위해서 연이은 연습,

그리고 곧 다가 올 페스티발과 리사이틀 준비로 파김치가 되어서

어제는 만사 제쳐놓고 하루를 쉬기로 작정을 하고

중저음의 첼로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오랜만에 한글로 쓰인 책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해서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책 한권을 오후에 다 띄고

저녁을 먹고 나서 두번째 책도 새벽 2시경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이렇게 몸과 맘에 유익한 양식을 제공하는 선물도 모자라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재미나고 기발한 아이템까지 들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선물 둘   

 

 

두번째 선물도 역시 블로그 상에서 만난 동생같은

친구가 보내 준 귀한 cd 이다.

2009년에 우연히 찾아 간 그녀의 블로그에서

첫 만남 후 이어진 인연이니 벌써 4년이 되어 간다.

그리고 2년 반 전에 아들과 캐나다 우리집을 방문해서

함께 로키 산맥으로 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고,

이듬해인 2011년에 여름엔 우리 가족이

부산으로 가서 그녀의 집에서 4식구가

며칠을 빌붙어 있기도 할 정도로

특별한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Les Miserables 작품은

수차례 뮤지칼로도 보고, 영화도 보고,

직접 공연도 할 정도로

평소에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특별한 dvd가 생겨서

이 공연을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막내와 함께 보면서

큰소리로 부를 것 같다.

고맙다 갱이야...

 

 

 

 

  선물 셋  

 

 명상하기 좋은 첼로와 오르간 선률이 담긴 cd

 

 이 cd 를 보내주신 분과도 다음 상에서 오래 전에 알게 된 분이지만

몇년간 전혀 소식이 끊겼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다시 서로 연락이 닿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덕원 순교자들의 시성식 기금마련을 위해서 제작된

첼리스티이신 사모님의 연주가 담긴 cd를 선뜻 보내 주실 의향이 있다시기에

염치불구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일주 만에 바로

하나는 정이 떨어진다면서 넉넉한 맘으로 두장을 보내 주셨다.

 

cd에 담긴 곡들이 cd 타이틀에 쓰였듯이

조용히 혼자서 명상이나 기도를 할 때 참 좋은 곡들이 담겨 있어서

요즘처럼 창 밖에 펼쳐지는 설국을 배경으로 듣노라면

진절머리가 나도록 동장군이 버티고 있어서 부아가 치밀어 오는 분노와

우울한 마음이 위안을 얻기도 하고 맘의 평화를 되찾게 해 준다.

 

 

 

 

위의 선물들을 보내주신 세분들 다 우연하게 온라인 상으로 인연이 시작되었고

두분은 아직 만난 적도 통화를 한 적도 없는 사이이지만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만난 관계 못지않게

서로 맘을 열고 소통을 하고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준 케이스다.

 

그리고 우리네 삶의 여정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 (on and off-line)이 있기에,

그리고 그 사람들이 베푼 정, 관심, 배려, 사랑이 있어서

그 여정길이 덜 외롭고, 살 맛 나게 해 준다는 것을 일깨워 준 귀한 선물이다.

 

 

 

music: vocalise by Rachmaninov

            hojung kim(cello), yoonhee kim(organ)    

            from the cd "Cello & Organ music for meditation, Homage to Martyrs of To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