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지붕위에 않은 30여마리의 까마귀떼
캐나다 대평원의 가을도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할 때 쯤이면, 혹독하고 긴 겨울을 피하기 위해서 캐나다 거위를 비롯해서 다수의 철새들이 남쪽나라로 떠나려고 통통하게 살을 찌우기도하고, 처음 먼 길을 떠나는 어린 새들은 V자를 그리면서 나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에도 끄덕없이 긴 겨울을 나는 텃새 중에 하나가 까마귀들(Crow/Raven)과 Magpie 들이다.
하늘까지 음산하게 구름이 잔뜩 낀 배경이 왠지 불길한 예감이 전해져 온다. 까마귀는 주로 검은 깃털로 덮여 있고, 큰 까마귀는 길이가 약 50-65 cm 그리고 날개는 90 - 150 cm, 그리고 무게는 약 700g - 1.2 kg에 달하는데 주로 떼를 지어서 사는 녀석들과 산책을 하다가 맞딱뜨리면 일부러 피해 갈 정도로 큰 사이즈에 눌리게 된다. 까마귀는 매우 영리해서 약 8-10세의 어린이 수준의 사고력을 가져서, 야생조류인데도 불구하고 큰 도시에서도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먹이를 해결할 뿐 아니라 다른 야생조류에 비해서 생존력 또한 무척 뛰어난 것은 이미 연구나 실험을 통해서 입증이 되었다. 한 실험에서는 까마귀들은 사람들의 얼굴도 기억하고 식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기억력 또한 뛰어나다. 그리고 까마귀는 흉내도 잘 내서 사람들의 목소리도 흉내내고, 사육된 까마귀들은 보통 일곱까지 셀 수 있으며, 개중에는 100여개의 단어를 인식하고, 50개의 문장을 이해한다. 호기심 또한 대단해서 사람들의 우편물을 물로 날라 가 버리기도 하고, 빨래줄에 널린 빨래도 물어가고, 자동차 키나 심지어 스마트 폰까지 작은 물건들을 물고 내빼서 짖굿은 장난꾸러기나 비범한 도둑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까마귀들은 주로 공중에서 먹이를 구하기 보다는 땅 위를 걸어다니면서 먹이를 구하고 잡식동물로 작고 병든 동물들을 잡아 먹기도 하고, 자동차에 치어서 죽은 동물들도 먹고, 나무 열매나 씨, 곤충 그리고 다른 새들의 알까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리고 나중을 위해서 먹이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 놓고 두고 두고 먹기도 한다. 까마귀들은 사람들처럼 사회적인 동물로 끈끈하게 맺어진 대가족이 함께 모여서 살면서, 사냥도 함께 하고, 자기들의 영역을 함께 지키기고 하고, 어린새들을 함께 돌보기도 하는 것이 특이하다.
우리 동네의 쓰레기 수거일이 매주 수요일이라서 미리 화요일 저녁이나, 수요일 아침 일찍 보통 쓰레기와 재활용을 쓰레기를 나누어서 집 앞에 내다 두다 두면,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를 수거 해 간다. 우리집 쓰레기 담당은 복덩이 아들 몫인데, 주로 화요일 밤 늦게 쓰레기 차에 탄 사람들이 쉽게 쓰레기를 수거하기 좋게 길 가까이에 내다 놓는데, 이날은 마침 아들이 집에 없어서 내가 쓰레기를 내다 놓다가 문득 바로 앞 집 지붕을 올려다 보니 까마귀들이 한마리씩 그 지붕위에 몰려 들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화요일 저녁부터 다음날 수요일 오후 1시경에 쓰레기 차가 오기 전까지 화려한 만찬이 준비된 것을 알기라도 한듯이 그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 검은 연미복을 잘 차려 입고 부페식 연회장소에 모여들어서 잘 발달된 후각과 시각으로 어떤 집 앞에 준비된 음식이 제일 구미가 땡기는지 서로 의견을 나눈 후에 이집 저집에서 돌아 다니면서 젓가락을 들고 시식을 할 태세이다. 재미난 사실은 집 앞에 음식 쓰레기, 종이나 병등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잔디나 낙엽들 정원 쓰레기 세종류의 쓰레기를 내 놓는데, 용케도 음식이 담긴 쓰레기 백을 바로 찍어서 커다랗고 뾰족한 부리로 금새 플라스틱 백을 갈기갈기 쪼아서 신나게 달려 들어서 먹지만, 낙엽이나 재활용 쓰레기는 거들떠도 안 본다. 음식을 담은 쓰레기들을 플라스틱 백에 담아서 내 놓으면, 이렇게 온 난장판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집을 포함해서 우리동네 이웃들이 몇번씩을 당해서 낭패를 본 후에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뚜껑이 달린 커다란 플라스틱이나 양철 쓰레기통을 사용하지만, 가끔 예전 버릇대로 플라스틱 백에 담아서 내 놓으면 온 길에 음식쓰레기로 지저분하게 널려서 눈쌀이 찌푸려진다. 말 그대로 땅 위를 뛰는 사람들 위에 나는 까마귀들이 판을 친다는 속담이 딱 맞다. 영리한 까마귀들을 능가하려니, 울 동네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꾸놓아서, 까마귀 역시 한동안 매주 푸짐한 만찬을 느긋하게 즐기던 이 무리들도 아직도 이들의 진가를 모르는 어수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서서히 옮겨 간 것을 자전거를 타고 동네 10 km 반경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옆동네에서 수백마리의 까마귀 떼들이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내빼 달아나는 내 자신이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한꺼번에 이 영리한 녀석들이 맘 먹고 달려들면 완전 하치코크의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불운의 주인공감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오늘 오후에 늘 지나다니는 호숫가에는 한달 이내에 남쪽 나라로 떠날 캐나다 기스들이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에 저물어 가는 가을과의 작별할 시간이 코 앞에 닥쳐 옴이 느껴진다. 마음 같아서는 이 녀석들과 함께 온화한 남국으로 날라가고 싶다. 이 기회에 오랜만에 에드가 앨런 포우작의 유명한 영시 까마귀 'The Raven' 을 음산한 늦가을 밤에 천천히 소리 내어서 감상해 보니 의인화된 까마귀와 내 인생의 후반부와 묘한 조합으로 색다른 감흥이 일어난다.
The Raven
Edgar Allan P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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