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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봄에 25cm나 내린 눈으로 설국으로 둔갑한 울동네....

by Helen of Troy 2015. 3. 24.

 

 

 

 

3월 22일 일요일 오후 설국의 산책길에서...

 

 

지난 주말에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가는 훈훈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우내 쌓였던 눈도 평년보다 3주 일찍 다 녹아서

곧 정원에 심을 채소와 꽃을 심을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기까지 했다.

 

 

그런 나의 발칙한(?) 생각이 괘씸했던지,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동장군의 마지막 위력을 제대로 과시나 하듯이

일요일 오전까지 울동네에 흔히 내리는 수분이 없어서 바람에 날리는

싸락눈이 쉬지않고 바람에 날리듯 소리없이 줄창 내렸다.

 

일요일 아침 일찌기 눈꼽만 뛰고, 외투를 걸쳐입고

눈을 치러 밖에 나간 남편과 석달만에 집에 온 맏딸이

기대이상으로 많이 쌓인 눈으로 눈삽을 손에 들고서  황망하게 잠시 쳐다만 보았다.

 

그러자, 마침 옆집 이웃인 Jim 아저씨가 성능좋은 눈치는 기계의 엔진 시동을 킨 후에

두 부녀를 씩 웃으면서 쳐다 보더니,

그집과 우리집 앞의 보도길을 말끔히 치우시더니,

이왕  기계 시동을 켠 김에 남편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driveway의 반 정도까지 치워 주셔서

비교적 쉽고 빨리 눈치우는 작업을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이구동성으로

바로 나가서 눈치우는 기계를 바로 사기로 결심을 내렸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제일 비싼 걸로 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보여서

내 자신은 아직도 긴 겨울동안 운동삼아서 하고 싶지만, 못 이기는 척 바로 동의했다.

 

 

 

 

오랜만에 언니가 멀리서 집에 왔다고

주말이면 늘 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루 off를 한 막내가

오랜만에 다 뭉친 식구들을 위해서 부억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브런치 식사를 마련했다.

 

호밀빵에 바질 허브가 첨가된 올리브 오일을 발라서 살짝 구워서

그 위에 잘 익어서 보드랍게 된 아보카도를 잘 펴고

노란 파르리카를 썰어서 둥근 모양 안에 달걀을 프라이한 것을 얹은 데에

체리토마토를 얹어져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브런치 식사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눈이 하루 종일 내린 후의 하늘이 눈이 시릴 정도로

너무도 푸르른 하늘을 집 안에서만 보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남편과 옷을 껴 입고 카메라까지 목에 걸치고

올해 마지막일지 모르는(그렇게 굳게 믿고 싶은) 아름다운 설국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문을 나서니 온 천지가 하루밤 사이에 흰눈으로 덮여 있다.

 

 

 

집 바로 뒤에 있는 산책길이 있는 호수와 자연공원으로 일단 향했다.

한두명이 이미 다녀 갔는지 발자국이 이미 나 있어서

소담히 내린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지 못해서 살짝 실망은 되었지만

무릎까지 쑥쑥 빠지지 않고 좀 수월하게 걸어 내려 갈 수 있어서 솔직히 다행스러웠다.

 

 

 

울집 바로 뒤에 있는 이웃집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소나무들이 반겨주고 있다.

 

 

 

생각보다 눈이 너무 와서 신고 나간 부츠의 높이로는 감당이 되지 않지만,

다행히 바람도 불지않고, 기온도 영하 3도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45분 후면 가르치는 일을 시작해야 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은 욕심에

눈이 부츠 안으로 들어 오는 것도 그냥 감수하기로 하고 오던길로 계속 걸어 갔다.

 

 

 

얼어붙은 호수도 하얀 눈에 덮혔고, 산책로도 눈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지평선 위로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하늘을 잠시 둘 다 넋을 놓고 360도 돌면서 바라다 보았다.

 

 

 

발이 눈에 푹푹 빠져서 힘겹게 내려 온 길을 다시 돌아 보니

부츠 대신에 크로스 컨트리(cross-country) 스키나

캐나다 서부나 북극 근처에 사는 에스키모들이 눈이 오면 즐겨 신는

snow shoes를 신고 나올 걸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7년동안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과 시원한 지평선이 맞닿은 하늘을 혼자 전세내고 살다가

지난 2년간 들어 선 새 집들 덕분에  그런 억세게 좋은 행운은 이미 사라졌지만

큰 도시에서 거대한 하늘을 베란다에서 편하게 여전히 즐길 수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하다.

 

 

 

공원 바로 옆에 생긴 새로운 동네 길로 들어 서니

한 아저씨가 열심히 집 앞길을 기계로 치우고 있다.

 

 

 

길 바로 건너편 공원 산책로 입구에 놓인 벤치..

그리고 이 동네의 원래 터줏대감이었다가

택지로 조성되면서 터전은 잃었지만 여전히 번식을 잘 하고 있는  

통통하고 야생 토끼의 발자국이 먼저 눈에 띈다.

 

 

 

이 곳에도 누군가가 벌써 다년 간 흔적이 있는 그러나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산책길을 우리 부부가 걸어갔다.

오직 사각 사각 눈길을 걷는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재작년에 영하 27도에도 불구하고

그저 흰 눈 내린 이곳에 첫발자국을 남기면서 혼자 독차지하려고 왔던 기억이 있는 길을

오늘은 햇살이 따스해서 산책하기엔 그만인 날씨이다.

(계속 부츠 안에 눈이 들어와서 이젠 바지도 무릎위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자연 생태 공원 안내표지 위에 눈이 쌓였다가

따스한 아침 햇살 덕분에 조금씩 아래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

 

 

 

점프 실력이 좋은 토끼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서...

 

 

 

 

우리도 일부러 족적을 그냥 한번 남겨 보고...

 

 

 

이 긴 겨울동안 도대체 무엇을 먹고 잘도 살아 남았을까...

아뭏든 생존력 한번은 대단하다.

 

 

 

 

 

 

 

불과 4일 전에 올해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신나게 달렸는데, 참......

 

 

 

눈부신 햇빛이 하얀 눈에 반사가 되어서

선글라스가 무용지물이다.

 

 

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발 길을 돌려서

지름길인 찻길 한 가운데를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이 집 주인장은 참 정갈스럽게도 눈 치우는 기계로 말끔히 치워서

잠시 걷는 일이 편하기만 하다.

 

 

 

울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 집(주인도)은

눈이 와서 여전히 아름답다.

 

 

 

약 1시간 15분간 눈길을 헤치고 걸어 나녔더니

마치 뛴 것처럼 등엔 땀이 나고,

발과 바지가 젖어서 흥건히 젖었지만

기분만은 저 파란 하늘처럼 쾌청하고 상쾌했다.

 

 

 

그리고 앞 마당엔 눈 왕관을 쓴 나무와 램프가 우리를 반겨 준다.

 

 

 

갑자기 생똥맞게 여름에 즐겨 먹는 팥빙수가 떠 올려진다.

저 위에 잘 삶은 단팥 딸기, 블루베리, 레스베리를 얹어서 휘핑크림을 얹어

맛나게 먹을 여름날도 언제고 올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