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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People & Places/우리 동네에서

체감온도 영하 37도에 30 cm 내린 눈 치우기 그리고 겨울의 일상들...

by Helen of Troy 2014. 12. 1.

 

목요일 밤부터 설국으로 돌변한 우리동네

 

 

수요일부터 티비에서 태평양의 수분과 알라스카에서 내려오는 냉류가 합쳐서

캐나다 서부 전역에 폭설이 내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기 시작해서

마침 남편도 없는데 눈 치우는 일을 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예보한대로 목요일 새벽부터 강한 바람을 타고

쉬지않고 눈발이 옆으로 매섭게 날리면서 하루 종일 날렸다.

눈을 쉽게 치우려면, 눈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조금씩 자주 치우는 것이 관건인데

다행히 수업을 빨리 끝내고 온 막내와 번갈아 가면서

찔끔찔끔 눈을 치웠다.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대문을 열었더니

밤새 내린 눈으로 어제 내가 찔끔찔끔 치운 흔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금요일에는 낮 12시에 출근을 하는 아들은

출근 20분 전에 우선 두개의 발코니에 수북히 쌓인 눈을 부리나케 치우더니

출근하기 5분 전에 현관 앞으로 나가서

허겁지겁  삽으로 문 앞 3 미터 정도만 치우고

삽을 내팽겨치고, 미끄러운 저 언덕을 재주좋게 넘어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급히 달려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내딴에는 두껍게 껴 입고 두르고, 별 생각없이 눈을 치우러 나갔다가

10분 만에 쫓기다시피 집으로 다시 들어와야했다.

 

 

 

아침 일기 예보에서 기온이 영하 24도라고 해도

눈이 얼마나 내릴지에 관심이 쏠렸기도 했고,

울동네에서는 영하 25도 이하가 되야지 추위취급을 받는 곳에 오래 살다보니

스크린에 체감온도가 영하 36도라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던 탓에

평소에 끼던 장갑을 그냥 끼고 나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얼어붙은 손가락을 한동안 녹이고,

뜨거운 메일차를 두잔을 들이킨 후에

남편의 두툼한 장갑을 끼고, 옷을 한 겹 더 입고

중무장을 한 뒤에 다시 눈과 싸우러 나갔다.

 

온통 눈으로 덮여서 삽으로 밀고 뜬 눈을 점점 높이 퍼담는 일은 힘들어지고,

눈만 빼꼼히 내놓고 둘둘 말아서 내쉬는 입김이 안경을 뿌옇게 하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얼어서 뻣뻣해지면서

15분 간격으로 집으로 후퇴해서 얼어붙은 몸도 녹이고,

욱씬거리는 어깨, 허리, 손목을 마사지 해 줘 가면서

다섯번에 걸쳐서 들락날락한 후에 겨우 집 앞 횡단보도와

넓은 드라이브웨이의 눈을 사람과 차가 다닐만큼 눈을 치웠다.

 

 

불과 오후 4시인데 위도가 높은 북반부 동네는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오늘처럼 맹추위에 떨면서, 총 1시간 반을 무거운 눈을 퍼 날자

오랫동안 대단하다는 소문으로 듣기만 했고, 가 보지 못한

한국의 사우나가 옆에 있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기만 하다.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면서 내 서재방의 유리창으로 바라다 본 집 앞...

그냥 집 안에서 바라 본 설경은 아름답고 평화스럽지만

저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은 만만치 않다.

 

 

 

금요일 밤 새 뻐근한 어깨와 허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일어나서

토요일 일기예보를 보니

참 의리도 없이 기온은 영하 29도, 체감온도는 영하 38도로 떨어졌다.

그나마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월요일부터 기온이 평균기온으로 올라간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강추위와 폭설에도 불구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평소처럼 시간에 맞추어서 학생들은 걔속 레슨과 수업을 하러 오고,

나는 다음날인 일요일에 예정된 피아노 리사이틀을 대비해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그리고 복덩이 아들은

이런 날씨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지난 5년간 토요일마다 무급으로 일을 해 오던

 pet store 에 일을 하러 눈 덮힌 언덕을 잽싸게 걸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