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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Scrapbook/좋아하는 영시

[아름다운 봄영시78]Spring by Edna St. Vincent Millay(봄-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by Helen of Troy 2016. 4. 14.




2014년 5월 앞마당






Spring

by Edna St. Vincent Millay


To what purpose, April, do you return again?
Beauty is not enough.
You can no longer quiet me with the redness
Of little leaves opening stickily.
I know what I know.
The sun is hot on my neck as I observe
The spikes of the crocus.
The smell of the earth is good.
It is apparent that there is no death.
But what does that signify?
Not only under ground are the brains of men
Eaten by maggots,
Life in itself
Is nothing,
An empty cup, a flight of uncarpeted stairs.
It is not enough that yearly, down this hill,
April
Comes like an idiot, babbling and strewing flowers.






2015년 5월 말의 텃밭



영시 '봄' 은 겨우내 죽었던 앙상한 가지에 싹이 트고 푸른 잎도 솟아나고,

겨울잠에서 깬 동물들도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시절을 묘사한 시이다.

하지만 시인은 분노에 찬 거센 단어로 생명을 되찾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만으로

암담한 죽음의 현실을 감추거나 보상받을 수 없다고 이 시에서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서 봄에 보여지는 자연의 좋은 점들은

그저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헛된 희망을 안겨주는 거짓이며,

이 시는 그런 조작된 진실에 동조하기를 거부하고,

죽음과 연관된 혐오스런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시의 끝 부분에서는 절망감에 빠진 시 속의 화자는

삶 자체가 말도 안되는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 표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멕베드에서 나오는 유명한

"life is a tale/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Signifying nothing."   


과 같은 맥락으로 삶의 허무함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소절에서는 마치 햄릿의 비련의 주인공 오필리아처럼 미쳐서 꽃을 던지는 것과

흡사한 분위기를 안겨다 준다.


'봄' 영시는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은 폭력과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파라독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인은 식물을 의인화시켜서 위협적이고 아픈 상처와 피를 연상케 해 주기도 하며,

봄에 태어난 새 생명은 어둡고 무서운 죽음의 진실을 어설프게 감추고 있다고 하면서 시를 맺고 있다.







예년보다 봄이 5-6주나 빨리 동토의 동네에 찾아 와 주어서

나이도 잊고, 말도 안되게 봄처녀나 된 듯, 한껏 들떠서

4월말이나 시작할 정원과 텃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파종을 하고나니

숨을 돌리고 보니, 그 착각과 무모함을 비웃기라도 한듯이 허리와 어깨, 손가락이 뻐근하다.


그것으로 성이 안 찼는지, 살랑살랑거리는 봄바람의 유혹에 넘어가서

차고 벽 높이 걸린 자전거도 내려놓고, 타이어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잘 모르지만, too-box 에 있는 기름을 꺼내서 체인과 spoke 에 기름칠도 해서

늦바람난 아줌마처럼 온 동네를 쏘다니면서

아직 나는 건재하다는 것을 자신에게 과시하면서 봄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평소에는 잘도 넘어가곤 했는데 , 

봄철에 나무에 물을 주려고 길 한복판에 풀어 놓은 호스에

걸려서 보기좋게 단단하 아스팔트 길에 보기좋게 나동그라지는 불상사가 생기도 말았다.

양쪽 무릎이 완전히 까지고, 여기저기 스크래치에 멍은 들었지만, 

다행히 나나 애기중지하는 자전거 둘 다 부러지거나 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노년을 바라보는 아줌마의 어설픈 자존심과 착각을 보기좋게 깔아 뭉게 버렸다.


며칠 전에 읽은 이 봄 영시가 하필 오늘 머리에 왜 떠 올려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 탄생하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이 따라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상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사춘기도 갱년기도 훌쩍 넘긴 말년 병장 아줌마의 봄철나기가 평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