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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Log/포르투갈

[포르투칼 여행2]우여곡절 끝에 캐나다 집에서 포르투칼 코빌랴( Covilha)까지...

by Helen of Troy 2016. 6. 23.



계획에 없던 런던 히스로우 공항에 경유하면서...




주부가 집을 한동안 비우려면 왜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나 직장여성에겐 소소한데까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서

집을 나서기 전부터 며칠간 무리를 하다보면, 골골한 상태로 여정을 시작하기 일쑤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한달동안 집을 비운 동안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해서

쉽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불고기, 갈비, 닭가슴살, 연어등을 양념을 해서 재워서 얼려 두고,

텃밭에 있는 열무를 모조리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고, 자잘구리한 은행업무도 처리하고

정원은 큰딸이 우리가 없는 동안 물만 주고 잔디만 깍을 수 있게, 비료도 넉넉하게 주고,

잡초약도 뿌리기도 하고, 직접 긴 기구를 써서 말끔하게 뽑아놓고, 청소까지 하니 새벽 2시가 되었다.

그리고 몇주 전부터 큰딸과 내가 엄청 좋아하는 영국 미스테리 프로그램 'Broadchurch" 시즌 2의 8부 작품을 

함께 시청을 했는데 모든 사건의 결말이 있는 8부를 안보고 그냥 떠날려니 너무도 결말이 궁금해서

새벽에 둘이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가슴 졸이면서 잘 보고 나니,

만사가 귀찮아서 정작 내 짐을 싸려니 엄두가 나지 나지 않아서 뭉기적거리가다,

다행히 매년 긴 여행을 떠날 때에 지참할 매스터 리스트가  저장되어서 그 리스트대로

떠나기 2시간 전에 부랴부랴 짐을 꾸려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큰딸이 운전해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출발했다.



아직도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히스로우 공항...



그런데 집을 출발한지 2-3분 후에 며칠 전에 막 구입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기억해서

부랴부랴 유턴을 해서 집으로 다시 가서 놓고 온 스마트폰을 뛰다시피 들고,

공항버스 떠나기 7분 전에 속도 위반을 하면서 정류장으로 차를 급하게 몰았다.

물론 사는데 교통규칙은 물론 룰대로 사는 남편과 큰딸이 아니라 

위기상황에 닥치면 기지를 발휘하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고, 고맙게도 

정류장까지 지나치는 5개의 신호등이 우리편을 들어 주어서 

버스 출발 시간인 9시 1분 전에 정류장에 도착해서 겨우 공항버스에 올라타고

큰딸과 제대로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버스는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처음 생긴 스마트폰을이 아직도 손에 익지 않아서인지, 늘 옆에 두는 일이 몸에 배지않은 탓인가 보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일식 스시 식당- 히스로우 공항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조금 싼 값에 항공표를 사려고, 평소에 한번 경유하는 대신 

토론토, 그리고 미국의 와싱턴 DC 두 군데에서 경유하는 표를 구입했는데,  lay-over 시간이 넉넉해서

미국 이민국 심사를 통과하는데 평소에 시간이 걸리지만,  심사도 생각보다 빨리 끝냈는데,

이민국 심사관이 우리의 서류를 노란폴더에 넣고, 어디로 가라고 하길래,

뒷편에 있는 곳으로 가 보니 분위기부터 사뭇 경직되어 있고, 무슨 이유로 따로 이곳에 보내졌는지

조심스레 물어봐도, 자기는 모르고, 우리의 차례가 될 때까지 의자에서 기다리라고만 한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그냥 잠시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공항에서 머물다가 갈 뿐인데

결격사유가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짚어 보았지만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그저 답답한 차에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린 사람들의 초조한 모습과, 우리 바로 뒤에 들어 온 한 여성은

아예 흑흑거리며 울기까지 해서 덩달아서 불안감이 더해졌다.

30분을 그렇게 불안과 초조감에 쌓여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누군가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서

심판대에 선 사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이민국 직원의 얼굴을 쳐다 보았더니,

미소띈 표정으로 별 것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의 짐을 다시 보자고 해서 보여 주었다.


세상에나..... 

남편 backpack 에서 여행중에 먹으려고 가지고 간 자그마한 사과 2개가 문제의 발단이었던 것이다.

농산물을 반입하면 안 되는 규정에 걸렸다면서 직원은 피식 웃으면서 비행기가 뜨기 전에 

토론토 공항에서 먹고 떠나라고 해서 얼마나 맥이 빠지든지...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사과에 붙여진 원산지 스티커를 보더니 미국 와싱턴 주에서 

캐나다로 수입된 사과라서 자국의 사과이니, 

편히 배고플 때 아무때나 먹으라고 하면서 서로 웃으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스시집 옆에 있는 Confectionists's Cafe 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까 해서 메뉴를 보고 있다.



넉넉하다고 여겼던 lay-over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일단 DC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오후 6시 55분전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해당 게이트에 6시 30분경에 가 보니 

데스크에 직원이 없어서 보딩이 좀 늦어지나 보다하고

집에서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스낵을 다 먹어도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낌새가 수상치 않아서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DC를 포함해서 인접한 메리랜드, 펜실바니아 주에 갑자기 나빠진 날씨로 

비행기의 이륙/착륙이 모두 취소가 되었다며,

볼티모어로 가는 자신의 비행기도 이륙하지 않았다고 알려 주었다.

그래서 부랴구랴 고객서비스 데스크에 달려가보니 이미 같은 문제로 connecting flight 를 놓친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광경에 우리는 다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기약없이 45분간 긴  줄에서 기다린 후에 우리 차례가 되어서 갑작스런 악천후로 많은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하느라 스트레스가 참 많은텐데도, Air Canada 담당 직원은 시종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최대한으로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애를 쓰는 모습에 화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8시 반에 미국이 DC는 포기하고, 반 11시에 영국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권과

런던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탑승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우리의 불운은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리스본으로 가는 TAPS 비행기 안에서

그동안 포르투칼 언어를 공부했지만 나이탓인지 막상 말을 하려고 하면 기억이 나질 않아서

막판에 요긴하게 써먹을 말들을 기내에서 다시 한번 훓터보았다.




우리는 와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이미 미국 이민국 심사를 거쳐서 미국 영토 상에 들어 왔기 때문에

완전 코메디의 한 장면처럼 짐을 벨트에서 다시 찾아서 ,

그 짐을 들고 미국에서 캐나다로 건너 오는 입국심사를 그대로 다시 밟아야 했다.

간단히 먹은 점심에 저녁도 못 먹어서 허기는 지고, 하도 처해진 상황이 어이가 없지만

하는수 없이 30여분간 재입국 심사를 거치고 짐까지 부치고 나니 9시 30분이 되었다.

집을 나온지 11시간이 되었는데, 아직도 캐나다 땅을 못 벗은 셈이다.




움베르토 델가도 리스본 국제공항내에 관광객 안내센터 앞에서...



맛도 없는 공항음식으로 허기를 때우고,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토론토를 떠나서 6시간 반 후에 런던에 도착했다.

몇년만에 다시 찾은 런던 히드로우 공항은 말끔하게 신축공사와 보수공사를 거쳐서

산뜻하고 넓다랗게 현대적인 새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기다리는 동안 늦은 아침 식사로 뜨거운 라테와 크로쌍으로 해결하고

드디어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서 2시간 반 후에 목적지인 리스본에 도착했다.




고속터미날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공항 밖으로 나와서 정류장에서...




공항버스 안에서...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많은데 이민국 직원이 달랑 3명이 많은 심사를 하는 바람에

공항에서 그렇게 45분을 지루하게 기다린 다음에 짐을 챙겨서 최종 목적지인

코빌랴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 보려고 tourism information 데스크에 가 보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우리가 예정대로 리스본에 내리면 학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약 300 km 떨어진 코빌랴 대학까지 버스를 제공해 주기로 되었지만

예정보다 6시간을 늦게 도착한 우리는 하는 수없이 갑자기 버스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공항버스를 타고 Sete Rios 고속버스 터미날에 가면 7시 막차를 탈 수 있다고 해서

또 안도의 숨을 내 쉬면서 버스 터미날에서 운좋게 막차를 타고 밤 10시에 코빌랴 역에 도착했다.




리스본에서 북동쪽으로 약 300 km 떨어진 코빌랴로 가는 33번 고속버스에서 보인 풍광...







와인의 재료인 포도가 주렁주렁...



버스 터미날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그리 멀지않은 숙소에 도착해 보니

프론트 여직원이 'Every things are ok"  라고 하면서도 

호텔 매니저가 곧 올테니 그와 직접 얘기를 해야한다고 해서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심정으로 매니저를 기다렸다.   

10분 후에 나타난 매니저는 갑자기 우리가 묵을 방쪽으로

단수가 되어서 갑자기 어제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며, 

갑자기 상황이 발생해서 연락을 못했다면서

미안하지만 시내 중심의 다른 호텔에 예약을 해 두었으니, 자기가 그리로 데려가 주겠단다.


우리는 미리 연락도 없이 손님에게 이런 일방적인 처사를 받아 들일 수 없으니,

예약한대로 대학교까지 걸어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다른 호텔을 잡아 달라고 우기자

그는 여기 저기로 전화를 하더니, 지금 호텔보다 별하나 더 높고, 거리도 더 가까운 호텔 방을

가까스로 잡아 주어서  밤 11시가 넘어서 겨우 새로 정해진 숙소 방에 체크인을 하면서

정말로 길고도 긴 하루의 종지부를 찍었다.




리스본을 출발한지 약 2시간 반만에 잠시 경유한 정거장에서...





우리네 인생처럼 예고없이 일이 닥치기도 하고, 내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처럼

긴 여행을 하다보면 오늘처럼 예상치 않은 일이 왕왕 발생하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이렇게 첫날부터 그런 상황이 계속 속출해서 부아도 생기고, 당황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면서 

여행 중에 생길 여러가지 나쁜 일을초반에 미리 다 액땜을 했다고 여기고, 

내일부터 평탄한 여정을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